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러시아) 종합성적, 금메달순 5위, 메달순 3위 - 선전 이유는 지리적 이점?
(도쿄올림픽-러시아) 종합성적, 금메달순 5위, 메달순 3위 - 선전 이유는 지리적 이점?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0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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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리우 올림픽 메달수 넘어서, 4위놓고 영국과 순위다툼
러시아의 선전은 '지리적 이점' 분석 - 블라디 사할린서 대회준비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즉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들의 사기가 드높다. ROC는 일찌감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거뒀던 성적을 뛰어넘었다. ROC 선수들은 6일 기준으로 62개(금 17개·은 23개·동 22개)의 메달을 따냈다. 육상 등 일부 종목의 출전이 금지당했던 리우 올림픽에서 러시아가 따낸 메달은 56개(금 19개·은 17개·동 20개)에 그쳤다. 

ROC는 아직 메달을 추가로 딸 수 있는 경기 일정이 많이 남아 있다. 금메달 숫자에서도 지난 올림픽의 성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러시아, 금메달 사냥에 나서, 7일 모든 종목 결승전(온라인 중계)/얀덱스 캡처

특히 폐막을 하두 앞둔 7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34개)이 나오는 날이다. ROC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단체)과 리듬체조(개인 종합) 부문의 금메달을 따놓은 당상이라고들 한다.

남자 배구와 비치 발리볼, 여자핸드볼, 레슬링 자유형과 근대 5종 경기 등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현지의 한 스포츠 매체는 최대 5~7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고 썼다. 

ROC는 6일 현재 금메달 순위로는 5위에 쳐져 있지만, 메달 전체 순위로는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다.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ROC 위원장은 올림픽 출정식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종합순위 3위(금메달 기준)를 차지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이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면서 ROC는 사실상 영국과의 4위 다툼으로 밀려났다. 

위로 부터 중국 미국 일본 영국 ROC 호주 이탈리아/캡처

해묵은 논쟁이지만, 올림픽 메달 집계 순위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있다. 사실 올림픽에서 국가별 메달 순위는 의미가 없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올림픽 대회조직위원회가 메달 집계 순위를 공개하지만, 종합우승 국가격인 1위 국가에 별도로 시상하거나 혜택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각국의 고위인사들이나, 스포츠팬들에게는 여전히 메달 순위가 주요 관심사다. 

IO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메달 합계 1위는 금메달 31개와 은메달 36개, 동메달 31개 등 총 98개의 메달을 딴 미국이다. 그러나 ‘금메달 기준'으로 1위인 중국은 금 36개, 은 26개와 동 17개를 합친 79개로, 미국에 20개 가까이 뒤져 있다. 금메달 기준으로 중국(36) 미국(31) 일본(24) 영국(18)에 이어 5위(17)인 ROC는 모두 62개의 메달을 따 3위다. 

메달 순위를 따지는 기준도 각국별로 다르다. 미국 언론들은 대부분 미국이 메달 순위 1위인 것으로 보도한다. 미국은 메달 색깔을 가리지 않고 총 메달 수 기준으로 순위를 따져 왔기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금메달 순위로 종합순위를 따진다. ROC가 낸 자료에도 러시아는 5위이고, 현지 언론도 4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2012 런던과 2016 리우에서 미국은 금메달 수와 총 메달 수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종합 1위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다른 양상이 펼쳐지자 미국 언론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야후스포츠는 5일 ‘미국은 왜 특이한 방식으로 메달을 집계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른 나라는 금메달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며 “IOC나 대회 공식 홈페이지 메달 순위도 금메달 수 기준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기 게양 모습/사진출처:ROC 텔레그램 채널

도핑 위반 혐의로 제재를 받은 러시아가 국제스포츠계의 예상을 깨고 도쿄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무관중을 원칙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과거에 비해 취재 기자들도 많지 않아 러시아 제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또 소위 '섹스 방지 침대'나 폭염 등 전례없는 올림픽 현장의 사건 사고들이 러시아의 징계 사실을 덮어버렸다. 초반부터 러시아 선수들의 기를 꺾을 요인들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ROC라는 이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는 그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러시아 국기(國旗)나 국가(RUSSIA)명을 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지만, 러시아 국기의 삼색, 즉 '빨강, 하양, 파랑'으로 디자인된 유니폼 덕분에 '러시아의 자긍심'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 올림픽 대회를 취재 중인 한 러시아 기자는 "우리가 제재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창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도 개막 직후 "도쿄올림픽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대러시아 제재 효과를 얻지 못했다"며 "특히 유니폼이 그렇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대높이뛰기에서 은메달에 그친 안젤리카 시도로바 선수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러시아는 '날으는 새' 이신바예바 선수를 앞세워 이 종목에서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사진출처:ROC

2016 리우올림픽과는 달리, 육상(출선 선수 10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종목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도 ROC가 메달 순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리우올림픽 개막전 '도핑 혐의'로 역도와 육상 등이 출전을 금지당해 271명의 '미니 선수단'을 리우로 보냈다. 271명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104년 만에 가장 적은 수. 전체 28개 종목중 24개 종목에만 참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은 특이하면서도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러시아의 선전에는 지리적 위치가 영향을 미쳤다"며 지리적 이점을 '비밀 병기'로 꼽았다. 러시아 대표 선수들이 도쿄와 비슷한 시간대와 조건을 갖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과 사할린 등에서 대회를 준비해온 것이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력 발휘에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 선수들이 보통 대회 출전에 앞서 미리 현장 적응 연습을 하는 걸 보면, 의외로 날카로운 지적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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