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V' 백신 아프리카에 무료 공급하겠다는 크렘린, 깊어지는 코로나 고민
'스푸트니크V' 백신 아프리카에 무료 공급하겠다는 크렘린, 깊어지는 코로나 고민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1.12.22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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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하루 1천명 사망자는 너무 많다" "크렘린내에 사망자도 발생"
WHO의 인도산 코보박스, 노바백스 긴급승인 - 저소득국가 시장 빼앗긴다?
푸틴 대통령의 감염 예방조치는? 과거엔 소독 터널, 이젠 안전한 사람만 만나

러시아의 권력을 상징하는 크렘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COVID 19) 감염 '4차 파동'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미크론' 변이마저 확산되면서 유럽 각국의 지도부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2022년 새해를 앞두고 국가 봉쇄정책 카드를 이미 꺼냈거나 꺼낼 태세다.

러시아도 유럽과 비슷한 고민일까?
그 답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19일 러시아 국영 TV채널 '러시아-1'을 통해 내놨다.

페스코프 대변인, 대통령행정실에서도 코로나 사망자 발생 인정/얀덱스 캡처

크렘린의 가장 큰 고민은 우선 사망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COVID 19) 치명률"이라며 "매일 1천 명 이상의 국민이 목숨을 잃는 건 비극이자 정부 지도부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자 수 비율)은 3% 이상으로 꽤 높은 편이다.

그 결과, 하루 사망자는 지난 10월 중순부터 매일 1천 명 이상 나오고 있는데, 21일에도 1천27명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19일에는 1천254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하루 확진자는 2만7천~2만8천명대를 오르내고 있다. 코로나 확진과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 보건당국은 연일 60세 이상 국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러시아 보건방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안나 포포바 청장은 "60대 이상의 감염과 사망률을 낮추려면 최소 60%가 백신 접종을 마쳐야 한다"며 "60대 이상 연령대 접종률이 80% 수준을 나타낼 때 역학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크렘린 행정실 내에서도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코로나는 대통령 행정실도 비껴가지 않았다"며 "행정실 직원도, 그 직원의 친인석도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통령 행정실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며 "행정실에서도 재택근무 체제를 도입하려고 한다"고도 했다. 

페스코프:푸틴과 장시간 소통을 앞둔 사람은 예비 격리기간을 거쳐야/얀덱스 캡처
승전기념식 행사후 참전 노병들과 만나는 푸틴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의 신변 보호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모양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방역 조치가 완벽하지 않는 행사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QR코드 확인, (음성 확인을 위한) PCR 검사는 어디든지 필요하고,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모든 참석자는 제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직접 장시간 만나는 사람은 일정 기간 격리해야 하며, 그 기간은 의사가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에는 푸틴 대통령 면담자는 소독약이 분사되는 '소독 터널'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스푸트니크 라이트'로 부스터샷(재접종)을 맞았으며, 구강 스프레이 백신의 임상시험에도 참여한 바 있다.

'소독용 터널' 작동 모습/트윗 영상 캡처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에 대한 고민도 이제는 적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몇 개월내에 WHO의 승인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WHO의 승인이 나오기 전에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스푸트니크V 백신을 무료로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백신을 일부 국가에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지난 17일 발언에 뒤이은 것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리트리예프도 19일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한 아프리카에 백신을 무료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크렘린(위)와 페스코프 대변인/사진출처:현지 매체 rbc, VK

당초 스푸트니크V는 WHO의 승인을 받은 뒤 국제 백신 공동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저소득 국가에 대량으로 보급할 계획이었으나, WHO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무료 배포 아이디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WHO가 지난 17일 미국 '노바백스'의 인도산 백신인 '코보박스'를 저개발국가 배포에 용이하다며 긴급사용 목록에 올린 것이 러시아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WHO는 '노바백스'에 대해서도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지 하룻만인 19일 사용을 허가하는 등 저개발국가의 보급용 백신을 잇따라 승인 목록에 등재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으로서는 '코백스'를 통한 저개발국가 공급 계획에서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나아가 WHO측은 내년 중반이면 전세계 백신 접종률이 7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을 서둘러야 가능한 목표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WHO 승인이 늦어지면, '코백스'를 통한 백신 공급 여지가 사라질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백신 무료 공급 계획은 이를 뒤집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백신 강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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