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명 천연유기농 화장품 '내추라 시베리카'에 경영권 분쟁, 후진국형?
러시아 유명 천연유기농 화장품 '내추라 시베리카'에 경영권 분쟁, 후진국형?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22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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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사망후 가족과 창업 동지들간에 벌어진 다툼,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
부인의 무리한 요구? 브랜드 사용 금지에 1주일간 생산 판매 중단으로 맞서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누구나 진출을 꿈꾸는 곳, 러시아다. 그곳에선 현지 화장품 브랜드도 하나씩 둘씩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BBC 방송등 외신이 일찌감치 주목한 브랜드는 '내추라 시베리카'(Natura Siberica, 혹은 나투라 시베리카). 시베리아의 자생 허브 등 식물 추출물로 만든 순수 자연 화장품으로 관심을 끈 브랜드다. BBC는 지난 2018년 "레드오션인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나투라 시베리카는 시베리아산 자생 허브를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고 알렸다. 창업자인 안드레이 트루브니코프는 브랜드를 작명할 때 '러시아'라는 국명을 아예 빼고 인간의 손이 덜 타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는 시베리아를 넣었다고 했다.

내추라 시베리카 브랜드/사진출처:홈페이지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도 지난해 5월 발간한 ‘2020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3호에서 "러시아 화장품 기업들도 프랑스 유명 브랜드가 사용하는 현대식 장비들을 도입, 제품의 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였다"며 "나투라 시베리카(Natura Siberica), 미앤코(Mi&Ko), 레브라나(Levrana) 등은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브랜드들도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천연·유기농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투라 시베리카'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 후진국(?) 특유의 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다. 

내추라 시베리카, 공동소유자 이리나 트루브니코바에게 17억 루블의 청구 소송 제기/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 중재법원은 지난 16일 '나투라 시베리카'측이 브랜드 공동 소유자(대주주?)인 이리나 트루브니코바에 대해 17억 루블(272억원)의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나투라 시베리카'가 이달 초 느닷없이 생산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1주일여만에 판매 재개 소식을 전하더니, 거액의 내부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분쟁은 자수성가형 창업자가 죽은 뒤 남은 가족과 창업동지(?)들간의 벌어지는 경영권 다툼이다. 지난 1월 창업자인 안드레이 트루브니코프가 사망한 뒤 40%의 지분을 가진 부인 이리나 (트루브니코바)가 사장 취임을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창업자의 법정 상속인 4명중 3명이 이리나의 사장 취임에 지지했으나 어쩐 일인지, 결과는 달랐다.

그후  '나투라 시베리카'의 새 경영진과 이리나 측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건 예상가능한 일이다.

양측의 충돌은 이리나 측이 지난달 말 '나투라 시베리카'측에 '나투라 시베리카' 등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전면전'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은 지난 1일 러시아 전역에 있는 80개 매장(오가닉·유기농 샵 39개와 나투라 시베리아 매장 41개)을 폐쇄하고, 제품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8일 재개장하더니, 1주일여만에 거액의 소송전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리나 측은 새 경영진이 회사를 빼앗아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새 경영진은 실제로 창업자의 지분 신탁 담당자(법인)를 바꾸는 등 경영권 장악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 가족을 향한 '나투라 시베리카'(새 경영진) 측의 청구 소송은 이리나 측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1주일간 전격적으로 매장 폐쇄를 단행한 것도, 전국 대리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내추라 시베리카 매장(위)와 프레쉬 스파 모습/홈페이지 캡처

새 경영진은 소송에서 거액의 배상 청구 외에 지난해 해외의 특정 법인으로 넘어간 그룹의 핵심 상표(나투라 시베리카 등 2~3개)를 원저작권자(창업자)로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나투라 시베리카와 관련된 이리나 측의 법적 행위들은 "러시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회사의 미래에 심각한 재정 및 평판 손상을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새 경영진은 "지난 몇 주 동안 회사 법정 밖에서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실패했다"며 소송으로 간 이유를 밝혔다.

'나투라 시베리카'의 소송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 '나투라 시베리카'가 입주한 한 공장의 화재 사건으로 45억 루블의 소송건이 벌어졌다. 원고는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본 공장 임대업자.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트루브니코프와 그의 가족이 소유한 상표권의 일부를 압류했는데, 그 내막이 좀 미심쩍다.

지난해 6월 '나투라 시베리카' 직원 2명이 화재를 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면, 개인이나 회사가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창업자와 그 가족의 상표권에 책임을 묻는 건지, 혹시 짜고친 것은 아닌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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