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유럽 '백신 여권' 도입 퇴색? - 상트 백야 축제도 고립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유럽 '백신 여권' 도입 퇴색? - 상트 백야 축제도 고립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6.30 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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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붉은 돛대' 축제엔 마스크 벗은 졸업생 운집
프랑스, 독일 러시아를 코로나 '적색 국가' 지정, 비자 발급중단 격리

신종 코로나(COVID 19)의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내달부터 실시하기로 했던 유럽연합(EU)의 '백신 여권' 제도 시행은 불투명해졌다. 또 유럽의 축구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유로2020의 흥행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EU 국가들이 다시 봉쇄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경고음이 크게 울리는 델타 변이 확산국은 아직까지 러시아와 영국, 포르투갈 정도라는 사실이다. 영국은 EU에서 탈퇴했고, 러시아는 '백신 여권' 구상에서 아예 제외된 국가다. 

서유럽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주로 이용하는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사진출처:moskva.ru

하지만 EU에서 '백신 여권'을 맨먼저 출시한 그리스는 여름 휴가철에 러시아 관광객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 울며겨자 먹기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들도 예외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 창궐로 입국 즉시 PCR 검사를 의무화했다. 엊그제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모스크바발 항공기에서 여행객 4명이 입국 직후 PCR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입국자 방역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 크로아티아, 체코 등과 함께 백신 여권을 출시한 독일도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인 여행객의 EU 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은 또 29일부터 러시아와 포르투갈에서 오는 입국자도 대부분 막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여름 휴가철에 해외로 나가는 길이 극히 좁아진 것이다.  

독일, 러시아와 항공편 운항 중단 희망/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 4월부터 러시아와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동시에 관광을 제외한 나머지 목적의 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일은 지난 25일 러시아를 신종 코로나 '적색국가'(위험국가)로 지정하고, 29일부터 입국자에 대해 2주일 의무 격리라는 엄격한 입국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독일은 유럽의약품청(EMA)에 의해 아직 사용 승인되지 않은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를 백신 접종자로 분류하지 않지만, 승인된 백신을 접종한 영국과 포르투갈발 입국자도 2주일 의무 격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외로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독일, 29일부터 러시아와 포르투갈발 입국자에 격리 제한 조치 도입/얀덱스 캡처

'유로 2020' 스위스와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아쉽게 패한 프랑스도 이달부터 재개한 러시아인 대상 비자 신청을 지난 26일부터 서둘러 중단했다. 주러 프랑스대사관은 "러시아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적색국가'에 포함됐기 때문에 주모스크바 대사관과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 등 6개 러시아 주재 외교공관이 당분간 비자 신청 접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신규 확진자의 90%에 육박한다는 러시아측 방역당국의 발표에 서둘러 러시아를 영국에 이어 '적색국가'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주 모스크바 프랑스 총영사관, 실무및 관광 비자 접수 중단/얀덱스 캡처
프랑스 체육부 장관, (유로 2020) 러시아 출장 응원 자제 호소/얀덱스 캡처 

로잔느 마라시누아뉴 프랑스 체육장관은 프랑스와 스위스간의 16강전이 열리기 전 특별 성명을 발표,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유로 2020) 8강에 진출하더라도 7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8강전 원정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승부차기로 스위스에 패하는 바람에 프랑스 축구팬들이 대거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몰려가는 상황은 피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러시아의 유럽내 고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유로 2020' 조별 경기 응원단은 신종 코로나에 취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 2020' 응원을 끝내고 귀국한 핀란드 축구팬들 중 300명 가까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러시아에서 돌아온 축구팬들에게 반드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것을 촉구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유로2020 경기와 백야축제 등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중하는 추세다. 모스크바와 함께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27일 모스크바에서는 144명이 신종 코로나로 사망했는데, 이는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원에서 열린 '백야' 축제의 백미로 꼽히는 '붉은 돛대' алые паруса, Scarlet Sails 행사에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몰렸다. 행사장엔 엄격한 방역 심사를 거쳐 입장했지만, 이후 젊은이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자유를 만끽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신규 확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을 가득 메운 축제 참여 인파들. 거의 마스크를 벗고 있다./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이 축제는 원래 소련시절인 1968년 '바다와 운하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쉬콜라'(초중등 교육 11년) 졸업생들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한 행사다. '붉은 돛대'는 졸업생들에게는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 학부모들에게는 다음 세대에 대한 기대를 상징한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로 이 축제가 아예 취소됐으니, 27일 '궁전광장 Дворцо́вая пло́щадь, Palace Square 콘서트'와 '네바강 수상 쇼'에 몰린 졸업생들과 그 부모들의 들뜬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만 하다. 올해는 4만명이 참석했다. 매년 이 축제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은 관광객 등 200만명 가까이 몰린다.

네바 강변에 모여 '붉은 돛대 수상쇼'를 지켜보는 사람들. 어깨에 '러시아 국기 띠'를 한 학생들이 졸업생들이다/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네바강 '붉은 돛대 수상쇼'. 강변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바로 축제의 현장임을 알려준다/현지 '피터 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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