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총선 앞서 나발니 영향력 최소화 겨냥 - 이미 불법과격단체 지정
러시아 당국이 26일 수감 중인 '반 푸틴'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계정)들을 차단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통신 감독 당국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은 이날 검찰청의 요청에 따라 나발니 관련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차단된 사이트(혹은 계정)은 10년전 나발니를 유명인사로 만든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인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조직망을 확보한 나발니 본부는 물론, 나발니의 개인 사이트(navalny.com) 등이다.
또 나발니 석방 운동 사이트인 free.navalny.com,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와 류보프 소볼 등의 개인 사이트도 접속이 차단됐다.
현지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나발니와 그 동료들과 관련된 사이트 49개가 막혔다"고 했고, rbc는 'navalny.com'에 접속하려면 '정보, 정보 기술 및 정보 보호에 관한 연방법' (на основании федерального закона Об информации, информационных технологиях и о защите информации)에 따라 접근이 제한된다는 메시지가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러시아 권역에서만 차단될 뿐 국내에서는 사이트 접속이 가능하다.
러시아 당국은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 본부 등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는 활동이 금지된 이 단체들의 극단주의 활동 선전과 유지에 이용돼 왔다"며 "검찰의 요청을 근거로, 26일부터 접근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단체들이 지난달 모스크바 시법원에서 폐쇄 및 활동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시법원은 지난 6월 9일 나발니가 주도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에 대해서는 폐쇄명령을, 나발니 본부에 대해서는 활동 금지 명령을 내렸다.
출범 10년을 맞은 반부패재단은 나발니가 변호사이자 블로그 인플루언스로서 정부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 의혹을 숱하게 폭로한 뒤 세운 시민단체다. 이후 러시아 권력층의 비리 의혹 폭로는 이 재단이 담당해왔다.
시민권리보호재단은 2020년 7월 반부패재단의 법적 승계 단체로 등록됐으며, 나발니 본부는 나발니가 지난 2018년 대선 출마를 겨냥해 만든 지역 선거운동본부다. 각 지역별 부정부패 추적및 폭로, 유력 야권 후보 선거 지원 활동 등을 주로 해왔다.
따라서 러시아 당국의 이번 조치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나발니와 그가 주도한 단체들의 영향력을 최소화 혹은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의 측근이자 변호사인 류보프 소볼은 이날 “현행 법은 적어도 '소볼 소유'라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폐쇄 요구와 이에 따른 당국의 개인 사이트 차단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주목받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으며, 이후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선고된 집행유예가 징역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복역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