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 극장 시즌 마감작 발레 '갈매기' 초연 - 파격적 춤과 무대
볼쇼이 극장 시즌 마감작 발레 '갈매기' 초연 - 파격적 춤과 무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04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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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버전 갈매기, 1980년대 소련 붕괴 직전의 시대상을 반영한 발레
남자 주인공은 타투 문신에 일본식 '징'까지 동원 - 전위예술가 삶?

러시아 모스크바의 볼쇼이극장이 4일 새로운 버전의 발레 '갈매기'(Чайка) 초연을 끝으로 올 시즌의 막을 내렸다. 볼쇼이극장 등 러시아 일부 극장들은 긴 여름 휴가에 들어가 2022년 새 시즌을 준비한다.

1~4일 볼쇼이극장 무대에 오른 안톤 체호프 원작의 '갈매기'는 유리 포소호프 (Юрий Посохов) 안무 감독의 작품. 최근 볼쇼이 발레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우리 시대의 영웅' (Герой нашего времени) 과 '누레예프' (Нуреев)' 등을 함께 한 알렉산드르 몰로츠니코프 감독과 일리야 데무츠키(음악)와 이번 무대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초연된 '갈매기'는 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무대와 안무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포소호프 안무 감독은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왜 갈매기이냐?"는 질문에 "체호프의 모든 연극을 좋아하지만, 갈매기가 가장 발레스럽다"며 "특히 남자 주인공 '콘스탄틴 트레플레프'의 이야기는 나와 비슷해 끌렸다. 우리 둘 사이에는 내면적으로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신작 발레 '갈매기'의 한 장면/사진출처:볼쇼이극장

'차이카'에서 '트레플레프'는 프리마 돈나(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아르카디나'의 아들이다. 어머니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적인 유명 안무가를 꿈꾼다. 그와 이뤄지지 않는 사랑의 길을 가는 '니나 자레츠나야'는 가족의 반대에도 유명 배우(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발레리나 모자와 아들의 여친을 둘러싸고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인연들과 삶의 궤적은 '죽은 갈매기' 한마리로 절정을 치닫는다.

서로 엇갈리는 남녀간의 애틋한 감정과 의사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갈매기'를 매개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예술적 창의력이 폭발하는 인생의 변곡점을 맞지만, 끝내 혼자 남은 '트레플레프'는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고전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트페플레프'의 존재는 현대적이다. 인터넷에 떠 있는 '트레플레프' 역의 '아르촘 오브차렌코'의 몸에는 독수리 등의 타투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에 대해 포소호프 감독은 그를 '전위 예술'을 꿈꾸는 '히피족', 혹은 그런 스타일의 아티스트를 상징한다고 했다. 

음악에서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파격이 등장한다. 주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크고 멋진 징을 직접 일본에서 가져와 사용한다고 그는 밝혔다. 춤의 스타일도 과거 발레와는 다르다. 

발레 '차이까'(갈매기), 볼쇼이 극장 무대에/얀덱스 캡처

그렇다면 발레 '갈매기'는 어느 시대를 반영할까? 20세기의 체호프 이야기이냐? 21세기 체호프의 이야기이냐"는 질문에 포소호프 감독은 "특정 시대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젊음을 보낸 1980년대를 모델로 삼았다"고 대답했다. 무용수의 의상도 1980년대 소련의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제격이라고 한다. 

발레의 프리마 돈나 '아르카디나'역에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크리스티나 크레토바 에카테리나 크리사노바, 에카테리나 쉬풀리나가 맡아 볼쇼이 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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