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 시위가 한바탕 휩쓸고 간 알마티는 지금 - 러시아 매체 rbc가 돌아보니(르포)
과격 시위가 한바탕 휩쓸고 간 알마티는 지금 - 러시아 매체 rbc가 돌아보니(르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1.09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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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취재팀이 8일 알마티를 돌아본 뒤 9일 새벽 르포 기사를 올렸다. 그 내용에는..

카자흐스탄의 과격한 반정부 시위는 곧 끝날 것 같다. 현지에 가 있는 러시아 언론들은 진압군이 시위대의 '해방구'였던 알마티의 공화국 광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알마티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의 통제권을 되찾았다고 8일 전했다. 알마티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러시아 온라인 매체 rbc는 이날 알마티를 돌아본 뒤 생생한 현장 르포기사를 9일 새벽에 올렸다. 제목을 '도심엔 총성, 주유소 재오픈, 알마티에선 무슨 일이'라고 달았다. 

rbc의 알마티 현지 르포기사/캡처

이 매체는 "날이 어두워지면 카자흐스탄의 TV와 라디오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특보를 내보낸다"고 전했다. "알마티에서 대테러 작전이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노약자를 잘 챙기라"는 내용이다. 

rbc 르포는 이렇게 시작한다.
"1월 7일 저녁, 짙은 안개가 도시를 덮고 있다. 텅 빈 거리는 으시시하고 황량해 보인다. 이따금 총성도 들린다. 외곽 검문소에서는 무장 군경이 차에 탄 사람들을 손들고 내리게 한 뒤 서류(신분증과 차량등록증, 운전면허증 등)를 확인했다. "불필요하게 움직이면 진짜 쏜다"고 위협했다. 간담이 서늘한 상황이다. 그들은 우리(rbc 취재팀)의 러시아 여권을 확인했다. 그리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언제 식사를 했느냐? 돌아올 때까지 기름은 충분하냐?'고". 

본격적인 알마티 시내 둘러보기는 안개가 걷힌 8일 아침부터 시작됐다.

르포는 "알마티는 완전히 변했다. (모바일) 인터넷이 잠깐씩 작동하고, 호텔과 쇼핑센터에서 은행 카드를 받기 시작했다. 식료품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자동차들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어제 밤 만해도 창문에 기관총을 걸고,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다니던 경찰 차량도 이제 평소처럼 도로를 오간다"고 하루만에 바뀐 시내 분위기를 전했다.

불에 타 버려진 차량/rbc 유튜브 캡처

그러나 격렬한 시위의 흔적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 모양이다.
르포는 "불에 탄 차량은 대부분 치워졌지만, 도로 위 흔적까지는 지우지 못했다. 전날에는 주유소들이 약탈을 댱하는 바람에 거의 문을 닫아 기름을 넣으려면 몇시간이나 줄을 서야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주유소도 많이 문을 열었고, 그 덕택에 대기 줄도 짧아졌다"고 했다.

사실상 시위대의 해방구였던 공화국 광장 주변 상황은 이렇게 전했다.

"가장 위험한 곳은 공화국 광장 근처다. 이따금 총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진압군이 사흘째 누구에게 총을 쏘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군경 병력이 가득 들어찬 이 지역에 있다는 저항군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장 주변을 이렇게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것 또한 이해가 안된다."

"광장 인근의 정부 건물들은 거의 약탈을 당하거나 불에 탔다. 시민들은 그 근처에 가기를 꺼린다. 광장 입구에 있는 불탄 자동차와 시신은 치워지지도 않았다. 나자르바예프 대로의 나무와 충돌한 9인승 차량(девятки)의 조수석에 남아 있는 시신을 본 사람들이 분노했다. '이게 인간이 할 짓이야?' 라고." 

알마티의 대통령(나자르바예프) 공원 모습/사진출처:픽사베이.com

rbc 취재팀은 알마티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나갔다. 그곳 상황은 이미 조용한 상태다.
"처음으로 군 순찰대가 등장한 도심 외곽 상황은 조용해 보인다. 교차로에 자리잡은 군경 병력이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알마티 시내와 달리, 군인들은 마을 사람들이 아주 가까이 올 수 있도록 했다."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복합쇼핑센터가 있다. 건축 자재와 가전제품, 의류 등을 파는 곳이다. 멀리서도 큰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게 보인다.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입구는 콘크리트 벽돌로 막아놨다. 흰 어깨띠를 두른 청년들이 바리케이드 앞을 지키고 있다. 이 지역 자경단이다. 자경단은 지난 4일 지역 보안군(경찰)이 과격 시위대에게 사실상 항복하자, 알마티 외곽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 군경의 총기 수거/rbc 유튜브 캡처

지역 주민들이 지경단을 조직한 것은 더이상 공권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경이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기 전까지, 공권력은 과격 시위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알마티로 몰려온 과격 시위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바 있다.

rbc는 '카자흐스탄 당국이 정보기관(KGB)에 그 책임을 물었다'는 식으로 르포기사를 끝냈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시위 초기 대응에서) 무력함을 드러낸 '실로비키'(러시아에서는 주로 정보기관 등 핵심 보안기관을 뜻함) 등을 책임져야 할 세력으로 지목했다. 지난 8일에는 카림 마시모프 전 KGB 위원장을 국가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마시모프는 총리를 두번이나 지내고 2016년부터 KGB 수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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