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의 몰도바, 또 친서방 노선을 택했다 - 산두 대통령 정당이 과반 득표
구소련의 몰도바, 또 친서방 노선을 택했다 - 산두 대통령 정당이 과반 득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13 0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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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 산두 대통령, 조기총선 통해 의회 장악, 적폐 청산및 개혁 나설 듯
몰도바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 급격히 축소 전망 - 주둔 러시아군의 철수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낀 구소련의 작은 공화국 몰도바가 친서방 노선을 선택했다. 작년 11월 대선에서 친서방 노선을 내세운 마이야 산두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데 이어 11일 치러진 조기총선에서도 산두 대통령이 이끄는 '행동과 연대당'에게 과반이 넘는 표를 몰아줬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당초 35~37%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행동과 연대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난 2001년 공산당의 득표(50.07%)를 넘어서는 52.8%의 지지를 얻어 역대 총선 사상 2번째로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해졌다. 의회(총리)가 내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이 외교권과 군 통수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를 취하고 있는 몰도바의 권력구조로 볼때, 산두 대통령의 친서방 개혁 노선은 이제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몰도바 '행동과 연대'당, 총선에서 52% 득표/얀덱스 캡처

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전 대통령(2016~2020년)이 의회 다수세력을 바탕으로 추진해온 친러 노선은 급격히 위축되고 러시아의 영향력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친서방 몰도바 정권과 러시아의 외교 관계가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을 내보내는 문제 등으로 심각한 갈등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도돈 전 대통령은 이날 패배를 인정한 뒤 "최근 4년 동안 이어진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산두 대통령과 그의 정당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만큼 충분히 이성적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돈 전 대통령(2016~2020년)과 블라디미르 보로닌 전 대통령(2001~2009년)이 각각 이끄는 사회주의자당과 공산당의 정당 블록은 기대에 못미치는 27.1% 득표에 그쳤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인구가 330여만명에 불과한 소국으로, 유럽연합(EU)와의 관계 강화와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 관계 유지 사이에서 오랜 내홍을 겪어왔다. 

압승을 거둔 '행동과 연대당'은 이번 총선에서 끊임없이 반복된 권력의 고질적인 부정 등에 분노해 루마니아 등 EU 국가들로 떠난 이민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투표율은 역대 총선에서 가장 낮은 48.4%였다.

몰도바 산두 대통령/사진출처:대통령 인스타그램

이번 총선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산두 대통령이 반대파가 다수를 차지한 의회와의 힘겨루기끝에 간신히 성사됐다. 작년 12월 총리가 사퇴한 뒤 새 정부 구성이 거듭 무산되면서 산두 대통령이 승부수를 띄운 것. 4년 임기의 의원 101명을 선출하는 몰도바 총선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산두 대통령은 이날 총선 승리가 굳어진 뒤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이 몰도바가 처한 혼돈과 몰도바에 대한 도둑들의 지배를 종식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적폐청산 및 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 사법부 정비 등 엄격한 개혁 이행을 내세워 향후 3년 동안 투자 활성화, 경기 부양 등에 필요한 자금 6억 유로(8천160여억 원)를 EU로부터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과 연대당'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67석) 확보에는 실패해 산두 대통령이 친러시아 세력의 극심한 반대로 심도 있는 개혁을 진척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총선에선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엄격한 방역 규칙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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