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CMO 경쟁(4)- '코비박' 위탁 생산,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러시아 백신 CMO 경쟁(4)- '코비박' 위탁 생산,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0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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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마코프 센터 연구진 초청 백신 국제회의 후 협력업체 추가 등 일사천리?
주도업체 휴먼엔의 경영권 분쟁으로 민낯 - 임시주총, 소송전 결과에 달려

국내서 위탁생산 중인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와 함께 주목받는 또 하나의 러시아 백신 '코비박'. 미국의 화이자, 유럽의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와는 면역력 형성 방식(기전)이 다른, 가장 전통적인 방식의 불활(성)화 백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인(불활성화) 뒤,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안전한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코비박'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을 추진하는 주체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엠피코'(MPCO, 원래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퍼레이션'의 약자로 엠피코퍼레이션, 엠피코 등 다양하게 불린다)다. '코비박' 개발사인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와 손 잡고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안 국내 언론에 관련 기사가 쏟아지면서 증시 주변에서는 '코비박' 수혜주 명단이 나도는 등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엠피코 측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코비박'의 승인전 사전 검토를 신청하고 위탁 생산을 위한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주문및 계약, 러시아 기술진의 방한 계획 등 관심을 끌만한 내용을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추마코프 센터' 주도의 백신 학술회의 모습/사진출처:엠피코 
추마코프 센터 대표단의 학술회의 기념사진/바이러 자료 사진

엠피코와 '추마코프 센터'와의 긴밀한 관계는 지난 6월 롯데호텔에서 열린 백신 학술회의에서 확인됐다. 당시 '추마코프 센터'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 등 핵심 연구원들이 '코비박' 개발 과정을 국내에 소개했다. '코비박' 위탁생산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터져나온 뉴스들은 우울하다. '코비박' 위탁생산의 주축사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자 '휴먼엔'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실 소유자들간의 소송전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만든다. 

엠피코의 코비박 백신 사업 계획을 전한 프레스9의 7월 17일자 웹페이지 캡처 

'추마코프 센터' 주도의 국내 학술세미나가 끝난 뒤, 한 매체는 '코비박' 위탁 생산 일정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인터넷 매체 '프레스9'은 지난 7월 17일 "'추마코프 센터' 연구진이 내달(8월) 중 방한해 엠피코, 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다"며 "4분기부터 본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코비박 기술이전 및 제조를 위한 위탁생산 기관으로 확정했다"는 등 비슷한 보도도 이어졌다. 

한달 쯤 지난 8월 26일에는 엠피코가 디에이테크놀로지와 '코비박' 생산을 위한 바이오리액터(Bio Reactor, 세포 배양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구매주문서(PO)를 발급했다는 뉴스도 전해졌다. 1000리터 규모 바이오리액터 2기를 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에 설치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2000리터 규모의 바이오리액터로 연간 1억 도스(1회 접종분)의 백신 원액생산(DS)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8월 중 기술이전 계획에 맞춰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설치와는 다른 표현)는 뜻인데, 러시아 기술진이 방한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달에 '추마코프 센터' 대표단이 방한해 기술이전 계약을 정식으로 체결하고, 바이오리액터 설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술이전을 시작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물론,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대응 등 러시아 측도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한 일정을 연기했을 수도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추마코프 센터' 측도 델타 변이종에 보다 효율적인 '백신 개량형'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코비박의 원액생산(DS)을 담당할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는 어떨까? 이 센터는 백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재단법인 백신글로벌산업화기반구축 사업단 내 설립됐다. 총 사업비 1,029억원을 들여 국제적인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급 임상용·상업용 전문 생산 시설을 갖췄다. '코비박'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백신 시생산에 들어가면 된다. 

비즈니스 포스트의 장양석 센터장 인터뷰 기사 캡처

이 센터의 장양석 센터장은 지난 7월 8일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시중에 떠돌고 있는 러시아 코로나 백신 생산설에 관해 입을 열었다. 장 센터장은 "우리는 국가가 출자해 세워진 시설인 만큼, 백신 생산물량 전량을 해외에 공급하기보다는 가능하면 국내에 공급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량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스푸트니크V'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엠피코 측은 국내에도 백신을 공급할 의향을 밝혀 위탁생산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그는 밝혔다. 한국코러스 주도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컨소시엄에서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빠진 이유는 이제 분명해졌다. 한국코러스 측은 어쩔 수 없이 보툴리눔톡업체 제테마를 지난 7월 말 컨소시엄에 추가해야만 했다.

코비박 백신의 또다른 위탁생산업체로 대형제약사 A사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A사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A사 내부를 잘 아는 한 소식통은 "엠피코가 A사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건 맞지만, A사는 진행 과정을 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코비박 백신/사진출처:현지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엠피코가 '코비박' 위탁생산 추진을 위해 일찌감치 손을 잡은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휴먼엔과 쎌마테라퓨틱스다. 하지만, 쎌마테라퓨틱스는 지난 3월 2020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 의견이 '거절'로 나오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빠진 상태다.

휴먼엔의 영업 실적도 신통하지는 않았다. 2020년 감사 의견 '적정' 통보를 받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63억7천만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또 영업 손실 28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백신 생산 협업 대상으로는 경영 지표가 좋지 않다. 

엠피코는 '추마코프 센터' 대표단이 방한한 지난 6월 학술회의를 앞두고 넥스턴바이오와 웰바이오텍과 백신 업무 협약을 맺었다. 방한한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 등이 업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웰바이오텍은 당시 "추마코프 센터 최고위 개발진이 내방해 ‘코비박’ 백신의 생산을 위해 △크린룸 설비 시공 △콜드체인 등을 활용한 제약바이오 유통 시스템 등에 대한 사업 논의를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웰바이오텍을 방문한 추마코프 센터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오른쪽 2번째)/사진출처:웰바이오텍

그러나 '코비박' 위탁생산은 엠피코가 협력업체였던 휴먼엔을 아예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엠피코측은 "코비박의 4분기 본 생산을 앞두고 상장사인 휴먼엔과 인수합병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백신 관련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넥스턴바이오, 웰바이오텍과의 백신 업무 협약 관계는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휴먼엔 인수로 넥스턴바이오, 웰바이오텍과의 업무 협약 관계는 종료됐으며, 사업의 협업은 전면 보류된 상태"라고 전했다. 

웰바이오텍 등과 협력관계를 청산하고, 휴먼엔 중심으로 직접 백신 사업을 끌어가려던 엠피코의 구상은 현재 난관에 부딪혔다. 경영권 분쟁이 터진 것이다. 

유먼엔 경영권 분쟁의 두 축은 최대주주인 커넥티드얼라이언스펀드와 기존 경영진이다. 양측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 판도를 놓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양측은 서로 상대편 이사진의 해임과 새 이사진 구성을 놓고 표대결을 준비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부진한 영업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휴먼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보인다.

휴먼엔의 경영권 분쟁을 보여주는 공시자료/캡처

엠피코의 최대 주주인 엠엠알글로벌(이하 엠엠알)이 사실상 소유한 '커넥티드얼라이언스'는 지난 4월 코니퍼1호투자조합, 오션뉴웨이브신기술조합 등과 휴먼엔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자, 휴먼엔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40억을 투자한 커넥티드얼라이언스는 휴먼엔 지분 12.6%를 확보해 현재 최대주주다.

커넥티드얼라이언스의 지분 95%는 엠엠알이 갖고 있다. 엠엠알은 또 엠피코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엠엠알은 커넥티드얼라이언스를 통해 휴먼엔을 지배하고, 이를 엠피코의 백신 사업과 연계시키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커넥티드얼라이언스 등 투자자 측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한 뒤 '코비박'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4천~5천원대에 머물던 휴먼엔 주식이 한때 1만4천원대를 찍었으니 일반 주주들도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 휴먼엔의 새 경영진은 엠피코의 전환사채(CB)에 70억원을 투자했다. 코비박 백신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와 수익 창출이 투자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휴먼엔 이사회는 지난 5월 한달여만에 투자자측 이경순 대표를 해임하고 전임 이대식 대표를 다시 선임했다. 경영권을 되찾은 이대식 대표측은 엠피코에 투자한 자금의 흐름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횡령및 사기 혐의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현 경영진은 "대주주 커넥티드얼라이언스의 실질 지배자인 김민규 전 팍스넷 및 키위미디어그룹 회장이 '코비박 사업을 한다'며 본인이 지배하는 엠피코에 CB 70억원 등 총 82억원을 지원했지만, 실제 자금은 코비박 사업에 사용되지 않고 김 전 회장이 휴먼엔 인수를 위해 빌렸던 사채 상환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엠피코 측은 “일부 인사의 피소 자체는 사실이지만 관련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휴먼엔으로부터 받은 12억 원의 선급금과 70억 원의 CB 투자 등등은 모두 서로 동의하에 코비박 백신 사업에 사용됐으며, 이를 증빙할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현 경영진은 회사 경영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고 반격했다. 

경영권 싸움은 임시 주총에서 62.01%(6월말 기준)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비박' 사업 추진세력이 경영권 탈환에 실패한다면, '코비박'은 쎌마테라퓨틱스에 이어 휴먼엔마저 잃을 수도 있다.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 자체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코비박 백신/현지 매체 스푸트니크 동영상 캡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코비박'의 국내 사용 승인 여부다. 엠피코는 지난달 20일 식약처에 약사법 규정에 따라 허가신청 전 비임상(독성·효력시험)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이는 국내 사용 승인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사용 승인 가능성이 없다면 원액생산을 담당할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손을 뗄지도 모른다. 이미 '스푸트니크V' 컨소시엄에서 철수한 바 있다.

코비박은 지난 2월 러시아 보건부로부터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임상 3상이 진행중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비박의 임상 3상은 공식적으로 내년(2022년) 12월에 끝난다. 임상 3상이 내년 말에 끝나는 러시아 백신을 식약처가 사용 승인을 내주리라고 기대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힘들다. 임상 3상이 끝나고 전세계 70개국에 사용승인된 '스푸트니크V'도 국내에서는 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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