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방문 번스 미 CIA국장이 굳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까닭은?
모스크바 방문 번스 미 CIA국장이 굳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한 까닭은?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1.09 0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렘린, 번스-푸틴 전화통화 사실 확인-양국 관계, 외교적 위기, 사이버 범죄 등 논의
미 CNN "우크라 접경 군사력 집결 경고" vs 러 외교부 "우크라 분쟁 종종 의견 나눠"

푸틴 대통령이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현안 문제를 논의했다고 크렘린이 8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와 전화통화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다만, 번스 국장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특사 급' 자격으로 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이해가 된다.

그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번스 국장의 러시아 방문 목적및 의도가 길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푸틴 대통령, 번스 미 CIA국장과 양국관계와 지역 분쟁 논의/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번스 CIA 국장간의 전화통화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관계와 외교적 실천의 위기 상황 (двусторонние отношения и кризисная ситуация в дипломатической практике)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지역 분쟁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사이버 보안의 가장 시급한 문제들이 대화속에 들어 있었다"고 했다.

지난 2, 3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번스 국장이 니콜라이 파트루세프 러시아 국가 안보회의 서기와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 국장 등과 만나 협의한 내용 그대로다. 그러나 그의 모스크바 체류 당시, 푸틴 대통령은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 머물고 있어 번스 국장의 예방을 받지 못했고, 파트루셰프 서기로부터 협의 내용을 보고 받았다는 게 페스코프 대변인의 발표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번스 국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전해야 할 메시지가 없었다면, 혹은 국가 최고 지도자와 화급히 논의해야 할 현안이 없었다면, 굳이 전화통화까지 해야 할지 의문이다. 크렘린 측은 두 사람의 통화 시기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지만, 번스 국장의 모스크바 체제 기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렘린은 뒤늦게 전화통화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줬을 뿐이다.

푸틴 대통령의 전화통화 모습/사진출처:크렘린.ru

미 CNN 방송은 번스 국장과 푸틴 대통령간의 전화통화를 '흔치 않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번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 군사력 증강에 대해 (미국측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러시아의 의도를 파악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CNN은 앞서 지난 6일에도 "번스 국장의 러시아 방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개입 우려가 높은 시기에 이뤄졌다"며 번스 국장의 방문 목적을 우크라이나 분쟁과 유럽 에너지 위기 해결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그러나 크렘린의 발표 문구대로라면, 이 문제는 양국간 협의의 첫번째 이슈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군사력 집결에 관해서는 공식석상에서 충분히, 그리고 강력하게 경고할 수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6일 "CIA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문제가 거론됐다"고 확인하면서도 "이 문제는 미국 대표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종종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늘 나오는 이슈'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모스크바를 방문한 번스 CIA국장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 러시아 안보회의

오히려 주목할 것은 '양국 관계와 외교적 실천의 위기 상황'이란 표현이다.
양국의 기본적인 외교 관계는 현재 최악이나 다름없다.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속에 터진 상대국 주재 외교관 수를 둘러싼 분쟁과 이에 따른 주러 미국 총영사관 폐쇄, 비자 발급의 어려움 등으로 양국 민간 교류는 꽉 막히기 직전이다. 더욱이 미국은 8일부터 백신접종 외국인들에게 자유로운 출입국을 허용하면서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자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칙적으로 '서방측 백신'을 맞을 수 없는 러시아인들은 미국 입국이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1970년대 '철의 장막'이나 다름없는 장벽이 세워지고 있다.

이같은 미-러 관계에서 번스 CIA국장의 모스크바 방문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목적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미국 정치학자 브루스 막스는 ·에서 "번스 국장은 미러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라며 "번스가 미 대표단의 책임자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며, 그같은 방문은 CIA 국장의 업무에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의 첫 CIA 국장으로 취임한 번스는 2005~2008년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냈다. 미러 관계 개선을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새로운 카드'가 아닐까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