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뿌리 논쟁? - '루스-우크라이나' vs '우크루스' 새 국명 공방
러시아-우크라 뿌리 논쟁? - '루스-우크라이나' vs '우크루스' 새 국명 공방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08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 앞두고 우크라, '루스-우크라이나'로 바꾸자 제안
러시아, 벨라루스와 유사한 '우크루스'가 타당 반격 - '루스키어' 논쟁도

'루스-우크라이나'(Русь-Украина)와 '우크루시'(Укрус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 뜬금없이 국호 논쟁이 벌어졌다. '루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서, '우크루시'는 러시아 외무부에서 내놓은 새로운 국가명이다. 

느닷없는 우크라이나의 국호 논쟁은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알렉세이 아레스토비치 고문이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국명을 '루스-우크라이나'로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러시아로부터 '루스'의 명칭부터 빼앗아오자는 의도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우크라이나 국명을 '우크루스'로 바꾸라고 역제안/현지 매체 웹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의 루스 변경:대통령실의 새 프로젝트 세부내용 알려져/현지 매체 웹페이지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역사적으로 볼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그 자체"라고 전제, "우리는 러시아 브랜드를 사용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러시아를 되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의 이름을 바꿔 '루스-우크라이나'로 부르면, 동부지역 분쟁도 '러시아와 러시아 전쟁'이 된다"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당국이 작업중"이라고도 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크렘린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기고문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합에 관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양측이 의도하는 바는 180도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이 기고를 통해 러시아인과 벨라루스인, 우크라이나인 모두 유럽에서 가장 큰 국가였던 '고대 루스'의 후예로서 같은 민족적 유대와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 '국민 통합'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대 문명에서 소련연방 해체 시점까지 역사적 연대와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설명하면서 "2014년 이후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개입하면서 최악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의 첨단산업은 도태되고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가 됐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고대 루스의 뿌리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만큼, 현재의 우크라이나가 루스 이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가의 기원을 나타낼 수 있도록 루스-우크라이나로 국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발언이 공개되자,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즉각 '우크루시'(Укрусь)로 나라 이름을 바꿀 것을 역제안했다. 이웃 '벨라루스'와 유사한 작명법이다. 제 3자가 보기엔 '루스-우크라이나'나 '우크루시'나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그 개념의 폭이 다르다. 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지만, '우크루스'는 우크라이나인들로 구성된 러시아란 개념이다.

키예프, 우크라이나어 이름 변경 제안/얀덱스 캡처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비교. 얼마나 예술적인 언어로 창조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사진 출처: yaplakal.com

국명 공방은 '우크라이나어'의 이름까지도 바꾸자는 제 2라운드로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의 아레스토비치 고문이 지난 3일 우크라이나어를 이제부터 '러시아어'로 부르자며 공세를 이어갔다. 현대 우크라이나어가 '키예프 루스'(키예프 공국)의 옛 언어에 가장 가깝다는 것. 러시아어도 거기에서 파생한 만큼, 현재 우크라이나어가 러시아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고대 루스'의 합법적인 후계자는 키예프를 수도로 하는 우크라이나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여성 작가 라리사 니초이는 한술 더 떠 러시아어를 역사적으로 정확한 이름으로 추정되는 '모스코프스키'(московский)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도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나라이니, '모스코비야'(Московия)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

대신 우크라이나어를 지금의 '루스키'(русский, 러시아어)로 불러야 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국가 이름을 '루스-우크라이나', 언어를 '루스키'로 바꾸는 게 논리적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루스-우크라이나 국명 변경에 반대/얀덱스 캡처

하지만 이같은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드미트리 라줌코프는 6일 "우크라이나는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지만 나라 이름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국명 변경에 관한 법안이 대통령실에서 준비되고 있다는 정보가 없다. 그것이 가짜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도니 전 하원 의원도 국명 변경이 나라를 더욱 분열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스로를 러시아의 뿌리가 된 우크라이나 인으로 부른다면, 나머지는 우크-러시아인이냐?"는 반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적대적 관계는 이제 뿌리 논쟁마저 불러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