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러시아)여자체조, 미국 꺾고 사상 첫 금메달 - 태권도의 제2 종주국 기세?
(도쿄올림픽-러시아)여자체조, 미국 꺾고 사상 첫 금메달 - 태권도의 제2 종주국 기세?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7.28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체조여왕' 바일스의 기권으로 첫 금메달 - '스프라이즈'는 계속된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을 갈아엎은 러시아, 금2 은1 동1로 최다 메달 획득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에 양궁이 있다면, 러시아, 즉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게는 기계체조가 있었다. 러시아는 도쿄올림픽의 기계체조 남녀 단체전에서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남자는 25년만에, 여자는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체조 남자팀이 일본의 벽을 가까스로 제치고 정상에 오른 장면도 한국 양궁의 남자단체전 준결승전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러시아 기계체조 여자 단체전 경기와 금메달 수상 모습/사진출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텔레그램 채널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체조 여자대표팀은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최강의 미국팀을 꺾고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팀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체조 선수'로 꼽힌 시몬 바일스의 기권으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개 종목 합계 166.096점으로 ROC(169.528점)에게 3점 이상 뒤졌다. 

러시아팀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바일스 선수의 경기 중 기권으로 의외로 쉽게 이뤄졌다. 외신들도 러시아팀의 금메달 획득보다는 바일스 선수의 기권을 더 크게 다룰 정도였다.

러시아 체조 여자단체전 우승 순간과 그 후
러시아 선수들을 축하 포옹하는 바일스 선수/사진출처:ROC

바일스는 2016 리우데자네리우 올림픽에서 여자 기계체조 6개 종목 중 4개 종목(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운동)을 석권한 '체조 여왕'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6관왕을 목표로 했으나 처음부터 빗나갔다.

바일스는 이날 단체 첫번째 종목인 도마에서 13.766점으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은 직후 남은 종목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팀 닥터와 함께 대회장을 빠져나갔다가 점퍼를 입고 다시 돌아온 그녀는 조용히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바일스는 금메달을 확정한 러시아 선수들을 포옹하며 축하한 뒤 기자회견에서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며 "바보 같은 실수로 부상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한발 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경기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그냥 뒷자리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기권임을 시사했다. 

첫 금메달을 수확한 러시아 체조팀에게는 또다른 '스프라이즈'(surprises)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 아슬아슬하게 역전승한 뒤 포효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남자팀과는 달리, 여자팀의 우승 환호는 올림픽 선수촌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터져나왔다. 선수촌 방의 불을 켜자, 팀 동료들이 함성을 지르며 꽃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담은 짧은 동영상은 러시아에서는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ROC 팀의 스프라이즈 종목은 태권도다.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21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한국과 달리 러시아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받아 '제2의 태권도 종주국'이 된 느낌이다. 태권도 부문 메달 집계에서 1위다. 한국은 은1, 동2개로 역대 최하위.

러시아 태권도 남자
러시아 태권도 여자 경기 모습/사진출처:ROC

러시아 태권도팀의 성과는 유소년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발굴과 육성 시스템을 갖춘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함께 세계 태권도 정상을 나란히 했던 이란은 이번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강호 중국도 노골드에 동메달 1개 수확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10대 후반의 어린 선수들이 전통적인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하며, 금메달을 따내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10여년 만에 전면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