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지금) 바실리 성당 배경 외설 사진에 징역형, 10일간 긴 휴무에 휴양지는 북적
(러시아는 지금) 바실리 성당 배경 외설 사진에 징역형, 10일간 긴 휴무에 휴양지는 북적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0.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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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도줴스트벤니 극장이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돼 - 또 하나의 명소가 될 듯

인스타그램 등 SNS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유명 러시아정교회 성당을 배경으로 옷을 벗는 노골적인 장면이나 유사 성행위를 연상케하는 사진(동영상)을 찍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 러시아 사법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모스크바서 성당을 배경으로 도발적인 사진을 찍어올린 블로거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이 선고됐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스크바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성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음란 행위를 묘사한 사진을 찍어 올린 젊은 커플이 29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모스크바의 한 구역 법원은 이날 성바실리 성당을 쳐다보며 유사 성행위를 하는 듯한 사진을 SNS에 게재한 루슬란 보비예프와 그의 여자친구 아나스타샤 치스토바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9월 말 문제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여자 친구는 성바실리 성당앞에서 웃옷을 완전히 벗어젖히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타지키스탄 출신의 보비예프는 법정에서 SNS의 방문자를 늘리고 '좋아요' 클릭을 얻기 위해 이 같은 사진을 찍었다며 "생각 없이 한 행동"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치스토바는 "남자 친구가 장소를 선택해 제의를 했는데, 그 정도 사진을 찍는 건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나는)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징역형 처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스크바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찍은 외설스런 사진(위)와 법정에 나온 커플/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이 사진은 대다수 정교회 신자들로부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 두 사람을 체포했다. 이후 형법 148조 (사회 질서를 문란케하고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한 노골적인 행동)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됐다. 보비예프는 타지키스탄으로 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사진은 '경찰'이라고 쓰인 재킷을 입은 여성이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성이삭 성당앞 사진/현지 TV채널 캡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랜드마크 격인 '성이삭 성당' 앞에서 한 여성이 아랫도리를 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 앞에 선 남자를 쳐다보는 사진이다. 최근 SNS에 올라온 이 사진은 지난 여름에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바실리 성당 사진과 마찬가지로 거센 비판에 사진은 삭제됐으나, 경찰은 수사 끝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31세 여성을 범인으로 구속했다. 이 여성도 법정에서 최대 30만 루블의 벌금이나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 사법당국은 정교회 성당을 모독하는 외설스런 사진들을 적발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유사한 사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유명 성당 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방침이다.

러시아정교회 성당을 모욕한 혐의로 처벌받은 유명 인사로는 러시아 여성 펑크 록그룹 '푸시 라이엇'이 있다. '푸시 라이엇'은 러시아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2012년 2월 얼굴에 복면을 쓰고 요란한 의상을 입은 채 크렘린 인근의 '구세주 대성당' 제단에서 푸틴의 3기 집권에 반대하는 공연을 펼치다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전세계에 '푸시 라이엇'이란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고 꼬집는 기상천외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휴무령으로 길가 벤치에 앉아 음식을 먹는 모스크바의 한 커플(위)와 문을 닫은 쇼핑센터/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휴무령 첫날,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설치된 검문소 통과하지 못한 차양이 200대가 넘었다/얀덱스 캡처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막기 위해 푸틴 대통령이 내린 '1주일 휴무령'에 따라 30일부터(모스크바는 28일) 사실상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코로나 4차 파동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이지만, 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역효과도 만만찮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겨울철 최대 휴양도시인 흑해 연안의 소치에는 이번 휴무기간에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흑해를 낀 크림반도의 휴양지 세바스토폴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크림반도 측은 외지 관광객이 몰릴 것에 대비해 기차역과 주요 도로에 PCR(유전자증폭) 진단 검사와 백신 접종 확인을 위한 검문소를 설치, 30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그 결과, 첫날부터 200여대의 자동차가 검문소에서 막혀 다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문소를 통과하려면 백신 접종 증명서나 코로나 감염 확인서를 제시해야 한다. 세바스토폴은 지난 9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했다.

세바스토폴 도시 입구에 세워진 검문소에서 백신접종 증명서 등을 검사하고 있다/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검문소 표시. '스톱' 표시와 함께 '서류 제시' 문구가 걸려 있다/현지 TV 채널 캡처

그러나 모스크바의 경우 대부분 업체들은 휴무령으로 문을 다는 바람에 소기의 방역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세르게인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29일 밝혔다. 소뱌닌 시장은 "첫 휴무일부터 대다수의 기업이 방역수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며 "실제로 방역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1주일 휴무'를 지시했으나 모스크바는 자율적으로 이틀을 앞당긴 지난 28일부터 휴무에 들어갔다. 

이 기간, 모스크바 등 대다수 지역에서는 병원과 약국, 식료품, 도시 인프라 관련 기업 등 필수 업체들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폐쇄되고, 식당과 카페, 쇼핑몰, 영화관, 공연장, 헬스클럽 등 대다수 상업·서비스 시설도 문을 닫았다.

모스크바 후도줴스트벤니 극장 모습/사진출처:위키피디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중 하나인 모스크바의 '후도줴스트벤니 일렉트로-찌아트르'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Электро-театръ, 이하 '후도줴스트벤니 극장')가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 구찌로부터 '구찌 플레이스'로 최근 선정됐다.

구찌는 지난 2017년부터 자사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으면서 브랜드에 영감을 주는 전 세계의 다양한 장소를 ‘구찌 플레이스’로 지정, 특별히 소개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첫 구찌 플레이스는 영국 더비셔의 채스워스 하우스이고,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서울 대림미술관이 선정됐다.

1909년 11월 아르바트 광장에 처음 문을 연 '후도줴스트벤니 극장'은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거쳐 지난해 봄 다시 문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Электро-театръ'. 개장 당시만 해도 영화는 러시아에서 '시네마토그라프'이기 보다는 '일렉트로한 예술'로 받아들여진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통상 '후보줴스트벤니 영화관'(кинотеатр)로 불린다. 

후도줴스트벤니 극장의 미니 상영관(위)와 시사회 행사 장면/사진출처:극장 홈피, 페북

역사가 오랜 만큼 이 영화관이 지닌 권위도 대단하다. 러시아 최초의 유성 영화나 컬러 영화가 처음 상영됐고, 지금도 주요 시사회는 대개 이곳에서 열린다. 그동안 폭격을 당해 무너지고, 철거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복원돼 항상 최신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도 지난 4월 이 영화관에서 '구찌 아리아 컬렉션' 영상을 상영하면서 첫 인연을 맺고, 최근에는 구찌 100주년을 기념하는 ‘구찌 100 컬렉션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구찌측은 '후도줴스트벤니 극장'과 함께 런던 '사보이 호텔'을 구찌 플레이스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창립자 구찌오 구찌가 100여년 전 벨보이로 일했던 곳이다. 이 호텔에서 가장 비싼 로열 스위트룸은 구찌로 장식된 ‘구찌룸’으로 변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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