상트경제포럼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주요 현안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
상트경제포럼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주요 현안에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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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에 포럼진행자 질문에 답변, 주요 뉴스통신사 사장단 회의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경제포럼(SPIEF) 총회에 참석, 기조 연설한 뒤 포럼 진행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국내외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주로 첫날 개막연설을 통해 당면 현안에 대한 의사를 표시했으나, 신종 코로나(COVID 19)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올해 행사에는 포럼 주빈국인 카타르 국왕과 오스트리아 총리가 화상으로 연결된 이날 행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또 연합통신을 포함해 세계 주요 통신사 대표들이 참석하는 세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푸틴 대통령,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 기대 안해/얀덱스 캡처

가장 큰 관심을 끈 주제는 역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 임하는 그의 자세와 시각, 구상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미러)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는 현재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있으며, 우리는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다"면서 "양국이 악화된 양국 관계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우리(러시아)는 미국에 대해 이견이 없으며 미국 측에 이견이 있을 뿐"이라며 "미국 측이 러시아의 발전을 억제하려 시도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이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회담 후 더 강력한 제재 조치가 나올 것인지" 여부를 묻는 포럼 진행자에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물어보라"며 "나는 모른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우리(러시아)는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고, 우리의 다리에 총질을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 파트너들(미국 등)은 어떤 기준으로 일을 하는지, 여러 모로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유를 미국의 국내 정책에서 찾으면서 "미-러 관계를 미국 정치의 인질"이라고 지적한 뒤 "이 상황이 결국 끝날 것으로 본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나아가 "적어도 안보 및 전략적 안정 분야에 대한 기본적 이해 관계, 전 세계에 대한 위험한 무기의 감소는 미국의 현재 국내 정치 상황보다 여전히 더 중요하다"고 푸틴 대통령은 강조했다.

미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첫 회담으로 기록될 미러 정상회담은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양자 관계와 전략적 안정성(핵군축 문제)외에 국제분쟁과 테러리즘, 신종 코로나 팬데믹 등에 관한 대응, 환경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올라가 있다. 

푸틴 대통령,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 백신 접종 문제 검토 지시/얀덱스 캡처 

푸틴 대통령이 이날 비판적으로 다룬 또다른 주제는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서방측 자세다.

그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유럽연합(EU)측의 사용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러시아가 백신을 국제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무기로 이용하려 한다는 게 서방 측의 주장'이라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서방이 러시아 백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를 "비슷한 종류의 백신으로 유럽 시장을 차지하려는 측의 '돈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스푸트니크 V의 효능이 96%가 넘고, 우리 보건당국 자료로는 접종으로 인한 어떤 치명적 부작용도 없고 안전하다"며 "유럽이 '스푸트니크 V' 승인을 늦추는 것은 자국민들의 이익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인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러시아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달 말까지 외국인도 비용을 지불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제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자리나 도구조바 러시아연방 관광청장은 "외국인 백신 접종은 외국인의 러시아 관광 재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행사들과 함께 '백신 관광'을 신속하게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자국내 외국인들에게도 예방 접종의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하일 무라쉬코 보건부 장관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외국인에게는 1회 접종용 백신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오는 가을 독감 예방주사를 맞기 전에 모든 국민이 신종 코로바 백신 접종을 끝내 줄 것을 촉구했다. 

포럼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는 푸틴 대통령. 아래는 화상으로 참여한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경제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11년 만에 가장 큰 폭인 3%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올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특히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주도하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 알렉세이 밀레르에게 매일 보고를 받고 있다"며 가스관 완공에 큰 기대를 표명했다.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2개 노선 가운데 첫 번째 노선 건설 공사가 끝났다는 그는 "2개월쯤 뒤에 두번째 라인도 완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의 첫번째 노선 부설 완료 발표/얀덱스 캡처

그는 미국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의 가스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지적하면서 "이 가스관은 경제성이 크다"며 "독일이 함께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등을 겨냥해 "어떻게 파트너들(독일 등)의 이익에 침을 뱉으면서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 수가 있는가. 그것은 난센스다"라고 꼬집었다. 

'노르트 스트림 2' 가스관 건설은 거의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됐으나, 미국 측의 제재 경고로 2019년 12월 스위스 기업 '올시즈'(Allseas)가 공사를 포기하면서, 공사가 1년 정도 중단됐다.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12월 자국 부설선을 투입해 가스관 건설 공사를 재개했으며, 전장 2천460km 중 독일과 덴마크 구간 120km 정도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개통되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더 높아져 러시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 벨라루스 야권인사 프로타세비치 구금에 대해 언급/얀덱스 캡처

푸틴 대통령은 이웃 벨라루스의 라이언에어 강제착륙 사건으로 체포된 로만 프로타세비치에 대해서는 "그를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라는 말로 현재 상황을 표현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비행기의 착륙에 간여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에 "당연히 아니다"며 "러시아가 민항기 강제 착륙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나토 지도부의 성명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벨라루스 야당 인사의 구금 사건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벨로루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과정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간섭하지 싶지 않다"고 3자적 위치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미 뉴스통신사 AP 사장, 푸틴 대통령의 언론의 만남을 유익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평가/얀덱스 캡처

푸틴 대통령은 타스통신의 주도로 마련된 전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달러화를 러시아의 지급 준비금 통화나 보편적인 지불 수단으로 완전히 포기할 의도가 없다"며 "우리는 그동안 미국이 자국 통화인 달러를 다양한 제재에 활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가 군사 기술 협력 분야에서 파트너와 달러로 주고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실례로 들었다. 

게리 프루이트 미 AP 통신 사장은 푸틴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 주요 언론들과 가진 화상회의를 높이 평가하면서 "중요한 국가(러시아)의 정상에게 다른 나라 언론 매체들의 질문을 듣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은, 직접 질문하는 것과는 또다른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이 참석, 북핵 문제 해법을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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