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서 제 2의 삶을 꾸려가는 고려인들, 광주 고려인 마을을 KBS '다큐 3일'이 찾았다
조국에서 제 2의 삶을 꾸려가는 고려인들, 광주 고려인 마을을 KBS '다큐 3일'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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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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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조국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려인들의 72시간을 담은 KBS1 TV '다큐멘터리 3일'의 '우리가 꿈꾸던 고향- 광주 고려인 마을 72시간' 편이 5일 방영됐다.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평균 나이 여든여덟의 사할린 동포 1세대 21명이 70여년 만에 지난달 27일 영주귀국한 시점과 맞물려 방영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귀국 사할린 동포들은 비록 경기도 안산과 인천에서 새 삶을 시작하지만, '삶의 현장'은 광주 고려인 마을과 다름이 없을 터.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혹은 강제로 러시아로 넘어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았던 고려인 동포들의 후손들이 '꿈에서나 그리던' 고향 땅에서 꾸려가는 '제 2의 삶'이 '다큐 3일'에서 생생하게 그려졌다.

KBS 카메라가 찾아간 곳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이다. 경기도 안산과 인천 함박마을과 함께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인천 함박마을에서 신종 코로나(COVID 19)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환자가 하나 둘 나오면서 방영 시점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
월곡동 고려인 마을

카메라가 만난 고려인 마을 종합지원센터 대표 신조야(66)씨. 이 곳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고려인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대모’다. 이 곳 7천여 고려인들이 부딪치는 각종 문제들을 듣고 해결해 주려다 보니 늘 바쁘다. 

그녀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워 혼자 병원을 가지 못하는 어르신부터, 이제 막 한국에 들어와 자녀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부모까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주저앉지 않도록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김 블라디미르(66)는 소위 '잘 나가는' 이 곳 방송인이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문과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던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12년 한국에 왔다. 그는 이 곳에 터를 잡은 뒤 겪은 고통이 적지 않지만, 이 마을에 '미디어 센터'(고려FM라디오)가 생기자 방송인으로 변신, '행복문학' 프로그램 진행자로 고려인 동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길을 잃고 방황하는 동포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때때로 친구와 친척들이 있는 우즈베키스탄을 그리워하지만, 단 한 번도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하는 김 블라디미르. 아버지가 생전에 눈물을 흘리며 부르시던 고향의 노래를 떠올리며 한국 땅에서 시를 쓴 첫 고려인 시인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가장 처음 쓴 시는, 내리는 첫눈을 보며 난생 처음 만난 고향 땅의 아름다움을 그린 '광주에 내린 첫 눈'이다. 그는 이후 고려인과 조국, 사랑과 친구, 삶 등을 생각하며 쓴 시들을 모아 2017년 ‘광주에 내린 첫눈’ 시집을 발간했다. 

광주 고려인 마을 사람들/사진출처:KBS

두번째 시집은 2018년 7월에 낸 '회상열차'다. 한국에서 (우즈벡 문과대학) 교수에서 노동자로 전락한 뒤,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잊혀지지 않았던 자신의 정체성과 한민족의 자랑스런 긍지를 서정적으로 푼 시들로 엮었다.

이 마을에서 또 다른 삶을 살며 희망을 가꾸어가는 텐 올가(35세). 고려인 마을 가족 카페를 운영하는 세 자녀의 엄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뒤 4개월 된 막둥이를 달래며 한국어 공부에 매달린다. 그녀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 아이들에게 한국 국적을 물려주기 위해서란다.

'조국에서의 완전한 정착'을 위해 누군가는 앞에서 끌고, 누군가는 뒤에서 밀며 '희망'을 놓지 않는 고려인 마을 주민들. 그들의 이야기가 '다큐 3일'에 담겨 전국에 전해졌다.

사진 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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