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의무 접종 칼 빼는 러시아, 모스크바는 8월 중순까지 200만명 의무 접종
백신 의무 접종 칼 빼는 러시아, 모스크바는 8월 중순까지 200만명 의무 접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18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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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급증세에 모스크바시, 불특정다수 접촉 직종에 최소 60% 접종 할당
모스크바대학총장협의회, 새학기부터 접종자들에게만 실내 대면 수업 허용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의무 접종'의 칼을 빼들기 시작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반해 백신 접종은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워낙 큰 땅을 지닌 러시아는 각 지역별로 코로나 감염 상황이 천차만별이다. 연방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방역조치를 적용하기 힘든 구조다. 크렘린이 일찌감치는 코로나 방역조치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지역정부에 위임한 이유다. 백신의 의무 접종 도입 여부와 접종 범위 결정도 지방정부의 손에 넘어가 있다.

'백신 의무 접종'이 주목을 받는 것은 러시아의 상징인 모스크바와 수도권이 의무 접종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만큼 확진자 급증세가 가파르다.

모스크바와 수도권, 일부 직종에 백신 의무접종 도입/얀덱스 캡처
모스크바 백신 접종 모습/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는 16일 식당과 교육기관, 교통, 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에 대해 코로나 예방접종을 명령했다. 백신 접종 초기에 접종 우선 분야를 지정하기는 했지만, 자의에 의한 접종에 방점이 찍혔다. 그래서 접종을 피하는 의료인들도 적지 않았다. '의료인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접종을 강요하기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의무접종 직종에 종사하는 근무자의 60%가 접종을 받지 않을 경우, 그 조직에 책임을 묻는다. 최소 3만 루블(약 45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1천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시간이 갈수록 가중처벌된다.

모스크바의 백신 의무 접종 불이행 기업에 대한 벌금, 최대 100만루블/얀덱스 캡처

의무 접종 직종은 상거래와 요식업, 주택 서비스, 미용, 에너지, 교육, 보건, 교통, 금융, 엔터테인먼트, 문화전시 등 일반인을 무작위로 상대하는 거의 전 분야를 아우른다. 조직의 장은 직원의 60%에 대해 내달 15일까지 1차 접종, 8월 15일까지 2차 접종을 끝내야 한다.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모스크바에서만 백신 접종자가 200만 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모스크바 시민의 접종자가 180만명 정도라고 하니, 2달만에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모스크바, 근로자 200만명 이상에게 백신 접종 계획/얀덱스 캡처

모스크바의 방역담당 아나스타시아 라코바 부시장은 "모스크바 행정명령에 따라 접종해야 할 범주의 근로자는 350만~400만 명"이라며 "60%가 접종을 한다면 200 만명을 약간 넘는다"고 했다. 물론 "그중에는 백신 접종자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접종을 기피하는 22~50세 연령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에서든 굳이 백신을 접종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계층이다. 라코바 부시장은 "최근의 확산세에서 22~55세인 근로 연령층 환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며 "확진자의 77%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이 대거 병원으로 몰리면서 모스크바는 2∼3주 이내에 확진자 치료 병상이 바닥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처해 있다.

모스크바 수도권(모스크바 주), 미접종 버스, 택시 운전사들에게 운전 금지/얀덱스 캡처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부 직업군에 대한 예방접종은 불가피하다"며 "이번 결정은 어렵고, 또 어렵지만 꼭 필요하고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소뱌닌 시장은 러시아의 날(독립기념일) 연휴(12~14일)에 이어 15~19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하고, 근무자의 30%를 재택근무로 돌리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또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1차 접종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접종 조치를 내놓은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모스크바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 4일 부터다. 이날 2,817명을 기록한 뒤 7~9일 4천명대, 10일 5천명대, 12일 6천명대, 13일에는 7천명을 돌파했다. 

모스크바 대학총장들, 접종 대학생들에게만 대면 수업 허용 권고/얀덱스 캡처

보다 교묘하게 접종률을 높이는 방법은 인센티브를 앞에 내세운 반강제적 접종 전략이다. 백신을 접종한 대학생들에게만 실내에서 대면 수업에 들어갈 자격을 주기로 한 것이다. 모스크바와 수도권(모스크바 주) 대학 총장 협의회는 최근 새 학년도(9월 신학기)부터 예방 접종을받거나 항체 증명서(혹은 유사 문서)를 소지한 학생들에게만 대면 수업을 허용하도록 권고했다. 나머지 학생은 원격교육을 받아야 한다. 

러시아에선 '5인이상 사모임 금지'라는 조치 같은 게 없다. 백신 접종자를 '4인이상'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한 우리 방역당국의 조치와 '직접 접촉을 막는다'는 점에서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백신이 남아도는 나라에서는 단시간에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제접종의 유혹은 크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러시아는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이를 자제하는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일부 전문가들의 강제접종 건의에 의무적인 코로나 백신 접종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자발적인 접종자를 위한 인센티브 발굴에 애쓰고 있다. 

모스크바 백신 접종센터 모습/유튜브 캡처

의회(국가 두마)도 지난 15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국가 지정 예방 접종 스케쥴에 포함시키는 법안 심의를 중단했다. 다시 찬바람이 부는 가을께, 다시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법안 심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의무 접종은 그러나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케메로보주와 사할린이 의무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 

강제 예방 접종을 처음 발표한 지역은 시베리아 야쿠티아(자치공화국)이다. 지난 5월 25일 야쿠티야는 예방 접종을 원하지 않는 종업원은 일할 수 없도록 했고, 이를 어긴 조직(기업)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사할린, 백신 의무 접종 조치 도입/얀덱스 캡처

모스크바에 이어 의무접종으로 주목을 끈 지역은 바로 사할린이다. 모스크바만큼이나 확진자 급등세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다. 사할린의 코로나 발병률은 한달 전 82위에서 17일 기준 8위를 올라섰다. 불특정 다수를 접촉하는 모든 직종의 근로자들에게 오는 21일부터 의무적으로 백신을 접종받도록 했다. 

현지 일부 언론은 예방 접종이 비교적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유럽연합(EU)의 인센티브에 주목하기도 했다. 내달부터 접종자에 한해 다른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한 '백신 여권' 발급 조치다. 백신을 맞아야 여름 휴가철에 유명 휴양지로 피서를 갈 수 있으니 백신 접종률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모스크바 백신 접종 센터/사진출처:모스크바 시장 블로그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해외여행 후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올 추석 고향방문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우리 방역당국의 발표 이후 백신 접종 예약률이 크게 올라간 것과 비슷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예방 접종이 의무화되어 있다고 한다. 당국으로부터 SMS 메시지를 받으면 필히 백신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지역 기준에 따라 350달러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러시아 언론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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