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강경, 속으로는 협상 돌파구 마련? 정상회담 이후 미-러시아 관계는..
겉으로는 강경, 속으로는 협상 돌파구 마련? 정상회담 이후 미-러시아 관계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2.16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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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여전히 강경, 속으로는 어렵지만 해결의 돌파구 모색. 푸틴-바이든 미러 화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전개되는 국제정치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과 전화를 통해 회담 내용을 공유한데 이어, 유럽연합(EU) 소속 동유럽 국가 정상들에게도 전화를 돌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화상 회담에서 러시아측에 외교적으로 양보했다"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보도가 예상외 파장을 일으키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질렀다. '오버 액션' 비슷한 느낌을 안겨줬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서둘러 그 흐름에 동참했다. 겉으로 보이는 초강경 흐름이다.

푸틴-바이든 첫 화상 정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그러나 미국은 화상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카렌 돈프리드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차관보를 모스크바로 보냈다. 돈프리드 차관보는 15일 러시아의 카운트 파트격인 세르게이 랴브로프 차관을 만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15일 "러시아 외무부가 오늘 미국 특사에게 국가 안보에 관한 구체적인 제안서를 넘겼다"며 "러시아의 안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미국 특사란 돈프리드 차관보를 말한다.

타스통신:랴브코프 러 외무차관과 돈프리드 미 국무부 차관보 협상 끝내/얀덱스 캡처

우샤코프 보좌관은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짐작 가능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0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 러시아 표현으로는 그루지야) 추가 확장과 러시아 인접 지역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법률적 보장책을 요구하는 '안보 보장책 마련'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 국가의 안보 보장을 위해 다른 국가의 안보가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합의 사항을 근거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안전 보장을 위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지 말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러시아의 안보에 관한 국제법적인 보장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국·나토 측과 즉각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미 안보보좌관 셜리번, 우샤코프와 우크라이나 문제 협의/얀덱스 캡처

이제 남은 것은 러시아의 안전보장책을 논의할 실무회담이다. 협상이 시작될 경우, 랴브코프 차관이 러시아 측 대표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파트너는 돈프리드 차관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랴브코프 차관-돈프리드 차관보 회의가 끝난 뒤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미 백악관의 제이크 셜리반 안보수석 보좌관과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러 정상회담 이후 크렘린-백악관, 러시아 외무부-미 국무부간에 긴밀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은 이날 미 백악관 발표를 인용, 두 사람(우샤코프- 셜리반 보좌관)은 바이든-푸틴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다"며 "셜리반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증강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가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미국이 외교적으로 (러시아)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과 긴밀한 접촉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돈프리드 차관보가 16일 브뤼셀에서 미-나토 회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 기자회견/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바이든 두 정상이 연내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켄터키주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의 추가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추후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돈프리드 차관보가 모스크바, 키예프, 벨기에를 거쳐 워싱턴에 도착하면, 두 정상의 2차 화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추측된다. 돈프리드 차관보의 귀국 보따리에 희망적인 불빛이 보이면, 그 빛을 따라 다시 정상회담을 할 것이고, 아니라면 더 시간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정상회담이 연내에 다시 열린다면, 그건 희망적이라는 뜻이다. 그 사이에는 여전히 미국과 나토, G7 국가들이 러시아를 향해 윽박지르는 태도가 계속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다각도 외교전도 눈길을 끈다. 정상회담 후 그는 독일에 이어 13일 영국, 14일 프랑스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했다. 돈바스 지역 분쟁 등 우크라이나 사태와 나토의 동진 문제 등을 협의했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푸틴 대통령, 존슨 영국 총리와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어 사용자) 차별과 나토의 동진(정책)에 관해 논의/얀덱스 캡처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15일 화상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6개월 만에 화상으로 만나 우의를 다졌다. 중-러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에 대러시아 결속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에게도 결코 나쁜 그림이 아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화상을 통해 "러중 관계는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델" "나토의 동진을 막으려는 푸틴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에 앞서 정상회담 개최" 등 서로 상대를 격려하는 멘트를 쏟아냈다. 

양국 정상은 또 미국·영국·호주가 지난 9월 창설한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4자(일본·호주·인도 포함)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했다. 

러 중 정상, 시베리아힘-2 가스관 프로젝트 논의/얀덱스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사진출처:크렘린.ru

두 정상은 실제적인 협력방안도 논의했다. 러시아 곡물의 중국 수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 양국 간 교역 지원을 위한 독립 금융 인프라 구축,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중국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간 연계 등의 문제도 논의됐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나토와의 담판을 앞두고 중국을 든든한 후원자로 끌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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