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 패배에도 기사회생한 아르메니아 파쉬냔 총리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 패배에도 기사회생한 아르메니아 파쉬냔 총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22 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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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벨벳혁명'으로 정권장악한 뒤 최대 위기 조기총선 승리로 극복
평화와 안정을 택한 민심에 파쉬냔 총리세력 과반득표에 성공, 재집권

지난해 '숙적' 아제르바이잔과의 '나고르노 카라바흐' 전쟁에서 패한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가 기사회생했다. 전쟁 패배에 대한 야권세력의 끈질긴 책임 추궁에 '조기 총선'을 수용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총리 대행 체제), 20일 치러진 총선에서 과반 득표 이상으로 승리하면서 재집권의 문을 다시 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메니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파쉬냔 총리가 이끄는 '시민계약당'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53.9%의 득표율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 로버트 코차리안 전 대통령의 '아르메니아 연대'는 21% 득표에 그쳤다. 3위는 세르즈 사르그샨 전 대통령 세력의 5.23%. 투표율은 49.4%였다. 

파쉬냔 총리, 아르메니아 정치 위기 종식 선언/얀덱스 캡처

파쉬냔 총리는 21일 총선 승리를 자축하는 지지자들의 집회에 나와 "아르메니아의 정치적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9일 시작된 아르메니아 내부의 정치 위기는 이제 끝났다"며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집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우리에게 다시 혼란을 극복하고 법치를 수립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렸다"며 "모든 국민과 정치세력은 이제 모든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새 정부를 구성해 집권 2기를 열면서 총선 불복 시위 등 사회적 무질서를 조장하는 야권세력에게도 엄청히 대처할 것임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차리안 전대통령 측은 이번 총선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에서 승리한 파쉬냔 총리가 승리를 선언한 뒤(사진 위) 지지자들의 집회에 나가 '엄지 척'으로 감사를 표시하고 있다./러시아 TV 영상 캡처

파쉬냔 총리는 지난 2018년 아르메니아판 '벨벳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 3년여 전 파쉬난 총리 주도의 시위대에 당한 옛 집권세력으로서는 이번 총선이 권력 탈환의 기회였으나 민심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판세는 코차리안 전 대통령 세력과 파쉬냔 총리 세력이 백중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결과는 득표률 차이가 2배 이상이었다. 

유권자들의 민심은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협정을 유지할 것이냐 여부에서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가 승리할 경우, 평화협정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은 아제르바이잔과 또다시 전쟁 상태로 들어가기 보다는 평화협정의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아르메니아의 정치적 위기는 지난해 9월 오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아르메니아는 6주 넘게 격전을 치른 끝에 약 6천500명의 전사자를 낸 뒤 항복에 가까운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전쟁 패배의 책임을 묻는 아르메니아 반정부 시위/사진출처:SNS, 러시아 매체 동영상 캡처

러시아가 중재한 평화협정에 따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의 주요 지역을 아제르바이잔에 넘겨줬으며, 5년간 러시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데 동의했다. 이후 패전의 책임을 두고 파쉬냔 총리를 지지하는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시위가 계속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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