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권력에 쫓겨 풍전등화 신세의 두 전직 대통령 - 카자흐 나자르바예프, 우크라 포로셴코
산 권력에 쫓겨 풍전등화 신세의 두 전직 대통령 - 카자흐 나자르바예프, 우크라 포로셴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1.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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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바예프, 30년 집권 뒤 후계자에게 권력 이양, 반정부 시위로 강등 위기
포로셴코, 재임중 반역 혐의로 구속 위기, 해외도피 후 한달만에 귀국했으나..

페트로 포로셴코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권력을 내놓은 뒤 행보가 주목되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의 전직 대통령들이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최근 대 러시아 관계로 서방진영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집권과 권력 이양 과정은 완전히 다르다. 현재 처한 입지도 비슷하지는 않다. 다만,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똑같아 보인다. 

최근 유혈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은 카자흐스탄을 무려 30년간 장기집권한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측근 세력이 '팽'당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때 '국부' 칭송받았던 그와 그의 가족이 반정부 시위 발발 직후 두바이로 도피했다는 '도피설'이 끊이지 않고, 공고한 것으로 여겨졌던 경제적 '족벌' 체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동상/사진출처:@belamova 텔레그램

나자르바예프가 스스로 권력을 넘겨준 지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반정부 시위 한번으로 후계자인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에 의해 '강등당하는' 느낌이다. 최대 도시 알마티 인근에 서 있던 그의 동상은 이미 땅바닥에 나뒹군 상태다. 

나자르바예프 전대통령 측은 부인하지만,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그의 가족이 인근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두바이로 도피했다는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시에 끈이 떨어진(?) 그의 조카와 사위들이 일제히 고위급 자리에서 최근 밀려났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에게는 딸만 셋이다. 첫째딸 다리가는 아버지의 후계자로 상원의장에 올랐던 여걸. 그러나 개인적인 삶은 불운한 편이다. 이혼한 남편은 장인에게 쫓기다시피 해외로 도피한 뒤 지난 2015년 오스트리아에서 옥사했고, 그녀의 둘째 아들 아이술탄은 영국에서 어린 아들(손자)를 남겨두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 다리가는 카이라트 샤립바예프 카자흐스탄 국영 에너지 기업 ‘카작가스’의 회장과 사실혼 관계를 이어왔는데, 그 남편이 지난 14일 회장직을 내놓았다. 이어 막내 딸 알리야의 남편 지마시 도사노프 '카즈트랜스오일' 회장은 이사회에서 탄핵됐고, 둘째 딸 디나라의 남편 티무르 쿨리바예프는 전국기업가협회(전경련) 회장직을 17일 사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 나자르바예프의 조카 사마트 아비쉬를 KGB 수석 부의장직에서 해임/얀덱스 캡처

토카예프 대통령은 또 반정부 시위 직후 나자르바예프를 국가안보회의 의장직에서 해임한 뒤 그의 조카 사마트 아비쉬마저 국가정보기관 KGB 수석 부의장직에서 내쫓았다. 국가권력을 보위하는 KGB가 이번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나자르바예프 손에서 토카예프 대통령 친정체제로 완전히 물갈이된 것으로 분석된다. 나자르바예프의 최측근으로 꼽힌 카림 마시모프 KGB 의장은 아예 국가반역 혐의로 체포됐다. 그 아래 부의장 2명이 교체되더니 아비쉬 수석부의장마저 쫓겨난 것이다. 

아비쉬는 카자흐스탄 KGB와 러시아 대외정보원(KGB의 후신)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2013년 KGB 부의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 수석 부위원장으로 승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체제 보위에 앞장섰다. 아들이 없는 나자르바예프에게는 아들같은 존재였다.

그가 마시모프 KGB 의장과 함께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그의 건재가 확인됐지만, 반정부 시위가 수습된 뒤 '살아 있는' 권력이 끝내 그를 그만두지 않았다.

러시아 TV 채널 도쥐(비라는 뜻)가 분석한 나자르바예프의 경제적 족벌체제. 왼쪽 위가 장년 다리가, 나자르바예프 위가 둘째 사위 티무르 쿨리바예프/화면 캡처

토카예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들은 ‘나자르바예프 클랜(족벌)’이 장악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나자르바예프의 ‘후계자’ 이미지 탈피, 반정부 시위로 냉랭해진 민심수습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여전히 전·현직 대통령간의 협의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 여전히 나자르바예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각에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 덕에 매우 수익성이 높은 기업들과 부유한 계층이 이 나라에 나타났다”며 '그의 족벌 체제'에 일침을 가했다. 흐루시초프(러시아 표현으로는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스탈린 격하운동'을 시작했던 발언들을 연상시키고 있다. 나자르바예프는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권위는 이미 '풍전등화'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가 이미 혼수상태이거나 죽었다는 소문도 있다. 

포로셴코 전대통령, 키예프 공항 입국심사 후 여권을 돌려받아/얀덱스 캡처

나자르바예프와는 달리 선거로 권력을 빼앗긴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 권력에 의해 '반역 혐의'로 쫓기는 신세다. 재임 중이던 2014~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들이 5,500만 달러 규모의 석탄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돈바스 지역은 지난 2014년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해 지금까지 정부군과 무력충돌을 불사하는 곳이어서 그의 혐의는 반역죄에 해당한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징역 15년 형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지난 달 포로셴코 전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6일 그의 재산을 압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체포를 피해 폴란드로 몸을 피했던 포로셴코 전대통령은 17일 귀국했다. 그는 수도 키예프 공항에서 검찰 소환장 수령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 뒤 가까스로 입국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 공항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돌아왔다"며 "허약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혼란에 빠져 푸틴(러시아)과 싸우지 않고 우리와 싸우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배신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소환장을 받고 법원에 출두한 포로셴코 전대통령(위)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러시아 TV 캡처

그러나 그의 운명 역시 '풍전등화'다. 검찰은 이날 법원 심리에서 피의자의 도피를 막기 위해 2개월 구속영장을 발부하든가, 전자 팔찌 착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출국 금지 조치와 여권 효력 정지도 청구했다. 법원은 심의를 오는 19일 재개하기로 했다. 검찰이 책정한 보석금은 3천500만달러(약 417억원)에 달한다.

포로셴코 측은 경제난과 코로나 방역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젤렌스키 현 정권의 정치 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유명 제과회사 '로셴'의 창업자로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재벌이다. 구속되더라도 보석금 정도는 능히 낼 수 있지만, 그의 재산이 동결돼 향후 진행은 지켜봐야 한다. 

그가 입국한 이날 키예프 공항에는 지지자 수천 명이 모였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억압을 중단하라'고 쓴 현수막도 보였지만, '죽은 권력'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포로셴코 전대통령은 지난 2004년 소위 '오렌지 혁명'에 자금을 대면서 지지 기반을 확보했고 지난 2013년 터진 '유로 마이단'(친서방 세력의 반정부 시위)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친서방 노선을 내세워 2014년 조기 대선에서 승리했다. 부와 권력을 함께 쥔 행운아이지만, 앞으로의 운명이 지난날의 좋은 기억을 모두 지워버릴 지도 모른다.

그는 재임 기간에 재벌 출신 대통령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반러시아 정서에만 집착하다가 지난 대선에서 코메디언 출신 배우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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