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러시아 영화 제작팀, 지구와 교신하며 본격 촬영에 들어갔다
우주로 간 러시아 영화 제작팀, 지구와 교신하며 본격 촬영에 들어갔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10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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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ISS로 발사, 순조롭게 우주 공간에 정착하며 촬영 시작 - "2개 장면 끝냈다"
여주인공 지상과 첫 교신서 "내 방에 의료용 패드가 깔리고 촬영 준비는 완벽" 만족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주에서 장편 영화 '브조프'(도전, 가제)를 찍기 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간 러시아 촬영팀은 7일 "모든 것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림 쉬펜코 감독과 여주인공 배우 율리야 페레실드는 이날 우주선이 발사된 후 처음으로 지구와 교신했다. 주관 방송사인 '러시아-1' 의 콘스탄틴 에른스트 사장 등은 러시아 연방우주청(로스코스모스)에서 촬영팀과 인터뷰를 갖고, 생생한 현장 소식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소유즈 MS-19 우주선을 타고 ISS로 떠난 '도전' 촬영팀은 오는 17일까지 12일간 ISS에 머물며 영화 장면들을 촬영한 뒤 지구로 귀환한다. 현장 촬영분은 40분 가량으로 알려졌다.

지구와 교신하는 촬영팀. 유일한 여성이 페레실드/로스코스모스 동영상 캡처
ISS에서 이동하는 페레실드. 지상과 교신하는 장면과 함께 내보냈다/캡처 

쉬펜코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영화 두 장면을 성공리에 촬영했다"고 말했다. 첫 장면은 우주선 탑승 중에 촬영됐다. ISS와 도킹 전에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여주인공 율리야 페레실드는 "첫 우주 여행이 너무나 신기했다"며 "첫날에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거의 깨닫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ISS에서 나는 우주비행 지휘관의 방(캐빈)을 쓰고, 멋진 파티를 즐기고 있다"면서 "내 방에는 의료용 패드가 깔리는 등 촬영 준비가 갖춰져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가 맡은 영화속 배역은 우주 비행사를 구하기 위해 화급하게 ISS에 올라간 여의사역이다. 우주 공간에서 심장 수술을 받는 장면도 촬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페레실드의 ISS 이동 모습. 풀어헤친 헤어스타일이 주목을 받았다/로스코스모스 동영상 캡처

로스코스모스의 동영상을 보면 페레실드 등 촬영팀이 무중력 상태에서 헤엄치듯 이동하고, 촬영 카메라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촬영팀을 이끄는 전문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는 "첫날에는 (촬영팀이)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지만, 둘째 날부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건강 상태도 모두 양호하다"고 답변했다.

이날 대화에서 의외로 관심을 끈 것은 페레실드의 풀어헤친 머리다. 우주공간에서 여성의 긴 머리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장면인데,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대표는 "전세계 스타일리스트들이 율리야 (페레실드)를 보고 있고,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곧 유행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녀의 머리 모양은 무중력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영화 촬영팀, 지구와 첫 교신, ISS에서의 촬영에 대해 이야기/얀덱스 캡처

쉬펜코 감독과 여배우 페레실드는 지난 5월부터 모스크바 인근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 등에서 우주비행 및 적응 훈련을 받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사용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훈련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페레실드는 발사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체력과 심리적인 면에서 (훈련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로고진 대표는 또 "이번 촬영은 위험에 처한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의료팀을 파견하는 예행 연습이나 마찬가지"라며 기꺼이 협력해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만약, 영화 '도전'과 유사한 상황에 ISS에서 벌어진다면, 러시아 의료진이 속성으로 우주비행 훈련을 받고, ISS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영화 촬영팀을 태운 우주선 소유즈 MC-19, ISS에 도착/얀덱스 캡처 

이에 앞서 촬영팀을 태운 우주선 '소유즈 MS-19'는 지난 5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우주로 발사됐다. 우주선은 발사 9분 뒤 로켓 3단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정상 궤도에 진입했으며, 3시간 17분간 지구를 두 바퀴 돈 뒤 ISS의 러시아 모듈인 ‘라스스벳’(여명)에 도킹했다. 

도킹은 당초 자동 시스템으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탑승한 전문 우주비행사 슈카플레로프가 수동 조작으로 도킹에 성공했다. 도킹 완료 시간이 10분 정도 늦어진 이유다. 도킹후 촬영팀은 ISS로 건너갔다. 

영화 '브조프'는 러시아 국영TV 채널 '러시아-1'과 로스코스모스가 민간 영화제작사와 공동으로 기획했다. 지난해 5월 미 NASA 측이 영화제작자겸 인기스타 톰 크루즈와 ISS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한 뒤, 양국은 '첫 우주 영화 제작' 타이들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톰 크루즈 측의 구체적인 진척 상황은 더 이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서방측에서 ISS의 러시아 영화 촬영 비행에 대해 평가/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은 러시아가 '첫 우주 영화 제작'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온라인 매체 '렌타'(LENTA.ru) 등 현지 언론은 "촬영팀의 우주 여행이 미국 등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소련이 인류 최초로 인간을 우주로 보냈듯이, 러시아는 우주에서 장편 영화를 촬영한 첫 국가가 됐다"고 썼다. 또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도전' 촬영팀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도 했다. 

영화 촬영 홍보에는 '러시아-1' 방송과 로스코스모스 측도 적극 동참했다. 에른스트 '러시아-1' 방송사 사장은 “우주 개발 분야에서 러시아의 우위를 확인하고, 젊은 세대에게 우주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고 말했고, 로고진 대표도 "우주에서 첫 장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국가의 평판을 높이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우주 영화의 촬영이 우주 산업에 대한 대중화에 긍정적 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브조프 주연 여배우 율리야 페레실드/사진출처:인스타그램
우주정거장/사진출처:로스코스모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영화 제작이 기존의 우주 비행 프로그램0을 변경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40분 분량의 '브조프' 영상을 얻기 위해 ISS의 우주인 교대가 늦어진 게 사실이다. 현재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들은 앞으로 6개월 더 우주공간에 떠 있어야 한다. 

우주선의 자동 도킹 실패시 부각된 리스크도 거론된다. 전문 비행사가 한 명뿐인 우주선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촬영팀을 태운 우주선이 ISS와 자동 도킹에 실패하자, 탑승한 전문비행사 슈카플레로프 혼자 수동 도킹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다 감당해야 했다.

제작비 20억 루블(320억원)도 비판의 대상이다. '40분 촬영'을 위해 ISS에 12일간 머물면서 20억 루블을 쓴다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것. 지상에서 스튜디오를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현장 분위기를 내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지금까지 우주공상 영화는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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