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휴온스, '스푸트니크V' 이어 ' -라이트'의 국내 판권 서둘러 확보, 왜?
(분석)휴온스, '스푸트니크V' 이어 ' -라이트'의 국내 판권 서둘러 확보, 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08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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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온스글로벌은 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이어 1회 접종 방식인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국내 허가및 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다고 7일 밝혔다. 

휴온스글로벌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국내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며, 빠른 허가를 위해 긴급사용 승인 신청 등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사진출처:RDIF
휴온스 발표문/캡처

휴온스 측의 발빠른 움직임을 놀랄 만하다. 지난 5월 6일 러시아 보건부에 공식 등록된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은 같은 달 12일 앙골라, 15일 베네수엘라, 20일 니카라과, 31일 팔레스타인, 6월 2일 모리셔스, 7일 콩고, 11일 몽골, 25일 키르기스에서 사용 승인되거나 등록됐다고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는 발표했다. 이들 국가들은 일찌감치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을 승인한 국가들이다.

아직 '스푸트니크V' 조차 사용을 승인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스푸트니크 라이트'의 국내 허가및 판매에 관한 권리를 확보했다니, 너무(?) 앞서가는 휴온스측의 기민한 대처에 놀라울 뿐이다. 이미 '스푸트니크V'를 국내서 위탁생산 중인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을 의식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러시아산 코로나 백신의 도입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온스측으로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전검토 신청을 받아 '비임상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정식 품목허가 신청은 제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전검토 신청에 임상자료를 제출하더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휴온스측이 '비임상 자료'를 근거로 신청서를 제출한 데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코러스를 의식해 승인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단 신청서부터 냈거나, 승인을 받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약하거나, 또는 RDIF측으로부터 임상자료 등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임상자료를 이미 보완했어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한국코러스 생산 스푸트니크V 백신의 항공기 적재 모습/사진출처:한국코러스 

반면, 한국코러스는 "러시아측과 국내 승인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느긋하게 있다가, 휴온스측에 사실상 선수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RDIF측은 아직 '스푸트니크 라이트' 위탁 생산국가(제약사)에 대해서는 일체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코러스 측도 RDIF와 '스푸트니크 라이트' 생산에 관해 협의중이라고만 했다. RDIF는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V, 스푸트니크 라이트 백신의 해외 생산및 유통을 맡고 있는 법인이다.

앞서 RDIF측은 지난 4월에만 전세계 8개 제약회사와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협력)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이중에는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 포함된 ISU ABXIS와의 3자 계약(한국코러스의 모회사인 GL Rapha, RDIF) 소식(4월 15일)도 포함돼 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홈페이지 보도자료. 아래는 구글 번역본/캡처

RDIF는 4월 26일 터키 제약사 Viscoran İlaç와,  22일 이집트 제약사 Minapharm 및 ProBioGen(독일)과, 20일 아르헨티나 제약사 Laboratorios Richmond SACIF와, 19일에는 중국 Hualan Biological Bacterin Inc와 위탁생산 합의 사실을 전했다. 그렇게 4월에만 모두 8군데다.

발표 내용들은 뜯어보면 조금씩 다르다. 생산 개시 시점과는 상관없이 협력 합의 사실을 미리 발표한 게 있는가 하면, 생산 개시 자체를 알리는 내용도 있다. 각 위탁협력 제약사 별로 처한 상황에 따라 발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RDIF의 공식 발표 속에는 아직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이 들어 있지 않다. 기술이전을 어느 정도 마친 다음에 생산 개시를 발표할 수도 있다.

다만, RDIF가 한국코러스를 대하는 태도와는 확인히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4월 15일 RDIF, 지엘라파, 이수앱지스간의 3자 계약 사실을 신속히 발표한 것과 6월 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21)에서 진행된 '푸틴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 해외 위탁생산 업체와의 화상회의'에 한국코러스 황대표만 초청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뒤늦게 위탁생산에 뛰어든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의 한계일 지도 모른다.

푸틴대통령과 스푸트니크V 백신 위탁생산업체와의 화상회의 장면. 두번째불 맨오른쪽이 한국코러스 황대표/러시아 TV 채널 '러시아-1' 캡처

휴온스측이 서둘러 스푸트니크V, 스푸트니크 라이트에 관한 판권을 확보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코러스를 의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한국코러스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RDIF로부터 공식 위탁생산 인증(계약 혹은 협력 발표)를 받아내는 게 먼저가 아닐까?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 들어가 있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 등을 위해서라도, 또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스푸트니크 라이트'는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1회 접종 방식의 백신이다. 2회 접종 방식인 '스푸트니크V'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전달체)로 이용하며, 예방 효과는 79.4%, 면역력 유지 기간은 3∼4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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