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사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 대비 30%나 떨어진 까닭
러시아 항공사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 대비 30%나 떨어진 까닭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8.26 0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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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선 운항제한으로 항공기를 국내선으로 돌려 - 여름 성수기 반짝
경기 회복되더라도 러시아 항공시장 경쟁 치열 - 일부 업체 파산위기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면서 러시아의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항공사의 9월~12월 국내 항공권 평균 가격(편도)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17%, 왕복 티켓은 지난해 대비 30%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더라도 항공권 평균 가격이 12.8%나 저렴한 7,500루블(약 12만원)에 불과했다.

8~12월 러시아항공 국내선 평균 가격 30% 떨어져/얀덱스 캡처 

현지 항공권 판매업체 aviasales 서비스 담당자는 이즈베스티야에 "9-12월 이코노미 클래스 러시아 항공권의 평균 비용은 7,500 루블"이라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2.8% 저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 기준 국내선 항공권 평균 가격(편도)도 1인당 5,500루블(약 8만8천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6.7%, 2020년 대비 5% 저렴한 상태다.

"러시아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는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표를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연 6% 안팎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현지 항공업계는 가격 하락의 근본 원인을 항공사 운송 능력의 급증에서 찾고 있다. 9, 10월을 겨냥한 러시아 항공사들의 국내선 운용 좌석 수는 무려 2,400만 석으로 '기록적'이라고 한다. 1년 전보다 36%, 2019년보다 6% 증가한 것이라고 한 항공업체는 밝혔다. 국제선의 제한적 운항으로 여유 항공편을 죄다 국내선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녹색 상징의 시베리아 항공(S7)/사진출처:공식 인스타그램

시베리아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를 모공항으로 국내외 노선을 운항중인 시베리아 항공(S7 Airlines)의 이리나 둔코바 대변인은 "지난 1년 반동안 S7항공사는 2019년에 비해 싸게 항공권을 팔았다"며 "그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현재는 각 항공사가 많은 좌석을 국내선으로 돌려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항공사 간의 과도한 경쟁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국제선 항공권은 평균 1만 루블(약 16만원) 수준으로 2019년 가격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권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것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난 셈이다.

서울~모스크바 아에로플로트 항공권(왕복)은 이달까지 이코노미 좌석(기본) 기준으로 130만원을 웃돌고 있으나, 9월에는 2일 출발 항공편부터 90만원대로 떨어진다. 지난 1월에는 모스크바행 아에로플로트의 이코노미 좌석(편도)은 70만4,400원(기본)에서 시작했다. 서울~모스크바 왕복의 경우, 가장 싼 가격(기본)이 102만7,800원이고, 비싼 티켓(플렉스)은 137만7,400원이었다.

그러나 4월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여름 성수기 13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가 다시 100만원대 이하로 내려가는 중이다.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사진출처:공항 SNS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남유럽으로 향하는 국제항공편 가격은 이달 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컨데 세르비아행 노선은 1만8,000루블(약 28만8천원)서 그리스행은 2만1,000루블(33만6천원), 불가리아 행은 2만3,000루블(36만8천원)에서 구입이 가능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러시아의 항공권 구매 습관도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갑작스럽게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으니, 미리 여행 계획을 세워 항공권을 예약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항공기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른다. 2~3주 안에 출발하는 항공편의 티켓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항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해제 등으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 항공사들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항공권 가격 하락에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운항 비용 증가, 공항 이용료 상한제 폐지에 따른 추가 부담 발생 등 항공사들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겨울 시즌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7항공사도 '항공권 인하 경쟁'이 항공사들의 손실을 키워,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전세계 항공사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지난 1년 6개월간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가 긴급 운영 자금을 지원하고, 공항임대및 이용료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백신 접종으로 항공 수요가 조금씩 늘면서 정부 지원은 줄어드는 대신, 항공사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이 또다른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사진출처:항공사 SNS

현지 전문가들은 러시아 항공시장의 경쟁은 굉장히 높아 일부 소형 항공사의 파산이 우려된다며 항공 수요의 회복과 맞물려 일부 업체의 파산 이후에야 항공권 가격이 제 가격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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