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스푸트니크V' 승인이 늦어진 진짜 이유 - 로이터 vs RDIF 설전
유럽의 '스푸트니크V' 승인이 늦어진 진짜 이유 - 로이터 vs RDIF 설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14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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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마스터 세포 은행 자료부족, 임상 부작용 검증 시스템 부실"
RDIF "부정확한 보도, 러시아백신 공격의 일환" - 9,10월 승인은 인정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과 유럽의약품청(EMA)의 7월 중 사용 승인 기대는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 언론간의 공방도 치열하다. '팩트 확인'의 키를 쥐고 있는 승인기관은 러시아 타스 통신의 질의에 원칙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초 기대됐던 '스푸트니크V' 백신의 6월말~7월 초 승인 불가능을 맨먼저 알린 곳은 영국의 로이터 통신이다. 이 통신은 지난달 16일 '스푸트니크V'에 대한 승인은 일러야 9월, 늦으면 연말로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6월 10일로 설정된 자료 제출 마감 시한을 개발자인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가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때까지 EMA 측은 생산 데이터를 거의 받지 못했고 임상 데이터도 불완전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최종 검토가 늦어지고, 승인에 관한 결론도 연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로이터 통신의 결론이었다. 

RDIF,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 가을에 유럽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측이 제출하지 않은) 부족한 데이터에 대한 심층 취재를 통해 13일 보다 자세한 내용을 타전했다. 비록 익명이었지만, EMA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발언을 실었다.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프랑스 과학자 그룹이 맡은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검증 자료의 부족과, 임상 시험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검증 보고 시스템의 부실이다.

프랑스 과학자 그룹은 '가말레야 센터' 측이 소위 '마스터 세포 은행'(Master Cell Bank)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EU 규정 중 하나를 준수했다는 사실을 문서화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세포를 구매하거나 다른 연구자로부터 받은 경우, 세포의 확인을 위해 '마스터 세포 은행'에서 유전학적 분석 수행을 권장하고, 유럽은 백신 생산 세포주에 대해 유전자 계통 분석은 물론, 순도, 세포 수, 유전형/표현형 등을 포함한 특성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임상시험 과정에서 백신 접종자들이 경험한 부정적인 결과(부작용)를 보고하는 양식에 '표준(글로벌?) 관행'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위약을 투여한 사람들의 결과를 추적한 방법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목은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최근 보도한 내용과 거의 같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수출 선적 준비 모습/현지 TV 러시아-1 캡처

하지만 심사 자체를 기각할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어서 자료를 보완하는데 많은 작업(시간)이 필요해 '스푸트니크V'의 승인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 통신의 결론이다. 

이에 대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유통을 맡고 있는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측은 "부정확하고 거짓 진술이 포함된, 러시아 백신에 대한 서방측의 허위 정보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RDIF 측은 "서방 제약회사의 로비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전세계 60개 이상의 국가에 등록된 백신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헝가리와 같은 국가의 독립적인 연구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RDIF 드미트리예프 대표, 스푸트니크V의 자료 부족 (로이터 통신)보도는 부정확/얀덱스 캡처
RDIF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현지 TV 캡처
CNBC TV18/위키피디아 캡처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도 13일 인도의 TV 채널 'CNBC TV18'에서 "로이터 통신의 보고는 절대로 정확하지 않으며, 스푸트니크V가 또 공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스푸트니크V 등록 전에도 이런 공격을 경험했으며 언론 보도는 승인기관(EMA)의 공식 성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을쯤 '스푸트니크V'에 대한 EM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예프 대표의 그간 발언을 되짚어 보면, 사실상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인정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또 인도 TV 방송 '인디아 투데이'(India Today)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9월이나 10월쯤으로 WHO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며 "WHO 실사팀이 러시아를 한번 다녀갔고, 또 다른 실사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EMA의 승인 전망에 대해 "EMA와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가을 무렵에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MA), 스푸트니크V의 자료 부족 (로이터 통신)보도에 노코멘트/얀덱스 캡처 

승인기관인 EMA은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대해 직접 논평을 거부했다. EMA측은 러시아 타스 통신의 확인 요청에 "스푸트니크V 백신은 현재 일관된 기준에 따라 검사를 받고 있으며, 이는 판매 허가를 내주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 승인에 필요한 자료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는 의미다. '스푸트니크V'의 유럽 사용 승인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여러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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