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강풍에 크렘린 성벽 일부 떨어지고, 푸틴의 성희롱 대상 미 여기자 '플러팅'
(러시아는 지금) 강풍에 크렘린 성벽 일부 떨어지고, 푸틴의 성희롱 대상 미 여기자 '플러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23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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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토프 교도소 학대 영상 폭로한 '러시아판 스노든'은 벨라루스 출신 사벨리예프, 프랑스에 망명 요청

신종 코로나(COVID 19)의 4차 파동이 러시아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 가운데, 22일 모스크바에는 겨울을 재촉하는 강풍이 세차게 몰아쳤다. 크렘린 성벽 위 구조물이 일부 부서지는 등 모스크바 곳곳에는 강풍에 따른 피해가 속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에는 지난 20일 첫 눈이 내린데 이어 22일 초속 20m에 이르는 강풍이 크렘린을 덮쳐 성벽위 구조물이 떨어져 나갔다. 이를 보수하기 위해 설치한 공사용 비계마저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붉은 광장쪽으로 추락하자, 경찰 당국은 붉은 광장에 대한 접근을 일시적으로 통제하기도 했다.

크렘린 성벽 보수공사/현지 TV채널 '즈베즈다' 캡처
성벽위에 설치한 보수용 비계가 바깥쪽으로 추락(위)하면서 공사 자재도 굴러 떨어지고 있다/동영상 캡처

모스크바시 당국은 크렘린 '스파스카야 타워' 근처 벽 위에 비계를 설치하고 성벽 복구 공사를 시작했으나, 공사용 비계 일부가 강한 바람에 날려 성벽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지 않았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모스크바에는 이날 황색 강풍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앞서 20일에는 모스크바에 겨울을 재촉하는 첫 눈이 내리는 바람에 주요 도로 곳곳에서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모스크바 도로교통국은 이날 "저녁 퇴근 시간에 눈발이 날리면서 모스크바 교통 흐름을 크게 방해했다"며 "도로 체증이 최악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증 수준은 1~10 사이에서 9를 기록했다.

저녁 (퇴근) 시간에 첫눈이 내리면서 모스크바 도로는 경보 '9'에 이르는 정체가 빚어졌다/얀덱스 캡처

 

러시아 '에너지 주간'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미 CNBC 방송의 갬블 앵커/얀덱스 캡처

지난 주에 열린 '러시아 에너지 주간-2021'에서 푸틴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미국 CNBC 방송의 헤들리 갬블 기자(앵커)의 부적절한 처신들에 대한 뒷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더 힐’이 '늘씬하고 예쁜' 갬블 기자에게 푸틴 대통령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녀는 러시아에서 단숨에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푸틴 대통령을 향해 긴 다리를 꼬고 앉은 모습이 현지 신문의 1면을 차지했다.

갬블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다리를 강조한 러시아 유력 경제지 코메르산트 1면을 SNS에 올리며 “나의 베스트 앵글”이라고 썼다/사진출처:트위터
푸틴대통령과 인터뷰 장면. 아래에 방청객들이 있고, 왼쪽 위쪽엔 화상으로 참여한 인사들의 얼굴이 보인다/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그녀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 있는 당시 영상(CNBC 영상)을 보면, 인터뷰는 행사장 중앙무대 위에서 진행됐다. 그 장면을 방청석에서는 행사 참석들이, 화상으로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서 즐겨 활용되는 방식이다. 여러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가 대통령에게 묻고 답하는 과거와는 달리, 사회자가 단독으로 대통령과 행사를 진행하는 형식이다. 이번 '러시아 에너지 주간' 행사에는 CNBC 기자가 13일 푸틴 대통령 참석 세션의 사회자를 맡은 격이었다. 

문제의 성희롱적인 발언은 '러시아가 가스 가격을 올리려고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에 푸틴 대통령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캠블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 다양한 표정과 제스추어를 쓰며 대답하던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무기화' 의도 지적에는 감정이 폭발(?)한 듯했다. 그는 앞에 앉은 남성 참석자들을 바라보며, “(이 기자는) 아름다운 여자다. 예쁘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건 딱 한 가지인데, (기자는) 마치 내 얘기를 못 들은 것처럼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답변하는 푸틴 대통령의 다양한 제스추어/동영상 캡처

이튿날(14일) ‘더 힐’은 그의 '아름다운 여자' 발언에 빗대 “천연가스 공급을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에 대해 이해하기에 (그녀는) 너무 아름답다는 소리”라며 “푸틴 대통령이 미국 앵커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당시 갬블은 푸틴 대통령에게 "잘 듣고 있다"고 반박하며, "질문의 요점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는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도 짜증난 표정으로 “잘 들어봐.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했는데, 그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늘리고 있다. 15%나 늘렸다. 줄이지 않고 늘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 힐'의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이 인터뷰는 내용보다 기자의 도발적인 자세가 더 주목을 받았다. 일부 현지 언론은 20일 영국의 보디 랭귀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갬블(기자)이 유혹적인 눈빛과 입술로 푸틴 대통령을 유혹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갬블 기자의 다양한 보디 랭귀지/현지 TV 매체 캡처

'보디 랭귀지' 전문가인 대런 스탠턴은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캠블이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7가지 유혹 기술을 사용했다"며 "머리를 만지고 상대 쪽으로 긴 다리를 돌려 수시로 꼬았다 풀었다는 반복하며, 눈을 크게 치켜뜨는 등 상대에게 관심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녀의 민소매 옷차림과 높은 하이힐, 스타킹 등도 유혹의 보조 도구로 사용됐다고 했다.

또다른 행동 분석가 주디 제임스도 캠블의 '보디 랭귀지'가 ‘플러팅’(Flirting, 추파던지기)이 분명하다"며 "그녀의 보디 랭귀지는 매우 노골적”이라고 평가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을 치켜뜨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손에 쥔 펜을 굴리거나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고, 혀로 입술을 햝는 행동 등은 성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갬블 기자의 당당한 평소 모습. 위로부터 푸틴 대통령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무대위엣더 앞서 걸어가고, 성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리포터 하는 장면/SNS, 동영상 캡처

 

수감자 학대 동영상을 폭로한 세르게이 사벨리예프가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한 모습/사진출처:굴라구.넷

러시아 교정 행정의 비인간적인 학대 행위를 폭로한 익명의 내부 고발자가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벨라루스 출신의 젊은이 세르게이 사벨리예프(Сергей Савельев 31)다. 그는 지난 2013년 마약 밀매 혐의로 구속돼 러시아 사라토프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이때 교도소내 의료 시설에서 수감자들이 학대당하는 다수의 동영상을 수집한 뒤 최근 익명으로 수감자 인권단체 '굴라구닷넷'(Gulagu.net)에 제보했다. 그러나 러시아 수사당국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자 급히 파리로 몸을 피한 뒤 망명을 신청했다. 동시에 영국 BBC 방송과 20일 만나 '러시아판 스노든(미 정보국의 비밀을 폭로한 뒤 모스크바로 몸을 피한 전직 정보요원)'이 자신임을 밝히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사발리예프의 BBC 인터뷰. "나는 세르게이 사발리예프이고, 수감자들에 대한 끔찍한 학대 영상을 넘겼다"고 했다/현지 매체 델피(Delfi) 캡처
'굴라구닷넷'의 웹페이지 캡처

러시아어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그의 제보를 받아 교도소내 학대 동영상을 폭로한 곳은 러시아 교도소 인권보호 단체 '굴라구닷넷'이다. 지난 2011년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는 러시아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 보호를 내세우며, 다양한 고문 영상을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라토프 교도소 영상에는 침대에 묶여 있는 한 남성을 여러 명이 몽둥이로 마구 때리는 의료시설 내부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수감자들이 고문 또는 강간 당하는 모습도 포함됐다고 한다.

끔찍한 학대 영상이 폭로되자 사라토프 교도소 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러시아 연방교정국은 연루된 교도소 직원 4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폭로자 사벨리예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라토프의 교도소에 수감된 직후 심하게 얻어 맞았다고 말했다. 소위 '신고식'이다.

이후 교도소에서 행정 업무를 맡은 그는 교정 요원들의 '보디캠'에 녹화된 순찰 영상을 모니터링한 뒤 삭제하는 일을 맡으면서 수감자 학대 영상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부터 영상을 삭제하기 전에 따로 저장하기 시작했고, 지난 2월 석방되자 몇개월에 걸쳐 '굴라구닷넷'에 영상 파일을 넘겼다. 

그가 러시아를 탈출하기로 한 것은 지난달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풀코보 공항에서 협박을 받으면서부터. 신원 불명의 남자들에게 끌려간 그는 “반역죄로 20년간 감옥에 잡아넣겠다”고 협박을 받았다. 또 "영상을 폭로한 '굴라구닷넷'의 사주를 받아 러시아 교정당국을 불신하게 하는 증거를 수집했다”고 진술하도록 강요받았다. 그는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한 뒤풀려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사는 방법을 택했다"며 "러시아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벨라루스로 건너가 튀니지를 거쳐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의 환승 구역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리에서 '굴라구닷넷'의 운영자와 함께 자신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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