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 연내에 가능할까? - 백신 개발 '가말레야 센터'도 의문을 갖는데..
WHO의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 연내에 가능할까? - 백신 개발 '가말레야 센터'도 의문을 갖는데..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09.26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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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츠부르크 센터 소장, "백신 시장과 관련이 있다" "승인 협상 매우 오래 걸릴 것"
RDIF 대표 "올해안 백신 개발 국가들간의 상호 승인 희망" - 코백스 체제가 관건?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의 사용 승인 검증은 언제나 끝이 날까?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 대기업들의 백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굳이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을 승인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까?

국내에서도 백신 부족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주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오히려 백신의 국산화 요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러시아식으로는 긴쯔부르그) 소장은 24일 "(국제사회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이 승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백신시장의 경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긴쯔부르크 소장, 백신 시장의 경쟁 때문에 WHO는 스푸트니크V 승인 안한다 주장/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긴츠부르크 소장은 이날 러시아 유대인 협회 측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화상 출연을 통해 "스푸트니크V에 대한 WHO와 EMA 측의 승인 협상이 매우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스푸트니크V의 매출은 현재 다른 백신들을 초과하거나 거의 같다"며 "이미 사용 승인된 몇가지 백신들이 얻게 될 이익이 누구에게 돌아갈 것이냐에 (백신 승인의)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푸트니크 V가 승인되면, (백신을 유통하는) 러시아직접투자기금(RDIF)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백신 공급을 보장하는 '국제 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며 "이 기금의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게 백신의 승인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국제 기금'은 코로나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WHO가 스푸트니크V를 승인 목록에 올리면, RDIF는 '코백스'를 통해 개발도상국 등으로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 '코백스'는 WHO의 승인을 받은 백신만을 구매해 개발도상국들에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 후발업체에게는 '코백스'를 통한 백신 판매가 가장 안정적인 유통 루트로 꼽힌다. 미국의 '노바백스'도 일찌감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 신청을 포기하고, WHO에 최근 등록 신청서를 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노바백스는 이미 많은 국민이 백신을 접종한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신청을 포기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가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WHO에 승인을 요청한 것도 '코백스'를 통한 판매 루트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의 의약품 검증및 승인권을 지닌 유럽의약품청(EMA)/홈페이지 캡처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사진출처:위키피디아

긴츠부르크 소장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약 5,700만 세트(2회 분)가 이미 민간에 유통됐다"며 "백신이 사용된 많은 국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RDIF와 러시아 보건부가 진행하는 국제기구(WHO와 EMA)와의 백신 승인 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 요청된 자료를 제공한다"며 "협상은 최소한 실제로 진행 중이나, 매우 오랫동안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RDIF 측은 지난해 10월 WHO에 스푸트니크V 백신의 신속 사용 승인을 신청했고, 지난 1월에는 EMA에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현지 유력 온라인 매체 rbc는 이날 긴츠부르크 소장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지난 7월 러시아 백신의 EMA 승인 절차가 지연된 이유를 분석한 로이터 통신의 기사를 거론했다. 당시 로이터가 분석한 지연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프랑스 과학자 그룹이 맡은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한 검증 자료의 부족과, 임상시험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검증및 보고 시스템의 부실이다.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홈페이지 캡처
긴쯔부르그 가말레야 센터 소장/유튜브 캡처

프랑스 과학자 그룹은 '가말레야 센터' 측이 소위 '마스터 세포 은행'(Master Cell Bank)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EMA 심사 규정 중 하나를 스푸트니크V 백신이 준수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세포를 구매하거나 다른 연구자로부터 받은 경우, 세포의 확인을 위해 '마스터 세포 은행'에서 유전학적 분석 수행을 권장하고, 유럽연합(EU)은 백신 생산 세포주에 대한 유전자 계통 분석은 물론, 순도와 세포 수, 유전형/표현형 등을 포함한 특성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임상시험 과정에서 백신 접종자들이 경험한 부정적인 결과(부작용)를 보고하는 양식에 '표준(글로벌?) 관행'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약을 투여한 사람들의 결과를 추적한 방법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대목은 권위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스푸트니크V의 승인 지연 이유로 적시한 대목이다.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이에 대해 러시아 RDIF 측은 "부정확하고 거짓 진술이 포함된, 러시아 백신에 대한 서방 측의 허위 정보 캠페인의 일환"이라며 "국제 제약업계의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최근 "WHO와 EMA가 올 가을에 스푸트니크V를 승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국가들의 상호 인정(승인) 문제가 올해안에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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