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주목 받지 못한 제6차 동방경제포럼 - 핵심 이슈 '톱-5' 정리
국내서 주목 받지 못한 제6차 동방경제포럼 - 핵심 이슈 '톱-5' 정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0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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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대통령, 본회의 연설서 일본과 영유권 분쟁 '쿠릴열도'의 개발정책 발표
블라디 외곽에 테마파크, 골프장 건설 - LH 건설 '산단' 배후도시의 전망은?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로 2년만에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이슈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한일 양국의 권력교체기(한국의 내년 대선과 일본의 총리 교체 총선)가 겹친 탓인지, 코로나 위기 탓인지는 불분명하나, 한일 양국에서는 아예 최고위급 인사가 참석하지도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으로 이번 포럼에 참석, 푸틴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줬을 정도였다.

3일 본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연설과 사회자와의 대담 등을 통해 일본과의 평화협정및 쿠릴열도 개발, 극동지역의 도시 재생, 북극항로 개발 등 자체 이슈에 주로 시간을 할애했다. 

푸틴 대통령, 일본과의 평화협정 부존재는 '넌센스'/얀덱스 캡처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서 연설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가장 큰 관심을 끈 사안은 일본과의 평화협정.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우리(러시아와 일본)의 관계에서 평화협정이 없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일본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청산'을 끝내야 할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미군 주둔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를 제기해 그의 진정한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미군이 러시아 국경 인근에 배치되는데 대한 우리의 우려를 일본이 먼저 해소해줘야 한다"며 "아직 이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으니, 일본이 먼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양국간 평화협정 협상에서 이 문제(주일 미군)가 핵심 장애물이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셈이다.

이 외교적 표현을 아주 직설적으로 해석한다면,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거점으로 한 주일미군이 돌려받은 쿠릴열도에 자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으니, 미사일 배치 포기(나아가 주일미군 철수) 약속을 하든가, 땅을 포기하라는 협박으로 들린다. 궁극적으로는 쿠릴열도를 돌려주지도, 평화협정 체결도 안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나 다름없다. 

푸틴 대통령, 10년간 면세 혜택 등 쿠릴열도에 대한 투자 자유화 정책 발표/얀덱스 캡처 

그의 협박은 쿠릴열도의 투자 유치및 개발 약속으로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쿠릴열도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와 재산세, 토지세 등을 10년간 면제하고 관세 혜택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쿠릴열도 개발 계획은 미하일 미슈스틴이 지난달 현지를 방문하면서 처음 제시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추진중인 극동지역개발계획에 쿠릴열도를 포함하겠다는 구상인데, 일본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3일 열린 동방경제포럼 본회의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식 극동개발계획은 경제특구의 새로운 개념인 '선도개발구역' (ТОR, 러시아어로는 TOР, Территория опережающего социально-экономического развития)와 '자유항' 이라는 두 축이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대규모 개발계획은 '선도개발구역' 지정에 의해 진행된다. 러시아 정부가 개발지역에 먼저 인프라를 구축한 뒤 외자를 유치한다는 개념이니, 외자 유치가 한결 수월하다고 할 수 있다. 

쿠릴열도는 전후 러-일간의 영토 분쟁 지역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 지역을 장악한 소련은 지난 1956년 일본과 종전협정만 체결하고, 평화협정 체결에는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일본이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쿠릴열도 4개섬 반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릴열도는 러시아 사할린 남쪽,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4개 섬(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을 일컫는다. 한때 4개 섬을 한꺼번에 모두 돌려받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한 일본이 2개 섬을 우선 반환해 달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러시아는 응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미뤄보면 주일미군이 그 곳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물론 반환을 거부하는 핑계일 수도 있다. 

동방경제포럼의 본회의는 푸틴 대통령과 사회자간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식 쿠릴열도 개발은 관광클러스터 조성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온라인 매체 rbc는 "쿠릴열도를 사할린 개발과 연계해 어업과 수산업, 석유가스전 개발 등 산업적 측면에서 시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관광 잠재력에 먼저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일본을 겨냥한 관광인프라 개발 사업은 투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정부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난 1991년 쿠릴열도를 일본 거주 친인척들에게 개방했다. 일본과 러시아로 떨어져 있는 이산가족(친인척)에게는 쿠릴열도 방문 비자를 면제한 것이다. 그후 비자 면제 대상을 계속 넓혀 이제는 일본의 단체관광객들도 자유롭게 쿠릴열도 방문이 허용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지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관광산업의 개발이야 말로 더욱 많은 일본 관광객을 쿠릴열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쿠릴열도 전역은 이미 외국인들에게 '면세지역'이기도 하다.

스콜코보 혁신센터/사진출처:스콜코보
분당서울대병원이 지난 2018년 모스크바 스콜코보 의료특구내 스마트병원 건립 계약 체결 모습/사진출처:분당서울대병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의료 클러스터(의료특구)구축도 설득력이 있다. 가까운 사례가 모스크바의 스콜코보에 있는 국제의료특구다. 여기에 입주한 외국계 병원(의료기관)들은 의료시설의 기본 설계를 비롯해 병원 건설과 의료인 고용, 의료 기기및 의약품 사용 등 운영 전반에 걸쳐 러시아 국내 의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분당병원도 스콜코보 의료특구내 스마트병원 건립 등 클러스터 입주를 추진한 바 있다.

쿠릴열도에 국제의료 클러스터가 세워진다면, 일본 대도시의 한 유명 병원이 여기에 일본과 똑같은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추고 진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북부지역 주민들이 굳이 도쿄 등 대도시 큰 병원으로 가기보다는 가까운 쿠릴열도를 찾을 것이다.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중국 동북부도 환자 유치 대상지역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체 개발중인 북극항로에 대한 서방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발언도 내놨다. "북극항로 개발에 대한 모든 국가의 관심을 환영하며,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제네바 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하며 "모든 파트너(캐나다, 덴마크 등 관심 국가)들과 대립하지 않고,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는 또 골프장과 테마파크, 호텔 등을 갖춘 대규모 관광리조트와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윤곽도 공개됐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테마파크와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이 세워진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스토크 리조트' (Восток резортс)는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에 골프장과 테마파크, 호텔 등을 갖춘 종합 관광 리조트 건설에 235억 루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포럼 행사장에서 극동개발공사와 연해주개발공사, 연해주 투자청과 투자및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서명식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그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며 "매우 크고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보스토크 리조트'는 50헥타르가 넘는 부지에 테마파크 및 리조트-호텔 복합 단지인 '파크 러시아' (Парк Русский)를 건설할 계획이다. 유럽의 25대 공원에 포함된 러시아 최초의 테마파크인 '소치 파크'를 주요 컨셉으로 삼을 예정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관광특구에 조성될 '블라디보스토크 골프&리조트'  조감도/사진 출처:블라디보스토크 골프&리조트

세계적인 수준의 골프장 건설에도 85억 루블이 동원된다. 골프장 부지만 170헥타르에 달한다. 골프장 건설에 국내 투자자가 얼마나 담당할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부산 경남지역의 골프장 컨설팅 및 회원권 분양사업 전문기업인 ㈜훼미리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36홀 회원제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통신사 KT도 최근 골프장 건설 계획을 내놨다. 

30만명 규모의 블라디보스토크 위성도시 건설 협약 체결/얀덱스 캡처

동방경제포럼은 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0km 떨어진 '선도개발구역'인 '나데진스카야'에 위성도시 건설을 제안했다. 30만명 거주가 가능한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나데진스카야 지역' LH가 산업공단 건설을 추진하는 곳이다.

하지만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신도시 건설에 앞서 기존 정착지의 재개발에 우선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나데진스카야 LH 산업공단'의 배후 도시 건설이 의외로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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