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국내 위탁생산설과 그 쓰임새를 따져보니
(분석)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국내 위탁생산설과 그 쓰임새를 따져보니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24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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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코러스 "생산 협의중" vs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아직..
'스푸트니크 라이트' 부스터 샷,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도 안심

한 번 접종으로 신종 코로나(COVID 19)의 예방 효과가 있는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라이트’ 의 국내 생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제약 업계에서는 지엘라파의 자회사 '한국코러스'가 이르면 내달 중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의 해외 생산및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와 위탁 생산(CMO)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문은 신빙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코러스는 이미 지난해 10월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 계약을 체결한 뒤 시생산, 밸리데이션(생산공정 검증) 등을 거쳐 판매(해외 수출)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러시아 보건당국의 허가를 남겨 놓고 있다. 이 문턱을 넘으면 한국코러스가 생산한 '스푸트니크V' 백신은 완제품으로 해외수출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코러스의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모습/KBS 화면 캡처

'스푸트니크V'의 백신 생산및 수출이 본궤도에 진입하는 7월쯤 한국코러스가 '스푸트니크 라이트' 생산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스푸트니크 라이트'가 근본적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1차 접종 성분으로 개발된 것이라고 하니 위탁 생산에도 큰 무리가 없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23일 "러시아측과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1,2차 접종 성분중 1차 접종 성분(아데노바이러스 Ad26)을 기반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러시아 보건부에 의해 4번째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번 접종으로 만들어지는 코로나 예방 효능은 79.4%로, 접종 3주 뒤 면역이 형성돼 약 3~4개월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몽골과 베네수엘라, 아프리카콩고공화국이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긴급사용을 승인했으며, 남미 일부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사진출처:RDIF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보건당국은 1회 접종용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연말 기자회견에서 "긴급 방역이 필요한 제3국가 등으로 수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활용 계획은 현재 많이 수정된 상태다.

우선 러시아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접종하는 방안이다. 미하일 무라쉬코 보건부 장관은 이달 초 "러시아로 건너와 일하고 있는 (CIS 출신) 이민자,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며 이들에게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접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지 한국교민들은 영주권을 취득했을 경우, 무료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지만, 아닐 경우 민간병원에서 유료로 접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D 직종의 일자리를 구해 중앙아시아 등 CIS국가에게 모스크바 등지로 온 근로자들은 유료 접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RDIF, '스푸트니크 라이트'가 코로나 백신 재접종에 효율적 발표/얀덱스 캡처 

델타 변이 등으로 신규 확진자가 최근 2배 이상 급증하자, 러시아 보건당국은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재접종용 백신(부스터 샷, 백신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접종)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감염후 6개월이 지난 확진자나 백신 접종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사람들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재접종이 권고되고 있는데, 재접종에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최근 확진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재접종 권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해외생산및 유통을 책임지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22일 "스푸트니크 라이트로 재접종할 경우 활성 항체 수준이 급격히 높아져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면역력이 크게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예를 들며 "백신 접종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 수치가 줄어들었으나, 재접종했더니 항체 수치가 3일만에 6배나 증가했다" 며 '스푸트니크 라이트' 재접종 홍보에 나섰다.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 소장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수 있도록 재접종을 통해 높은 항체 수치를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 7월초에 모스크바 수도권에 배포/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민간인 접종을 위해 러시아 전역에 배포되는 중이다. 모스크바 지역에서는 7월 초에 배포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외국인 접종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특별 접종 센터를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쓰임새가 늘어나는 만큼 한국코러스가 이 백신의 위탁생산 가능성은 높아졌다.

그러나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 계약을 러시아측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국내 컨소시엄인 '휴온스글로벌'에게는 당분간 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스푸트니크V' 생산도 아직 시작하지 못한 상태에서 '스푸트니크 라이트'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체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 과정은 까다롭다. 특히 2차 접종분 생산이 어렵다고 한다. 러시아 현지 위탁업체들도 초기에 2차 접종분 생산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RDIF와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한 한국코러스는 같은 해 12월부터 시생산에 착수했고, 현지 기술진의 방문으로 '밸리데이션'을 끝냈지만, 최종 품질 허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생산 준비에 최소 6개월이상 걸린 셈인데, 아직 기술이전도 받지 못한 휴온스글로벌이 단시간에 그 과정을 통과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푸틴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업체들 간의 상트 국제경제포럼 화상회의. 둘째줄 맨 왼쪽이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코러스 황 대표/러시아 TV '러시아-1' 캡처

더욱이 러시아측에서 보는 두 업체의 위상은 완전히 다르다. RDIF측은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과의 위탁 생산 계약 자체를 아직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의 한 세션으로 만들어진 '푸틴대통령과의 화상 회의'에는 한국코러스가 유일하게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위탁생산 업체로 초대됐다. 

문제는 한국코러스의 생산 능력이다. 한국코러스는 자체 생산 용량이 모자라 올해 초 이수앱지스와 바이넥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종근당바이오, 보령바이오파마 등 국내 제약 바이오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최대 생산용량이 연 5억도스인데, 추가로 '스푸트니크 라이트'를 생산할 여력이 될까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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