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러시아 스푸트니크V도 미국 '노바백스' 백신의 길을 뒤따라갈까?
(분석) 러시아 스푸트니크V도 미국 '노바백스' 백신의 길을 뒤따라갈까?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1.12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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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백스 지난달 17, 18일 EMA, WHO 승인, 12일에는 식약처의 사용 허가 획득
가말레야 센터 부소장 "EMA 평가 진행중" - 지난해 EMA WHO 공동 실사받기도

러시아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 '스푸트니크V'도 미국의 '노바백스'와 같은 길을 가게 될까?

'노바백스' 백신은 새해를 10여일 앞둔 지난 달 18일 유럽의약품청(EMA)의 조건부 사용 승인을 받고, 이튿날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승인 목록에 등재됐다. '노바백스'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인도에서 생산되는 백신 '코보박스'(Covovax)는 '노바백스'보다 이틀 앞선 17일 WHO로부터 9번째 긴급 사용 백신으로 승인을 받았다.

노바백스의 사용 승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느낌이다. WHO와 EMA가 공동으로 백신 평가작업을 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12일 임상시험의 최종결과 보고서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노바백스' 백신에 대한 품목 허가 결정을 내렸다. WHO와 EMA 승인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노바백스'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에 이어 다섯번째로 국내에서 사용 허가를 받고, 내달 초부터 일반인 접종에 등장할 전망이다. 

유럽의약품청(EMA)/사진출처:위키피디아

'노바백스'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해 만든 항원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해 체내에서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항원 합성 백신'  '펩타이드 항원 합성 백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러시아의 2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도 이 방식으로 개발됐다. 백신 개발사 '벡토르 센터'는 합성방식에 대한 특허를 출연하기도 했다.

항원 합성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와 같은 mRNA 방식의 백신에 비해 접종시 부작용이 덜하고 안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접종시 인체에 가하는 충격및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60대 이상 연령층에 적합한 백신이라고 보건부가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에피박코로나'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는 수차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록 개발 방식은 다르지만, 스푸트니크V가 '노바백스'가 걸어온 길을 뒤따라갈 수도 있다는 기대는 남아 있다. 두 백신 모두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에 비하면 WHO와 EMA의 평가작업에서 진통을 겪고, 시기도 한참 늦어졌다. WHO와 EMA가 공동으로 평가작업에 나선 것도 비슷하다.

스푸트니크V 백신/사진출처:공식 홈페이지

스푸트니크V는 지난 2019년 10월 WHO에, 지난해 1월 EM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두 기구의 백신 평가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WHO는 지난 연말까지 스푸트니크V 측이 추가 보완자료를 제출한 것을 전제로, 이르면 올 1분기에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EMA의 승인은 어떻게 될까? 

현지 언론에는 EMA의 스푸트니크V 평가 작업에 대한 기사가 오랜만에 올라왔다.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센터'의 데니스 로구노프 부소장은 11일 EMA 측이 스푸트니크V의 임상 시험(과정및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약품청, 스푸트니크V 백신 평가작업 계속중/얀덱스 캡처

로구노프 부소장은 이날 러시아의 유명 유튜버 '솔로비요프 LIVE'에 나와 "EMA의 평가작업은 현재 (유럽과 러시아간에) 서로 다른 생산 표준을 맞춰가는 단계에 있다"며 "이는 생산 표준(GMP)을 인정하려는 작업의 일부이며, 임상시험 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유럽과 중국, 러시아 간에는 생산 방식의 기준이 맞춰져야 한다"며 그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임상 시험 분야에서는 EMA측도 이미 와서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예측가능한 미래에, 몇달 안에는 우리의 작업이 끝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예측가능한 몇달이라면, WHO의 승인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1분기를 뜻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솔로비요프 LIVE에 나온 로구노프 부소장. 자막에는 '지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효율성에 대해'라고 떠 있다/현지 TV채널 동영상 캡처 

 '솔로비요프 LIVE'의 인터뷰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의 효율성을 주제로 이뤄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EMA의 1단계 평가작업은 지난해 4월 말에 끝났다. 6월에는 WHO와 EMA의 합동 조사관들이 러시아의 백신 생산 공장에서 현장 실사를 마쳤다. 이후 스푸트니크V 백신의 생산및 유통을 맡은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러시아 백신에 대한 EMA 승인 절차가 '긍정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신 승인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EMA가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평가작업에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WHO도 뒤를 따랐다. 이후 러시아측과 WHO·EMA 사이에 추가 자료의 제공 여부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솔로비요프 LIVE의 유튜브 계정/캡처

당시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백신의 평가작업이 지연된 이유를 △마스터 세포 은행(Master Cell Bank)에 대한 자료가 빠졌고 △임상시험 중 발생한 부작용 사례에 대한 추적 분석이 미흡하며 △위약 집단에 대한 결과 추적이 모호하다는 것 등을 들었다. 

이 인터뷰 내용이 나간 뒤, EMA 관계자는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사실 확인 요청에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진행 중인 평가작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평가 작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EMA 최종 평가 보고서에 포함될 것"이라며 "평가가 완료되면 EMA 웹사이트에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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