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러시아) '인간 승리 톱-5'를 뽑아보니 - 싱크로수영 체조 레슬링..
(도쿄 올림픽-러시아) '인간 승리 톱-5'를 뽑아보니 - 싱크로수영 체조 레슬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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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로 수영 로마시나, 올림픽 금메달 총7개 확실-배영 100m 미국 아성 깨
베슬란 인질사건 생존 꼬마, 레슬링서 동메달-리듬체조엔 쌍둥이 자매 출전

올림픽은 '인간 승리'를 확인하는 무대다. 역경을 딛고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남들이 근접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승패의 순간,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다. 모두 올림픽 경기를 지켜본 지구촌 팬들에게는 '인간 승리'로 기록된다.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를 웃고 울린 스타들은 누구일까? '톱-5'를 뽑았다.

현지 언론이 가장 주목한 선수는 역시 아티스틱 스위밍(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서 통산 최다관왕에 오른 스베틀라나 로마시나(32)다. 올림픽에서 통산 6개의 금메달을 따내고 하나를 더 예약한 상태다. 지금까지 금 5개의 아나스타샤 다비도바, 나탈리야 이셴코를 이번 대회에서 가뿐히 넘어섰다.

아티스틱 스위밍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로마시나-콜레스니첸코 듀엣/사진출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텔레그램 채널

로마시나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즉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단의 간판이다. 크렘린에서 열린 올림픽 출정식에서 330여명의 선수단을 대표해 '필승의 각오'를 다졌던 그녀다. 

로마시나는 4일 도쿄수영장에서 끝난 아티스틱 스위밍 듀엣 경기에서 스베틀라나 콜레스니첸코(28)와 짝을 이뤄 '거미'를 테마로 한 환상적인 연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4회 연속 금메달이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첫 금메달(팀)을 시작으로 2012 런던, 2016 리우에선 각각 2관왕(듀엣·팀)에 올랐다.

듀엣 부문 우승은 이번 도쿄 대회까지 3연패다. 그러나 그녀의 소감은 아직 진행형이다. "이 금메달이 6번째라는 걸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했던 노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7번째 금메달이 유력하기 때문이리라.

로마시나는 7일 팀 종목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거의 확정적이다. 러시아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아티스틱 스위밍에 걸린 금메달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다. 그녀는 또 아티스틱 스위밍의 역대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도 경신할 전망이다.

로마시나 금메달 획득 그래프, 2008년 1개, 2012,16년 2개, 2021년 1개/ROC 캡처

여섯 살 때 아티스틱 스위밍을 시작한 그녀는 물속에서 5분 가량 숨을 참을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16세에 첫 출전한 2005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팀 종목에서 우승한 후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까지 선수권 대회에서만 무려 21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소위 메이저 대회에서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는 그녀다. 지금까지 올림픽·세계선수권·유럽선수권 대회의 39개 종목에 출전했는데,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네살배기 딸을 가진 로마시나는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한동안 물을 떠났다. 출산하고, 주니어 대표팀을 가르치면서, 국가대표팀 코치도 맡았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도 건너뛰었다. 그러나 2018년 9월 다시 물로 돌아와 이듬해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다. 도쿄 올림픽은 그녀에게 고별 무대다. 은퇴 후엔 지도자를 하거나 FINA(국제수영연맹)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일하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듀엣 부문 금메달을 따는 날,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장내 아나운서가 3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를 먼저 ROC로 호명했다. 그 순간, 금메달을 딴 로마시나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합병으로 얼굴을 마주하기에 껄끄러운 상대 아닌가?

도쿄올림픽 조직위 다카야 마사노리 대변인은 이튿날 정례 브리핑에서 "듀엣 메달 시상식에서 우크라이나의 국가 명이 잘못 불리는 일이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베슬란 쉬꼴라 인질이었다/얀덱스 캡처
최악의 인질극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동메달을 목에 건 아르투르 나이포노프/캡처

비록 동메달에 그쳤지만, 러시아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선수는 레슬링 자유형의 아르투르 나이포노프(24)다. 자유형 86kg급에서 이란의 하산 야즈다니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그의 어린 시절이 현지언론에 의해 집중 조명되면서 '인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금부터 17년 전인 2004년 9월 1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의 작은 도시 베슬란에서 수십명의 괴한들이 '쉬꼴라'(초중등학교)에 난입,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았다. 러시아 당국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어린이 155명을 포함해 330여명이 사망했다. 그 끔찍한 사건에서 나이포노프도 10세 누나와 함께 인질로 잡혔다. 갓 레슬링에 입문한 직후였다.

그의 기억에 엄마 스베틀라나는 인질극 진압과정에서 숨졌다. 아들과 딸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그의 누나는 "엄마 덕분에 살아서 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나이포노프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끔찍한 인질극을 이겨낸 모습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동메달을 따고도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이유다.

그의 트레이너는 "아르투르는 금메달을 땄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그 체급에서 막강한 라이벌들의 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에 그쳐 가슴을 쳤다. 

아블랴진, "모두 진정하고 금메달을 도난당했다고 말하지 말 것"을 촉구한 현지 네바 스포츠 캡처
은메달을 목에 건 데니스 아블랴진/출처:러시아올림픽위원회 텔레그램 계정

다른 이유이지만, 가슴을 친 선수는 또 한명 있다. 한국의 신재환에 밀려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에 그친 데니스 아블랴진(29). 올림픽 3회 연속으로 한국, 북한, 다시 한국 선수에 막혀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선수'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지질이도 복이 없었다. 아블랴진은 1, 2차 시기 합계 14.783점으로 신재환과 동점을 이뤘으나 기술 난이도에 밀려 은메달로 떨어졌다. 일찌감치 남자체조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으니, 자신의 주종목인 도마에서 우승하면 '올림픽 체조 2관왕'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는 올림픽에서만 이미 7개의 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를 대표하는 체조 선수다. 

그래도 그는 의연했다. 아블랴진은 '금메달을 도난당했다'고 반발하는 동료선수들을 다독이며 '올림픽 도마 3연속 은메달'이라는 운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현지 언론과 만나 "매우 심각한 부상을 딛고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해 도마 결승에서 메달 세 개째를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끝내 아쉬움을 떨치지는 못했다. 

야블랴진은 지난 2019년 11월 훈련 중 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지 않았다면, 아예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의 어머니도 "아들이 올림픽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진짜 생각하지 못했다"며 "불굴의 의지로 부상을 이겨내고 도쿄에 가 3회전 연기를 보여줘 좀 놀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우리들의 영웅 릴로프'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러시아팬들/ROC 캡처
고양이 마스크를 쓴 릴로프/출처:인스타그램

'뉴 마린보이' 황선우가 세계를 놀라게 한 수영 종목에서 '영웅' 한명이 러시아에서 탄생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자 배영 100m에서 에브게니 릴로프가 가장 빨리 터치했다. 릴로프는 동료 콜레스니코프와 함께 미국을 3위로 밀어냈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한 미국의 라이언 머피는 동메달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가 수영 종목에서 '미국 수영의 신화'를 깨뜨리고 올림픽을 제패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5년 만이다. 미국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남자배영 연속 금메달이란 대기록을 이어 왔다. 그러나 릴로프의 힘찬 역영 한번으로 '미국 수영의 신화'는 깨졌다. 

그는 금메달 확정 후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릴로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는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싶었지만 주최 측은 '이 마스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해 울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고양이 마스크 착용 사진은 국내외 언론에 도배됐다.

그가 모스크바로 귀국하는 날, 공항에는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우리의 영웅'이라는 입간판을 든 팬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리듬 체조 예선 성적, 1위 디나 아베리나, 2위 아리나 아베리나/출처:ROC
쌍둥이 자매의 경기 모습/출처:ROC

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쌍둥이 자매끼리 다투는 리듬체조. 아리나, 디다 아베리나 자매는 리듬체조 토너먼트 예선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 둘 중의 하나는 금메달이 확실시된다. 언니 아리나가 동생(디나)에게 밀려 0.125점 차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리나는 "결선에서는 예선의 실수를 만회하고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녀의 예선 실수는 부상 후유증으로 알려졌다.

동생 디나는 부상 이력이 있는 언니를 걱정했다. "그녀가 다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언니의 부상 트라우마가 결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쌍둥이 자매의 마지막 결전이 러시아에서 큰 주목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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