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QR코드' 시스템이 은근히 부러운 까닭?
러시아 'QR코드' 시스템이 은근히 부러운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18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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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방역 대책을 지금쯤 점수로 평가하면 몇점이나 될까? 워낙 큰 땅을 가진 나라이기에 방역 성과는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우리가 소식을 자주 접하고 한인들이 많이 사는 모스크바로 범위를 좁힌다면, 평가가 한층 수월할 터. 지난해 3월 모스크바로 가보자.

러시아는 지난해 4월 한달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급여는 줄테니, 모두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쉬어라"고 했다. 방역 용어로는 '전국민 자가격리'였다. 의외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초기단계부터 도입한 것이다. 동시에 해외로 오가는 항공편을 모두 중단해 해외로부터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았다.

모스크바는 독자적으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외출허가제를 도입하고, '전국민 자가 격리'가 끝난 뒤에는 '재택 근무제'로 변환한 뒤 사회 각 분야 필수인력 외에는 대중교통수단 이용마저 차단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긴 줄을 서는 풍경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졌다. 자가용 승용차의 경우, 사전에 운행가능한 번호판을 등록한 뒤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된 '교통 카메라'로 위반 차량을 단속하기도 했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강력한 봉쇄조치였다.

지난해 4월 전국민 '자가격리' 조치로 텅빈 모스크바. 위는 붉은 광장, 아래는 모스크바 강변 도로/사진출처:모스크바 시장 블로그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여부에 따라 지금까지 '사회적 격리두기' 통제의 끈을 죄었다 풀었다를 반복해 왔다.

반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은 역시 '스푸트니크V' 백신의 등장이다. 지난해 8월 세계 처음으로 등록된 '스푸트니크V'는 그러나 임상 3상을 거치지 않는 바람에 서방은 물론, 자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지지부진하다.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RDIF

최근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눈에 띄는 정책이 'QR코드' 도입이다. '뒤늦게 도입한 게 뭐 대단하다고?'라고 하겠지만, 우리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추후 감염 경로 조사에 대비한 '방문 확인용' QR코드가 아니라, '백신 접종자 우대용' QR코드다. 백신 미접종자는 이 'QR코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QR코드' 없이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 음식점 출입 자체가 금지됐다.

이미 백신 수급에 문제를 드러낸 우리나라로서는 도입할래야 할 수 없는 정책이다. 아예 '5인이상 사적 모임 금지', '저녁 6시 이후 3인이상 모임금지'라는 북한식(?) 통제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이유다. 남아도는 백신을 얼른 맞고 계절(백야)를 즐기라는 러시아식 방역대책이 같은 강제적 조치임에도 부러운 순간이다. 

정책의 유연성도 엿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지난달 28일부터 도입한 '음식점 출입 QR코드' 시스템을 오는 19일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운용 기간은 딱 4주. 그 사이에 모스크바의 백신 접종자는 200만명대로 올라갔다. 백신 접종 대상자수 대비, 1차 접종자가 40%에 근접하고 있다. 간단하게 방역 성과를 거둔 셈이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19일부터 레스토랑 출입 QR코드 시스템 적용 중단/얀덱스 캡처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16일 "모스크바 (감염) 상황은 여전히 ​​어렵지만, 주요 지표는 4주째 개선되고 이미 2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며 "카페와 레스토랑 등 음식점 출입에 필요한 'QR코드' 시스템의 적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시설의 야간 영업 금지도 해제되고, 클럽과 바, 디스코테크 등 유흥업소의 영업도 유연하게 통제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한인 사회에서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모스크바 한인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50대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A씨는 지인에게 "백신을 맞지 않으면 모스크바에서는 너무 불편하니, 맞아야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달 초 실제로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3~4일간 고열에 시달리다가 폐렴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갔으나 회생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열 현상을 백신 접종후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는데, 실제로는 코로나 감염이었고, 입원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전세계에 유통되는 코로나 백신은 모두 '임상 3상'을 제대로 거친 게 아니다. 팬데믹(대유행)에 맞서기 위해 긴급하게 사용승인을 내준 '임시 허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나, 러시아에서 백신 접종 후에는 일정 기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라쉬코 보건장관, 백신 접종후 36시간 이상 고열시 의사를 부를 것을 권고/얀덱스 캡처

미하일 무라쉬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신종 코로나의 사망률이 연일 높아지던 지난 16일 "백신 접종자가 하루 100만 명에 이른다"면서도 "접종한 뒤 고열 현상이 24~36시간 지속되면 의사를 불러야(우리 식으로 응급실)한다"는 조언을 빠뜨리지 않았다. A씨와 같은 착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지 언론에는 코로나 감염과 백신 접종후 부작용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일반인으로서는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점의 QR코드 강제 사용은 4주만에 서둘러 중단됐지만, 일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은 앞으로도 계속 QR코드 시스템을 운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입구의 체온측정,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금지 등은 여전히 의무사항이다.

QR코드 정책이 불러온 신선한 풍속도도 있다. 여름이면 유행하는 젊은 층의 타투 문신을 QR코드로 바꾸는 바람이다. 

사진출처:딜리버리 클럽
모스크바 시민들은 QR코드 타투 문신으로도 레스토랑 출입 가능/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배송 서비스업체 '딜리버리 클럽'와 타투 온라인 스토어 '에버링크'가 QR코드 타투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은 QR코드 디자인 6가지중 하나를 골라 주문하면 1주일내 타투 문신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590루블(약 8,900원). QR코드 타투 문신을 새기고 싶은 몸의 부위에 붙이면 24시간 후에 피부에 완전히 새겨진다고 한다. 

음식점 QR코드 시스템은 백신 접종율을 높이면서 '이색 비즈니스' 마저 가능하게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라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최근 우리나라 수도권에서 발령된 '오후 6시 이후 3인이상 사적 모임 금지'라는 '닥치고 지켜'라는 메세지와는 확연히 다르다. 백신이 남아 있고, 억지로라도 맞기만 하면 어디서든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러시아의 방역대책이 부럽다. 평점 부과는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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