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러시아 종합 순위 5위로 처져 -리듬체조 눈물에 '사진 논란'까지
(도쿄올림픽) 러시아 종합 순위 5위로 처져 -리듬체조 눈물에 '사진 논란'까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09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역대 최하위 5위 기록 -리우 올림픽선 4위
리듬체조 은 2개에 눈물 -높이뛰기 금 동메달 포옹사진에 우크라선 난리

러시아, 즉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종합순위(금메달 기준)가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5위 (금메달 20개, 은메달 28개, 동메달 23개)로 처졌다. 5위는 소련은 물론, 러시아(이번까지 7번 출전)로 따져도 가장 나쁜 성적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도쿄올림픽 순위가 육상 등 일부 종목의 출전이 금지된 최악 조건 속에 치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보다 1단계 더 떨어진 데 대한 분석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3위(총 메달수)라는 위안섞인 주장도 나오지만,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총 메달수가 아닌 금메달수로 국가별 순위를 선정했다.

러시아, 도쿄올림픽 종합 순위 5위/얀덱스 캡처

종합 1위는 미국이다. 금메달 39개, 은메달 41개, 동메달 33개 등 총 113개의 메달을 차지해 총메달 집계로도 1위다. 2위는 중국으로, 금메달 38개(은 32개, 동 18개), 3위는 일본(금 27개, 은 14개, 동 17개), 4위는 영국 (금 22개, 은 21개, 동 22개)이다.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16위에 그쳤다. 

현지 언론이 도쿄올림픽 결산에서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 종목은, 역시 2위로 밀린 리듬체조(은메달 2개)다. 러시아는 명실상부한 리듬체조 최강국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직전의 리우올림픽까지 5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리듬체조에서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여겼다. 예선 순위 1, 2위도 쌍둥이 자매 디나, 아리나 아베리나(23)가 차지했다. 

불가리아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ROC 리듬체조 단체전/사진출처:러시아올림픽위원회 텔레그램

그러나 7일 열린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선에서 이스라엘의 리노이 아쉬람(22)이 쌍둥이 자매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디나 아베리나가 은메달, 아리나 아베리아는 아예 메달권에도 들지 못한 4위였다.

러시아에서는 곧바로 난리가 났다. 모두 '심판 판정'을 문제삼았다. '아쉬람이 리본 연기 도중 리본을 떨어뜨렸는데도 우승했다는 것'이다. 디나 아베리나도 경기 직후 "심판 판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아리나 아베리나는 홧김에(?) "리듬체조를 그만두겠다"고도 했다.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 ROC 위원장은 국제체조연맹(FIG)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마저 나서 "심판들이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기를 쳤다"고 비난했다.

논란은 계속됐다. 이튿날 열린 리듬체조 단체전에서도 러시아가 불가리아에게 밀려 은메달에 그치자, 이번에는 심판들의 '러시아 리듬체조 죽이기'라는 비판이 러시아에서 쏟아졌다. 만약 러시아가 이전 5번의 올림픽에서와 마찬가지로 리듬체조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다면, 영국을 제치고 리우올림픽 순위(4위)를 고수했을 것이고, 만족스러워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불운은 기계체조의 남자 도마 종목에서 일어났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데니스 아블랴진(29)이 한국의 신재환와 동점을 이뤘으나 기술난이도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아블랴진도 금메달리스트'라는 안타까운 소리가 러시아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3회 연속으로 한국, 북한, 한국 선수에 막혀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선수'로 기록됐다. 남자체조 단체전에서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딴 기세를 몰아, 주종목인 도마에서 우승했다면, 그는 '올림픽 체조 2관왕'으로 그간의 아쉬움을 한번에 털어버릴 수 있었다.

러시아 라시츠케네와의 사진으로 우크라이나 높이뛰기 선수에 대한 마녀사냥/얀덱스 캡처
여자 높이뛰기 금메달 순간/사진출처:ROC

러시아 언론을 달구는 또 하나의 이슈는 여자 높이뛰기 결선후에 나온 사진 한장이다. 2m04를 넘어 금메달을 차지한 ROC의 마리아 라시츠케네(28)가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우크라이나 야로슬라바 마구치흐(20)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마구치흐로서는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든 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서로 포옹을 하고, 국기를 몸에 두른 뒤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러시아에 적대적인 우크라이나에서는 난리가 났다. 네티즌들은 마구치흐가 우크라이나군 상사, 라시츠케네가 러시아군 대위라는 사실에 빗대 "침략자의 군 장교를 껴안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 러시아 라시츠케네와 포옹하는 우크라이나 마구치흐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적/현지 매체 이즈베스티야 캡처

이번에도 러시아의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이 나섰다. 그녀는 "(러시아가 아니라) 두 선수의 사진을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우크라이나의 적"이라며 "스포츠맨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일 도쿄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듀엣 결승에서 3위에 오른 자국 선수를 ROC로 잘못 호명한 도쿄올림픽조직위의 실수 등으로 쌓인 묵은 감정을 사진 한장으로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장내 아나운서는 잠시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수정했으며, 올림픽 조직위가 공식으로 사과한 바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출전 선수들을 괴롭힌 도쿄의 폭염에 실신하면서 그 무서움을 직접 몸으로 보여준 ROC의 양궁 선수는 어떻게 됐을까? 놀라지 마시라. 양궁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ROC의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는 귀국 직후 결혼했다는 소식이다. 그녀는 일부 학자들이 우리 민족의 시원이라고 주장하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동쪽에 위치한 부랴티야 공화국 출신. 몽골족의 후예인 부랴티야족은 생김새가 우리와 아주 비슷하다.

곰보예바가 올린 결혼 사진. 혼인신고를 마친 뒤 나오면서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캡처

그녀는 개인 토너먼트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귀국한 뒤 결혼 사실을 알렸다. 남편과 찍은 사진을 "2021년 8월 7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