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러시아의 대 유럽 PNG 천연가스 시장 공략 전략 - 러시아CIS 토크 제 12호
(기고) 러시아의 대 유럽 PNG 천연가스 시장 공략 전략 - 러시아CIS 토크 제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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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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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까지 바닷길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운송 루트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2)는 지난 9월 완공됐다. 그러나 공식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노르트 스트림-2'가 유럽의 에너지 판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 간의 첨예한 이해 충돌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 반대'를 외치던 미국이 독일과의 동맹관계를 우선 고려해 한 발자국 물러섰지만, 정식 개통을 앞두고 양국간의 갈등이 여전하고, 유럽연합(EU)의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독일과 EU의 '개통'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 이해 당사자간에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데, 그럼에도 러시아는 왜 '노르트 스트림-2' 건설을 강행했을까?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 학과가 매월 발간하는 '러시아CIS 토크' (Russia-CIS Talk)는 최근(12월 1일자, 12호, https://ruscis.hufs.ac.kr)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다뤘다. 러시아CIS 경제전공 김정환(박사 수료)이 쓴 '러시아의 대유럽 PNG 천연가스 시장 공략 전략'이다. '노르트 스트림-2'의 정식 개통을 둘러싼 유럽내 이해 충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러시아CIS 토크 제 12호/캡처

◇러시아, 유럽 PNG 공급 시장을 틀어쥐다

러시아는 오랜 기간 유럽의 중요한 천연가스 공급자였다. 1968년 오스트리아에 천연가스를 PNG(Pipeline Natural Gas) 형태로 첫 수출한 이후, 세계 최대 PNG 수입국인 독일로 공급망을 넓히면서 유럽의 핵심 PNG 공급기지 역할을 맡아왔다. 

러시아는 첨예한 냉전 시기에도 정치적 이념과는 별개로 유럽의 에너지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냉전 중에도 발생한 적이 없었던 러시아-유럽 간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소련의 해체 이후 터져나온 것이 자못 흥미롭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1차적으로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 네트워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경유국'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분쟁 발발 이전부터 기존의 경유국 우회 파이프라인 부설 등 자국의 천연가스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다양한 루트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경유국 리스크'에 대비해 왔다. 이미 '블루 스트림'(blue stream, 흑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터키 동쪽를 잇는 파이프라인)과 '터키 스트림'(러시아와 터키 서쪽 연결), '노르트 스트림'(러시아와 독일 연결)은 가동 중이고, '노르트 스트림-2'가 가동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CIS 토크 캡처

러시아의 이같은 우회 루트 구축은 단순히 경유국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다목적인 전략적 포석을 깔고 있다. 

◇우크라이나 우회 신규 PNG 루트 구축의 전략적 의미 

우선 경제적 수익의 확대다. 경유국을 우회하는 방식을 통해 러시아는 경유국과 공유했던 경제적 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릴 수 있다. 경유국은 러시아에게 천연가스의 대 유럽 수출을 위해 꼭 필요한 파트너였고, 그에 따른 권리도 주장해 왔다. 한마디로 가스관 통과의 대가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 경유국들은 가스관 통과 수수료는 받는 것은 물론, 천연가스 자체를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러시아가 운송 단계에서 경유국을 배제, 혹은 비중을 낮출 경우, 통과 수수료를 내지 않거나 낮춰도 되고, 굳이 가스 값을 할인해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즉, 유럽 전역에서 천연가스를 시장가격(혹은 시장가격과 가깝게)으로 판매 가능하고,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블루 스트림'과 '노르트 스트림'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하던 천연가스 가격의 할인 폭을 점차 줄인 바 있다. 

둘째는 유럽 PNG시장의 지배력 강화이다. 액화천연가스(LNG, Liquefied Natural Gas) 거래가 확대되는 현 상황에서 공급자 러시아의 지위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다. 천연가스는 생산지별로 다소간 열량및 성분 차이가 존재하나 그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일한 재화'로 간주된다. 제품의 차별화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반면, 신규 LNG 거래 참여국가는 '천연가스'라는 동일한 재화를 얻기 위해 재기화 설비및 터미널 건설 등과 같은 높은 전환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PNG 가스 수입이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가가 굳이 추가 투자를 통해 LNG 거래에 참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매년 80bcm(Billion Cubic Meter/십억 입방미터) 이상의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유럽 최대 수입국 독일은 러시아와 노르웨이로부터 PNG 방식으로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사실상 LNG 거래는 하지 않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의 해상 작업을 하고 있는 '포르툰'호/출처:nord-stream2.com

셋째는 PNG 운송 시스템의 효율화및 최적화다. 경유국 우회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해 수요지 인근 허브국가에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함에 따라 이미 구축된 천연가스 운송 자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노르트 스트림'과 마찬가지로 신설된 '노르트 스트림-2'도 독일로 직접 연결되고, 러시아 천연가스는 기존의 파이프 라인(JAGAL과 OPAL)을 통해 독일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송출될 것이다. 

'터키 스트림'의 경우, 터키를 거쳐 바로 불가리아 Stranzha-2로 공급된다. 러시아는 신규 천연가스 분배망 건설 없이 유럽의 PNG 수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수출 거점 국가와의 협력및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의 신규 PNG 건설 베팅에 대한 전망 

러시아의 대 유럽 PNG 수출 전략이 LNG 거래가 날로 확대되는 시장 환경에서 언제까지 효과적일지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유럽의 천연가스 전체 수입 물량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독일과 불가리아를 거점으로 서유럽과 남부 유럽에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러시아 천연가스는 유럽 시장의 기초 수요를 담당하는 데 계속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대 유럽 수출 물량이 줄어들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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