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TO(러시아) 개입 부른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 과거 키르기스 아르메니아 때와 왜 달라?
CSTO(러시아) 개입 부른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 과거 키르기스 아르메니아 때와 왜 달라?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1.07 0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자흐스탄 군경, 알마티 공화국 광장 과격 시위대 진압, 전역서 2천명 체포
CSTO, 러시아 공수부대 등 평화유지군 즉각 파견 - 러시아 1진 6일 현지 도착

소형차용 LPG(액화석유가스) 가스값의 폭등으로 촉발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대규모 시위는 정부의 신속한 진압작전과 러시아CIS의 집단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개입 등으로 그 열기가 급속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6일 동이 틀 무렵 장갑차량을 포함한 50여대의 진압장비와 1천여명의 군경 병력을 동원, 전날 밤 내내 이 나라 최대도시인 알마티의 공화국 광장을 해방구로 만들었던 과격한 시위대(당국은 폭도라고 표현)에 대한 진압에 나서는 등 주요 시위 지역에서 2천여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무장한 일부 시위대와 총격전이 벌어져 10여명이 사망하고 1천여명이 부상했다. 그중 40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60여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마티에서 과격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작전 시작/얀덱스 캡처
공화국 광장 시위대 진압후 총기를 회수하는 보안요원들/현지 매체 rbc 유튜브 캡처
진압군에 체포된 시위자들/rbc 캡처

카자흐스탄 군경은 진압작전이 끝난 뒤 광장 주변 도로에 방치된 차량들에서 총기 등을 회수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일단의 무장한 사람들이 전날 밤 차를 타고 광장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국가안보위원회 본부와 지방경찰청 등 광장 주변의 관청에 난입, 총기를 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 당국의 이날 진압작전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분석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위대의 정치적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대국민연설에 이어 CSTO측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CSTO 의장을 맡은 아르메니아의 니콜 파쉬냔 총리는 즉각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하고, 이를 SNS로 발표했다. CSTO를 주도하는 러시아는 신속하게 평화유지군 1진을 제45공수여단 소속 특전부대원들로 꾸려 카자흐스탄으로 보냈다. 러시아는 이바노보 공수여단과 울랴노브스크 공수여단도 평화유지군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알마티 공화국 광장 시위 진압작전 모습/카자흐 보안당국 영상 캡처

CSTO 평화유지군의 도착을 확인한 카자흐 내무부는 6일 아침 동이 트자 장갑차 등 50여대의 장비와 병력으로 공화국 광장을 포위한 뒤 "당장 광장을 떠나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진압작전은 시작됐고, 곧바로 총소리와 폭발음이 울리면서 광장 한쪽에서 연기가 치솟았다. 

러시아 언론은 "알마티 시위 진압과정에서 보안요원 13명이 숨졌다"며 "2명은 (시위대에 의해) 참수당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알마티시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현지 매체 '하바르24'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밤에 과격 시위대가 행정 관청과 경찰서 등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이 희생됐다"며 "이들의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진압작전에 (성공적으로) 끝난 뒤 "이번 폭동의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위원회와 피해 규모 산정및 보상 문제를 다룰 위원회를 동시에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또 보안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희생된 군경의 유가족들에는 물질적으로 충분히 보상하라고 했다. 

카자흐 파견 CSTO평화유지군에 러시아 공수부대의 '스페츠나즈'(특수부대)도 참여/얀덱스 캡처

카자흐스탄 시위 사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CSTO 평화유지군의 즉각 개입이다. 카자흐스탄이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마치 5분대기조가 출동하듯, 신속하게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타스통신은 "CSTO 회원국들의 군대가 훈련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 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화유지군은 카자흐스탄의 중요 국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질서 회복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CSTO 측은 설명했다.

CSTO 평화유지군에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벨라루스와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 출신 병력이 포함됐다. 6개국으로 결성된 CSTO 회원국 중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모두 병력을 파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당초에는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군사·안보 협력체로 출범했으나, 2002년 회원국이 안보를 위협당할 경우, CSTO 전체가 개입하는 집단안전보장 체제로 탈바꿈했다. 일부 외신에서 러시아가 주도하는 나토라고 부르는 이유다.

러시아 공수부대원을 포함한 CSTO 평화유지군 수송기(위)와 탑승 장면/현지 TV채널 동영상 캡처

CSTO 회원국에서 나라를 헌정중단 상태에 빠뜨릴 만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는 카자흐스탄과 인접한 키르기스에서 지난 해 10월 총선불복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대통령이 사퇴했고, 2018년 4월에는 아르메니아에서 1인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권력 지형이 바뀌었다. 그때 시위를 주도해 권력을 잡은 이가 바로 CSTO 의장을 맡은 파쉬냔 총리다. 그때와 카자흐스탄 사태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때는 정치적 시위이고 이번에는 민생 시위였기 때문일까?   

특히 러시아의 신속한 대응이 유럽연합(EU)의 우려를 불렀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6일 러시아의 공수부대 파견에 대해 "카자흐스탄의 자주권과 독립성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위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평화적(?) 시위에 러시아가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알마티 공화국 광장의 시위를 평화적인 것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릴 듯하다. 

시위현장에 남겨진 불탄 자동차/카자흐 보안당국 영상 캡처

카자흐 시위대도 러시아 공수부대의 도착을 반기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시위대는 5일 저녁 알마티 공항을 점거했으나, 곧 카자흐 군경에 의해 밀려났다. 현지 언론은 시위대의 공항점령을 러시아 공수부대의 도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몰아낸 알마티 공항은 6일 내내 민간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됐고, 카자흐스탄 전역의 금융권도 문을 닫았다. 또 각급 학교도 연말연시 연휴를 연장해 오는 24일부터 개학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