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유로 2020 예선 탈락보다 더 관심을 모은 이것..
러시아의 유로 2020 예선 탈락보다 더 관심을 모은 이것..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24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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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덴마크에 대패, 16강 진출 무산 - 우크라이나는 3수만에 진출
축구경기 도중 끊이지 않는 '미녀' 난입 - 상트 경기장엔 암호화폐 홍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의 16강 대진이 24일 확정됐다. 유로 2020의 16강경기는 오는 27일(한국시각)부터 시작된다. 한때 유럽의 축구 강국으로 꼽혔던 러시아는 덴마크와의 마지막 예선경기서 대패함으로써 탈락했고, 우크라이나는 3수(2012년, 2016년, 2021년)만에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만끽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유로 2020의 16강 대진은 24일 열린 프랑스-포르투갈-독일-헝가리가 속한 F조 경기를 끝으로 최종 결정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우크라이나는 오는 30일 스웨덴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툰다. 

러시아 축구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코펜하겐에서 열린 조별 경기에서 벨기에에 3-0으로 패한 뒤 핀란드를 1-0으로 물리쳐 마지막 경기인 덴마크와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4-1으로 대패, 탈락했다. 

국가간 축구대결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것은 경기장에 무단으로 침범한 방해자들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벨기에-핀란드 전 두중 한 여성이 경기장에 난입/얀덱스 캡처
경기장 난입 당시 사진을 SNS에 올린 마리아 슈밀리나/사진출처:인스타그램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은 프랑스-독일 전(16일)엔 경기에 앞서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로 알려진 시위자가 낙하산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경기장으로 내려왔다. 낙하산에는 'KICK OUT OIL'(화석연료 퇴출)이라는 문구를 새겨져 있었다. 공중곡예를 하는 듯한 낙하산은 중계카메라에 전세계로 전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벨기에와 핀란드의 조별 예선 3차전 경기 후반에는 'WTF Coin'(WTF 코인)이라고 쓰인 옷을 입은 여성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45분 무렵이었다. 짧은 팬츠에 상의 또한 수영복에 가까워 관객들의 눈에 확 띄었다. 그녀는 경기장 한쪽 코너로 들어와 거의 하프라인까지 활보했다.

경기장 보안요원들이 즉각 뛰어 들어가 그녀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냈다. 별다른 저항도 없었다. 이후 경기는 정상적으로 재개됐고, 벨기에의 2-0 승리로 끝났다. 

사진출처:유튜브. 동영상은 아래

 

그녀가 입은 옷에 쓰인 문구 'WTF코인'은 가상 화폐 홍보용이었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과 경쟁하는 많은 암호 화폐 회사 중 하나다. WTF코인은 홈페이지에서 '당신의 재산을 만들고 진정한 전설이 될 밈 토큰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전세계 축구팬들이 주목하는 큰 경기에 침입하는 목적은 홍보효과다. 소위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다.

호주 매체 세븐 뉴스는 "2019년 리버풀과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6월 2일)에 난입했던 킨제이 볼란스키가 이후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만명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엄청난 관중이 운집한 상태에서, 리버풀이 일찍감치 한골을 넣은 뒤라, 축구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전반 18분경 한 여성이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는, 노출이 심한 하이레그 수영복만을 입고 그라운드로 뛰어 나왔다. 주심이 즉각 경기를 중단시키고, 안전요원들이 옷을 완전히 벗으려고 하는 이 여성을 재빨리 그라운드 밖으로 데려 나갔으나 그 장면은 이미 TV 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퍼져나간 뒤였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난입한 킨제이/사진출처:킨제이 인스타그램

이 여성은 러시아 출신의 AV(성인용 비디오) 배우인 킨제이 볼란스키였다. 스트리킹 목적은 러시아 포르노 사이트의 홍보. 킨제이가 착용한 수영복에는 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 남자 친구인 비탈리 즈도로베츠키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확실했다. 비탈리 SNS의 팔러워가 급증했고 관련 사이트의 검색이 폭주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의 포로노 사이트 경쟁은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만큼이나 뜨거웠다. 킨제이 볼란스키가 경기장으로 뛰어든 목적은 100% 목적을 달성했다. 그 경기에서 리버풀은 토트넘을 2-0으로 꺽고 14년 만에 유럽 정상을 탈환했다. 

2018년 7월 16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전. 이미 '반 푸틴' 행동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은 러시아 여성 록그룹 '푸시라이엇' 회원 4명이 후반 7분께 경찰 복장을 하고 운동장으로 들어왔다. 그라운드에서는 프랑스가 크로아티아에 2-1로 앞서는 상황에서 크로아티아가 반격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2018년 월드컵 결승전에 난입했다가 체포된 뒤 경찰조사를 받는 푸시 라이엇 회원/트위터 캡처

'푸시라이엇' 회원들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어오자 주심은 즉각 경기를 중단시켰다. 안전요원들이 이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이들 중 여성 1명은 끝까지 저항하다 안전요원들에 의해 들려 나갔다. 귀빈석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콜린다 그란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이 지켜보고 있었다. 

'푸시라이엇'은 지난 2012년 2월 크렘린 인근 모스크바 정교회 대성당에서 푸틴 당시 대통령 후보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반대 공연을 펼쳐 유명해졌다. '푸시 라이엇' 측은 경기장 난입 목적을 “정치범 석방, SNS에서의 발언 자유 보장, 시위 참가자 불법 체포 중단, 정치 경쟁 허용 등을 촉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경찰 복장을 한 이유였다. 푸시 라이엇 회원들은 지금도 모스크바 등지에서 반체제 캠페인을 벌이다가 경찰에 연행되곤 한다. 

경기장 난입 목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반체제 시위용', 2019년엔 '포르노 사이트 홍보', 이번 유로2020엔 '환경 보호'와 '암호화폐 홍보'였다. 내년 카타르 월드컵엔 또 어떤 홍보목적의 경기장 난입이 이뤄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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