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넘보는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 최고 전문가들 잇따라 체포
미국이 넘보는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 최고 전문가들 잇따라 체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17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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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총괄 연구소 소장, 12일 반역혐의로 구속
2018년부터 관련 기술 유출 등 혐의로 고위 과학자 잇따라 체포

푸틴 대통령이 자랑해온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러시아의 최고위급 과학자가 관련 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12일 전격 체포됐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그에게 반역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레포르토보 구역 법원은 1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극초음속 시스템 기술개발 연구소(HSRI, 러시아어로는 Научно-исследовательское предприятие гиперзвуковых систем, НИПГС)’의 소장이자 수석 설계자인 알렉산드르 쿠라노프(73)에 대해 2개월간 구속(구속영장 발부)를 허가했다. 이 판결에 따라 쿠라노프 소장은 정식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2개월간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된다.

법원, 쿠라노프(소장)을 국가반역 혐의로 2달간 체포/얀덱스 캡처 

쿠라노프 소장이 국가 반역죄로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것으로 언론은 전했다.

그가 해외로 빼돌린 기술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기술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방공망이 감지하기 힘든 매우 낮은 고도로 빠르게(마하 20, 시속 약 2만1,000km)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현존 방공시스템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18년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는 99㎞의 낮은 고도에서 궤도를 수평으로 수정한 뒤 목표물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것으로 평가됐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어떤 방어 시스템도 뚫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미사일은 2019년 12월 실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극초음속 아방가르드 미사일/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아방가르드'와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 후 최대 100㎞ 정도만 솟구친다면, 일단 대기권 밖 요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활강 시 비행 경로와 목표물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어 궤도 예측이 매우 힘들다. 또 음속의 5배 이상인 극초음속 비행이라 음속 이하의 크루즈 미사일을 상대하는 지대공 미사일의 요격 능력 밖에 있다.

궤도를 미리 계산해 대기권 밖이나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는 하강 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한 기존의 탄도미사일보다 방어하기 훨씬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미국이 현재 가동 중인 미사일 방어시스템(MD)체계로는 탐지 자체도 어렵다고 한다. 

러시아 측이 시험 발사를 계속하는 해상 발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러시아어로는 '찌르꼰')은 방어가 더욱 어렵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말 마하 8 이상인 극초음속 ‘치르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북극권 바렌츠해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450km 떨어진 해상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 러시아 측은 올해 들어서도 '치르콘'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찌르꼰 미사일 발사 장면. 위로부터 발사대가 열리고, 미사일이 발사대를 빠져나와 화염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출처:국방부 공개 동영상 캡처

체포된 쿠라노프 소장은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체계의 원천기술로 알려진 구소련의 극초음속 발사체 '아약스'를 개발한 과학자 중 한명으로 알려졌다. 관련 연구소 HSRI의 소장을 맡을 정도로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의 체포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중 일부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쿠라노프가 외국인에게 특정 연구 기밀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대중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아예 "미국에 비밀을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미국인에게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넘겨준 혐의로 체포된 쿠라노프 소장에 관한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 웹페이지/캡처 

기술을 빼돌린 국가로 미국이 지목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객관적으로 러시아에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에서 자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AGM-183A ARRW'의 시험 발사를 실시했지만, 실패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소련이 과거 미국으로부터 핵(무기) 기술을 빼내왔지만, 이제는 미국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훔쳐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기관(FSB)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에서는 극초음파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반역혐의 형사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산하 중앙기계제작연구소 (Центральный научно-исследовательский институт машиностроения, ЦНИИмаш) 소속 과학자가 극초음속 방어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 유출 혐의로 체포됐고, 이듬해에도 같은 연구소의 우주선 담당 부국장이 반역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모스크바물리연구원 (МФТИ) 교수이자 공기유체역학연구소(ЦАГИ) 교수인 발레리 골럽킨과 아나톨리 구바노프 공기유체역학연구소 연구원이 지난해 같은(반역)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모두 비행체의 극초음속 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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