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의 산업체 책임자 겸임은 '더 이상 안된다' 메드베데프식 개혁
각료들의 산업체 책임자 겸임은 '더 이상 안된다' 메드베데프식 개혁
  • 이진희
  • jinhlee@hk.co.kr
  • 승인 2011.04.02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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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산업체제를 묘사하는 용어로 국가자본주의라는 게 있다. 푸틴 총리가 대통령시절 귝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거나 민영화된 기업의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면서 국가가 깊숙이 관여하게 만들자 서방언론들이 이 체제를 국가자본주의하고 불렀다.

주요 기업의 이사장 혹은 회장을 관련부서 장관 혹은 차관이 맡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국가 자본주의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개혁하려고 나섰다. 당연히 푸틴 총리 사이에서 권력다툼의 징후가 나온다. 권력투쟁설이라는 분석도 비친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측근인 아카디 드보르코비치 대통령 경제수석 보좌관은 최근 대통령이 일부 각료들을 국영기업 이사진에서 물러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푸틴 총리의 최측근인 이고르 세친 부총리가 포함돼 있다. 세친은 러시아 최대의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회장을 겸하고 있다 사실상 권력과 돈줄을 함께 쥐고 있는 셈이다.

세친 부총리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단 소속이다. 하긴 메드베데프도 푸틴도 그 사단인 것을 감안하면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 싶겠지만, 세친 부총리는 푸틴이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무시장이던 시절부터 그를 보좌해온 인물이다.

또 푸틴 대통령 시절부터 꾸준히 재무장관직을 맡아온 알렉세이 쿠드린 장관도 대외무역결제은행(VDB) 감독 이사회 회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이 은행은 대외결제를 주로 하는, 민간기업화 되기 전의 우리의 외환은행격이다. 외환감독을 철저히하는 러시아에서는 외환은행같은 것이 아직도 필요하다.

또 아에로플로트항공 회장을 맡고 있는 이고르 레비틴 교통장관, 러시아농업은행 회장을 맡고 있는 빅토르 주브코프 제1부총리도 국영기업 이사진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겸임을 해제하기로 한 것은 "정치인들이 국영기업의 경영효율을 저해한다"는 신념때문이다. 각료급의 산업체 이사 겸임은 어차피 자유 경쟁 체제에서 특혜 대우를 받아 왔고, 그 관행은 경쟁력을 해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주장하지만, 돈줄을 놓고 벌이는 메드베데프 인맥과 푸틴 인맥간의 싸움으로 보는 것도 결코 틀린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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