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러시아 신종 코로나 확진자 - 찬바람과 함께 '4차 대유행' 우려 커졌다
급증하는 러시아 신종 코로나 확진자 - 찬바람과 함께 '4차 대유행' 우려 커졌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08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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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하루 확진자 올 들어 최대 2만7천명대, 지난해 5월, 지난 1월, 7월 이어 또 급증
'러시안 룰렛 게임' 자조 목소리 - 낮은 백신 접종률에 느슨한 방역, '위드 코로나'로?

러시아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COVID 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4차 유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나온 확진자 변화추이 그래표를 보면 확진자 수는 4번째 봉우리를 향해 치솟고 있다. 

현지 언론 rbc의 확진자 변화 추이. 첫번째 봉우리가 지난해 5월, 중간의 큰 봉우리는 올 1월, 세번째 봉우리는 지난 7월, 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는 그래프다. 빨간색은 러시아 전체, 검은색은 모스크바, 파란색은 모스크바를 제외한 러시아 지역을 표시한다/캡처
올해 들어 처음으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하루 2만7,550명 기록/얀덱스 캡처

현지 보건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는 7일 2만7천550명을 기록하면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전날(2만5천133명)보다 2천417명이 더 늘었다. 모스크바에서만 5천404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와 3차 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7월 11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전날(3천589명)과 비교하면 거의 50%가 늘어났다.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날 신규 사망자는 924명로, 전날(929명)에 비해 조금 줄었으나 누적 사망자는 이미 21만3천명대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하루 최대 사망자는 전날의 929명이다. 

러시아의 4차 유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호흡기 감염증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방역 피로감에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의 틈을 전염성이 높은 인도발 델타 변이가 파고들고 있다.

'이게 러시아 룰렛(게임)":지금 신종 코로나로 고통받는 칼리닌그라드(러시아 역외영토) 주민 이야기, 시리즈2/현지 매체 클롭스 웹페이지 캡처

한 인터넷 매체 클롭스는 7일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의 확진및 치료 과정들을 소개하면서 신종 코로나야 말로 이제 '러시안 룰렛 게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인구 밀집도가 서로 다른, 넓은 땅을 지닌 러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통일된 코로나 검사및 확진자 의료 조치를 기대하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환자가 전화로 증상을 설명하면 의료진이 집으로 검사 도구를 갖고 와 검사하고 처방하는(왕진) 곳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 것도 바로바로 이뤄지면 다행인데, 현실은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확진자 입장에서는 이제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는 것은 거의 '운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하니, '운을 확인하는' 러시아 룰렛게임을 떠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교민들이 전하는 러시아인들의 기본적인 자세도 '재수 없으면 걸리는 게 신종 코로나'쯤으로 설명된다.

제정러시아 말-러시아 혁명(1917년)으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스탈린 체제, 동서냉전, 소련붕괴및 체제 변혁 등 지난 한 세기 넘게 러시아가 겪어온 역사의 대전환 속에서 생성된 삶과 생존의 DNA가 "신종 코로나 유행쯤이야"라는 인식을 만들고. "죽고 사는 것은 결국 운"이라는 운명론을 믿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것은 곧 가장 극단적인 복불복 게임인 '러시안 룰렛'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모스크바 백신 접종 센터/사진출처:모스크바 시 mos.ru

과학적인 기준으로 러시아의 가장 큰 맹점은 역시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지난해 8월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했다고 큰소리를 친 푸틴 대통령과 달리, 러시아인들은 백신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아직은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지난 6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4천330만 명이 백신 2회 접종을 마쳐 인구(1억4천6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29.7%에 그쳤다.

백신 접종률을 70% 안팎까지 올려 올해 내에 '집단면역' 효과를 현실화할 것이라는 보건 당국자들의 발언은 이제 쑥 들어갔다. 이스라엘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 로 방역 체제를 전환하기 시작했지만, 러시아는 그 개념조차도 모호하다. 예년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즐기면서 길거리는 물론 식당·카페, 쇼핑몰, 대중교통수단 등 다중밀집 지역에서 마스크를 끼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각 개인이 알아서 '위드 코로나'로 넘어간 셈인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대규모 확진자가 쏟아질 판이다.

타타르스탄,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내주부터 QR코드 도입/얀덱스 캡처 
펜자주, 일부 직종 근로자들에게 백신 강제 접종 도입/얀덱스 캡처

각 지역 보건당국은 확진자 급증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타르스탄은 내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백신 접종 QR 코드 도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아르항겔스 지역도 식당과 카페, 술집 등 특정 시설 방문자들에게 백신 접종 QR 코드 제시를 강제하기로 했다. 또 펜자 지역은 대면접촉이 많은 공공서비스 분야의 근로자들에게는 아예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위반하는 경우, 일을 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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