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전통 결혼식 - 120년 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삭성당서
제정 러시아의 화려한 전통 결혼식 - 120년 만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이삭성당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09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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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노프 왕실의 후손 게오르기 대공, 이탈리아 신부 맞아
러시아 군 의장대 참여 구설 - 쇼이구 장관 "부적절" 지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삭 성당에서 지난 1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왕조 '로마노프 왕가'의 후손이 이탈리아 출신의 신부를 맞았는데, 유럽의 주요 왕실 대표들과 귀족 등 1천500명이 하객으로 참석, 결혼을 축하했다.

결혼식은 비교적 소박했지만, 로마노프 왕가의 옛날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정러시아의 짜르 가족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은 120년 만에 처음이다.

결혼식장인 이삭 성당앞에 도착, 성당으로 들어가는 부부/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주인공은 로마노프 왕가의 후손인 게오르기 미하일로비치(40) 대공이다. 신부는 이탈리아 외교관 레베카 베타리니의 딸인 빅토리아 베타리니(39)다. 영상을 보면 신부가 입은 긴 드레스에는 제정 러시아의 문장이 금박으로 장식됐다.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는 1613~1917년 300년간 지속됐다. 신랑 게오르기 대공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택한 이유를 "러시아의 역사이자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는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우랄산맥 인근의 예카테린부르크로 유배됐다가 혁명군(적군)에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노프 왕가의 결혼식에 군 의장대를 파견한 부대의 책임 거론/얀덱스 캡처
이삭성당안으로 들어가는 부부
결혼식 후 입맞춤하는 부부/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언론의 관심을 끈 이 결혼식은 그러나 러시아군 의장대의 부적절한 파견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6일 의장대를 파견한 서부군관구 측에 경위를 파악한 뒤 적절한 징계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민간인 행사에 군 의장대의 참여는 국방부의 내부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서부 군관구 소속 의장대는 이삭 성당의 계단에 도열해 신혼 부부의 첫 행진을 위한 의장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결혼식후 밝은 표정으로 성당을 나서는 부부
성당 계단에 도열한 군의장대를 앞에 두고 입맞춤하는 부부/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그러나 로마노프 왕가를 대표하는 알렉산드르 자카토프는 "군 의장대의 참가는 문제가 없었다"며 "결혼식은 사전에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정교회, 군대 등 관련 부서와 법 규정에 맞춰 협의한 뒤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고위 관리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초대 시장 아나톨리 소브차크의 미망인인 류드밀라 나루소바 상원의원이 행사장에서 목격됐을 뿐이다. 나루소바 의원은 게오르기 미하일로프 대공의 러시아 방문을 처음 초청한 인물로 전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번 결혼식에 대한 의견은 없다"며 "신혼 부부를 축하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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