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마스크를 벗은 러시아, 코로나 확진자 급증 - 다시 1만3천명대
성급하게 마스크를 벗은 러시아, 코로나 확진자 급증 - 다시 1만3천명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13 0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스크바시, 19일까지 유급휴무, 원격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러시아 항공 북적 - 서울~인천 항공편 탑승객 늘어, 개인방역에 주의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2일 1만3천명(1만3천150명)을 넘어섰다. 전날(1만2천505명)보다 1천 명 이상이 늘어났다. 1주일 가까이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2월 이후 최대 규모로 치닫고 있다. 

수도 모스크바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6천명(6천701명)을 넘어섰다. 역시 전날의 5천명 대(5천853명)에서 6천명 대로 올라섰다.

모스크바에서는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6천700명을 넘어섰다/얀덱스 캡처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6월 15~19일 유급 휴무일 지정 행정명령에 서명/얀덱스 캡처

신규 확진자가 전승기념일 등 5월 연휴 이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자 '코로나 3차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모스크바 시당국은 '러시아의 날'(독립기념일) 연휴(12~14일)에 뒤이은 15~19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하고, 이 기간 동물원과 놀이시설 등 다중이 몰리는 시설의 문을 닫고, 레스토랑 등의 야간 영업을 금지하는 등 사회적 격리두기를 강화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서는 다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 단속을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포크로프스키 병원에선 환자를 (침대가 모자라) 다시 바닥에 눕혀/얀덱스 캡처

확진자 급증세는 모스크바 만이 아니다. 최근 국제경제포럼(SPIEF-2021)이 열린 상트페테부르크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입원 침대가 모자라,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들을 바닥에 눕혀두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부 현지 언론은 '백신이 접종되고 있는데, 확진자는 왜 줄지 않는가?'라는 기사를 내보기도 했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접종을 시작했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데,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들이다.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백신 접종자와 접종 희망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당초 오는 9월에는 국민의 60~70%가 백신 접종을 끝내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로 끝날 전망이다. 지금은 올해 안에 인구의 절반이라도 접종을 맞으면 다행이라고 여긴다. 강제 접종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백신 접종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국가두마(하원)에서는 신종 코로나 백신을 전국민이 1년 중에 맞아야 하는 '계절적인 백신 접종' 리스트 속에 포함하는 법안을 심의중이다. 올해로 끝날 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백신접종 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왜 러시아에서 물러나지 않을까?/얀덱스 캡처 

언론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러시아인들이 많다"며 "세계에서 최초로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가 백신 접종 비율이 세계 81위에 그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요즈음 확진자가 매일 늘어나는 주된 이유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백신접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접종자들에 대한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권했다. 

그렇다면 러시아인들은 왜 백신 접종을 경시할까? 최근 모스크바 출장을 다녀온 기업인 A씨는 SNS에 현지 상황을 실감나게 전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이유로 △(코로나 확산의) 정점이 이미 지나갔고 △신종 코로나를 (날씨가 추워지면 찾아오는) 계절적인 독감 정도로 간주하거나, △굳이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자리잡은 탓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지의 방역 제한조치가 상당히 완화되면서 경계심이 느슨해진 것도 사실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국민의 경제·사회적 활동이 크게 늘어난 데 비해 백신 접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 버스에서 마스크 착용 지적을 받고 급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여성/현지 TV채널 NTV 캡처 
모스크바 지하철 역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현지 TV채널 NTV 캡처
12일 러시아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 도심으로 나온 시민들. 마스크 착용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다/MK 캡처 

특히 모스크바에서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현지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지는 12일 '러시아의 날' 연휴를 맞아 시민들이 몰린 도심 풍경을 화보로 전했는데, 마스크를 낀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유동 인구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사회적 격리조치로 피로감이 최고조에 오른 사람들은 날씨가 따뜻해지자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2일 "최근 1주일 동안 모스크바의 코로나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며 "여름철의 시작과 함께 모스크바를 찾는 관광객들도, 시민들의 활동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공항에도 해외출장및 여행자들로 눈에 띄게 인파가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 인천공항은 이용객들이 아직 매우 드물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러시아 항공사들의 5월 승객 수송이 88만명으로 9.2배 늘어났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의 항공탑승객 수는 지난 5월 한달간 87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가까이(9.2배) 늘어났다.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지난해에 비해 7.8배 증가한 161만 명의 승객을, 시베리아 항공은 5.5배인 154만 명을 실어날랐다. 올들어 5개월간 탑승객 수는 3,296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나 늘어났다고 러시아연방 항공청은 밝혔다. 

인천-모스크바 노선의 대한항공 탑승률도 약 50%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3월의 20~30%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상태. 대부분 비즈니스 출장자나 현지 주재원및 가족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입국자 2주 자가격리 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을 접종하는 등 개인 방역에 좀 신경을 쓴다면, 러시아 출장도 이제 본격적으로 가능할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개인 방역의 핵심은 백신 접종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긴츠부르크 소장은 “날씨가 따뜻해졌고, 바깥 활동이 더 많아지면서 겨울철에 비해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 감염을 피하는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로 비즈니스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면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