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우회하면서 남북대화의 길을 뚫기 위한 게 아닌가 하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백두산 화산'도 같은 의도.
여하튼 그런 카드를 만지고 있다는 게 큰 진전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5일 대변인 인터뷰를 통해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외무차관의 방북(11~14일) 결과를 전하면서 "러시아는 북남관계 개선을 돕는 측면에서 러시아·북·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가스관 부설, 송전선 건설 등이 전망성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조선(북)은 러시아의 계획을 지지하고 그 실현을 위한 3자(남·북·러) 실무협상 제안이 나오면 긍정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알기 때문에 이 카드를 꺼낸 것일까? 이 대통령은 1995년(14대 의원 시절) 출간한 자서전 '신화는 없다'의 마지막 9장 '북방을 보라, 미래가 있다'에서 "시베리아 가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1989년부터 했다"고 썼다.
2008년 9월 취임후 첫 러시아 방문 때는 2015년부터 매년 시베리아 천연가스 750만톤을 30년 동안 들여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또 2010년 9월에는 러시아 야로슬라블에서 열린 세계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도 "북한도 개혁·개방이라는 세계사의 흐름에 함께해 러시아·북한·한국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경협의 길이 열리길 희망한다"고 했었다.
이 카드는 북한측에게 외화벌이 샘물이 될 것이다.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보내는 통로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나 벨라루스처럼.
한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북한-한국간 가스관이 부설되면 북한이 수수료로 연간 1억~1억5000만달러를 벌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챙기는 5000만달러의 2~3배에 이른다.
이런 매력적인 제안을 북한이 모르는 척한 것은 역시 개방 바람이다. 한국이든, 러시아든..많은 외부 사람들이 들락거리면 바깥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그게 북한 체제를 요동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으로서도, 러시아로서도..현실적인 판단을 할때가 된 것인지..자꾸 경제협력카드를 꺼집어내는 게 심상치 않다. 김정은으로의 후계 구축이 이뤄졌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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