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금메달 도난당했다' 흥분하는 동료 달래는 러시아 도마 은메달 아블랴진
(도쿄올림픽)'금메달 도난당했다' 흥분하는 동료 달래는 러시아 도마 은메달 아블랴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04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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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환과 동점, 기술난이도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러시아, 일부에선 흥분
2019년 11월 부상, 도쿄올림픽 1년 연기되지 않았으면 출전조차 못할 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신재환(24)에 밀려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에 그친 러시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체조 선수 데니스 아블랴진(29)의 뒷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언론은 아블랴진을 올림픽 3회 연속으로 한국, 북한, 다시 한국 선수에 막혀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선수'로 부른다. 

실제로 올림픽 금메달의 운이 없기도 했다. 아블랴진은 1, 2차 시기 합계 14.783점으로 신재환과 동점을 이뤘으나 기술 난이도에 밀려 은메달로 떨어졌다. 일찌감치 남자체조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으니, 그는 자신의 주종목인 도마에서 우승하면 '체조 2관왕'에 오를 수도 있었다. 올림픽에서만 이미 7개의 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를 대표하는 체조 선수 아닌가?

그의 불운은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2020년 도쿄에서 남북한 선수들을 만나면서 계속됐다. 런던에선 동갑내기 양학선에게, 양학선이 부상으로 빠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북한의 리세광에게, 이번에는 '다크호스'로 여겨졌던 신재환에게 금메달의 꿈이 막혔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그의 의연한 태도다. 아블랴진은 주변에서 터져나온 경기 규칙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도마 3연속 은메달'이라는 운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블랴진, 모두 진정하고 금메달을 도난당했다고 말하지 말 것을 촉구/네바 스포츠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블랴진은 2일 "매우 심각한 부상을 딛고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해 도마 결승에서 메달 세 개째를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쉬움을 떨치지는 못했다. 그는 "왜 신재환 선수가 금메달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코치진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며 "내가 할 일은 점프(경기)하는 것이고 다 끝났으니, 모두 진정하고 더이상 '금메달을 도난당했다'고 말하지 말라"고 동료들을 달랬다.

그는 지난 2019년 11월 훈련 중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지 않았다면, 아예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그의 어머니도 이날 현지 TV 방송에 나와 "아들이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진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부상을 이켜내고 도쿄에 가 3회전 연기를 보여줘 좀 놀랐다"고 그녀는 말했다. 

은메달을 목에 거는 데니스 아블랴진/사진출처:러시아올림픽위원회 텔레그램 계정

유독 그의 은메달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동료 선수들이다. 일부 선수들은 "올림픽 체조 종목의 동점 처리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금메달을 도난당했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선수는 "이같은 일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규칙으로 아블랴진이 금메달을 도난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4년까지는 같은 점수가 나왔을 경우, 공동 수상이었다고 한다. 2015년 이후 기술 난이도가 높은 선수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규칙을 바꿨다.

또다른 선수는 "여자선수들은 같은 점수가 나오자 (동메달을) 공동수상했는데, 남자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여자 마루운동에서 러시아의 안겔리나 멜니코바와 일본의 무라카미 마이는 같은 점수를 기록해 동메달을 공동수상했다.

러 체육부 장관, 아블랴진은 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받을 만했다고 밝혀/얀덱스 캡처

올레그 마티친(Олег Матыцин) 러시아 체육부장관은 "그의 은메달은 금메달이나 다름없다"고 애써 위로하기도 했다. 마티친 장관은 "아블랴진이 도쿄올림픽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금메달 선수와 같은 점수를 얻었으나, 이미 최고의 기술을 보여줬고, 단지 선정 기준에서 밀려 은메달이 차지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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