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의 WHO, EMA 승인은 현실적으로 연내에 어렵다?
스푸트니크V의 WHO, EMA 승인은 현실적으로 연내에 어렵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12 0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MA 대표단 12월 중 방러,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공장 재실사할 듯
임상자료 보완도 아직 미해결? - "문제 해결" 외교적 수사는 검증 필요

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의 긴급 사용 승인이 과연 연내에는 이뤄질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시기에 대한 관측이 어지러울 정도로 난무한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스푸트니크V가 연내에 WHO의 승인 목록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기적으로 너무 촉박하다. 러시아 보건부는 지난 8일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 승인을 위해 EMA측과 러시아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이르면 12월에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EMA 대표단의 방문 일정은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검증 절차의 일환으로 조정되고 있다"고 방문 목적을 명확히 했다.

러시아 보건부, 스푸트니크V 인증을 위한 규제기관(EMA) 대표단 12월 방문 기대/얀덱스 캡처

EMA 대표단은 지난 4월 러시아를 방문, 스푸트니크V 개발사 측과 함께 자료를 검토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또 WHO 전문가들과 백신 제조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를 함께 진행했다.

그 중 한 곳에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우수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규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GMP는 의약품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의약품 원료의 구입부터 제조, 출하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정한 기준이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 백신 제조 공장 1곳은 EMA의 제조법 기준에 미달해 그 품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12월 중에 러시아를 방문할 EMA 대표단은 문제가 된 제조공장을 재실사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WHO 전문가들이 굳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EMA의 보고서로 GMP 현장 검증을 대신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EMA 대표단의 현장 실사 보고서 작성→WHO측에 보고서 전달→WHO측의 보고서 검토→WHO의 최종 보고서 작성및 승인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12월 중에 끝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주디 트위그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교수는 이와관련,  "스푸트니크V 백신의 WHO 승인이 올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WHO는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고, 초기에 문제가 발생한 공장까지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 모습/현지 TV 채널 '두마' 캡처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WHO 승인의 또다른 걸림돌은 추가 보완자료다. 러시아와 WHO, 혹은 EMA측과 추가 자료에 관한 논의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델라 차이브 WHO 대변인은 8일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문제 해결이 가까이 왔다고 밝혔다. 추가 자료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WHO의 의약품·백신 담당인 마리안젤라 시마오 사무차장은 전날 기자회견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시마오 사무차장은 "한때 중단됐던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임상 자료 분석작업이 재개될 것"이라며 “러시아 측과 문제점들을 논의했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상 자료 보완 작업은 러시아 보건부에서도 확인된다. 러시아 언론들은 지난 6일 보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푸트니크V 개발자들은 EMA의 승인을 받기 위해 동물 사용 평가 방법을 시험관 내 방법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들은 "동물사용 평가 방식은 러시아에서 유효한 방식이지만, 유럽연합(EU)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백신 개발 과정에서 활용된 소 태아혈청 사용 방식이 백신의 승인에 걸림돌이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마르쿠스 에데러 주러 EU대사의 rbc 인터뷰 페이지. 제목은 '우리(러시아-EU) 관계의 <녹색화>(파란 신호등 혹은 기후변화협약 준수)는 안정화를 향한 걸음' /캡처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승인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이지만, 문제는 또 시간이다.

마르쿠스 에데러 주러시아 EU 대사는 지난 8일 현지 매체 RBC와의 인터뷰에서 스푸트니크V의 EMA 승인 전망에 대해 "러시아 측은 EMA가 요청한 검사 시기를 반복적으로 연기해 절차를 늦추고 있다"며 "EMA가 정치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임상 자료의 보완에 공장 현장 실사까지, 스푸트니크V 백신의 승인이 서두른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양측이 서로 준비가 돼야 한다. 특히 제조 공장 현장 실사가 12월중에 이뤄진다면 스푸트니크V 백신이 연내에 WHO의 승인을 받기 어렵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 '가말레야 센터' 실험 모습(위)와 백신 제조 시설/사진출처:스푸트니크V.com, 현지 TV 채널 러시아-1 캡처

미하일 무라시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과 면담한 뒤 스푸트니크V 백신의 긴급 승인와 관련,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부 서류 작업만 남았다"고 말했다. 판단은 '문제 해결과 서류 작업' 중 어느 대목에 비중을 둘 것이냐다. 외교적 수사(외교적인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늘 리스크가 큰 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