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3) 금메달 박탈? 여자 피겨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 - 스키애슬론 휴먼스토리 스피초프
(베이징 올림픽-3) 금메달 박탈? 여자 피겨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 - 스키애슬론 휴먼스토리 스피초프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2.07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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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마지막날 프리스케이팅에 발리예바 출전, 언니 두사람은 단체전 금메달 포기
우크라이나 선수들, 발리예바의 올림픽 신기록 기립박수 불참 - 남북한 관계 보는듯

7일에는 베이징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메달이 결정된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카밀라 발리예바가 프리스케이팅에 나서는 러시아(공식 명칭은 러시아 올림픽 위원회 ROC)의 금메달은 거의 확정적이다. 2라운드가 끝난 6일 현재 러시아가 45점으로 1위이고, 2위는 미국(42점), 3위는 일본(39점)이다.

단체전 1, 2라운드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도 출전하는 것으로 확정되자, 일각에서는 러시아피겨연맹이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안나 셰르바코바와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의 '금메달을 박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러시아팀, 7일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 노려/얀덱스 캡처
발리예바의 쇼트 프로그램 경기 모습/사진출처:ROC 공식 텔레그램 계정

남녀 싱글과 페어, 댄스 등 4개 종목의 성적을 합산하는 단체전은 각 라운드별로 출전선수 교체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네이선 첸을 빈센트 저우로 바꿔 프리스케이팅 3위에 그쳤다.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원하는 네이선 첸의 요청을 들어준 결과라고 한다. 반면 러시아는 마르크 콘트라추크를 쇼트, 프리스케이팅에 모두 내보냈다.

러시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발리예바 대신에 쿼드러플(4회전) 점프의 대명사인 트루소바나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셰르바코바로 프리 스케이팅 출전선수를 교체할 수도 있었다. 누가 나가도 1위가 유력하다. 하지만, 현장 지휘부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목소리에 밀려 보다 확실한 발리예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프리스케이팅 쿼드러플 점프를 하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발리예바 개인적으로는 최악이다.

압박감이 엄청나게 심한 경기에 잇따라 4차례(단체전 2번, 개인전 2번) 출전한다는 건 발리예바도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단체전 금메달이 확정될 경우, 출전한 모든 선수가 금메달을 받으니, 발리예바는 이미 쇼트프로그램 출전으로 금메달은 확보해둔 상태다. 함께 베이징에 온 언니들(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 중 한 명이 프리스케이팅에 나가면, 그녀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영광을 안게 된다. 여자 싱글에서 발리예바에게 밀려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게 뻔하니, 단체전에서라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면 하는 꿈을 꾸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단체전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한 트루소바(위)와 셰르바코바/사진출처:개인 인스타그램

러시아에서는 트루소바와 셰라바코바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여자 싱글 스케이팅의 기술 혁명'을 시작한 게 바로 그들, 다시 말해 이번 올림픽에 출전 못한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를 포함한 '러시아 여자 피겨 3인방' 이었기 때문이다.

'3인방'은 평창올림픽 이후 발리예바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기 전까지 몇년동안 세계 피겨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평창올림픽 금메달 자기토바는 일찌감치 은반을 떠났고, 은메달 메드바데바는 '3인방'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은퇴했다. 

물론, 마지막까지 최고의 카드를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의 경우, 쇼트트랙 혼성계주에서 처음부터 최정예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가 '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바 있다. 출전 선수 6명 모두에게 기회를 주려다가 삐끗한 경우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현장 지휘부의 판단 착오다. 

발리예바가 6일 베이징 캐피탈 실내 빙상경기장에서 펼쳐진 피겨 단체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0점을 넘어섰을 때,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보인 매너가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매체들은 단체전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발리예바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데, 유독 우크라이나 선수들만 빠졌다는 것. 타치아나 타라소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명예 감독은 "대단히 나쁜 매너"라며 "아마도 (우크라이나) 지휘부가 그렇게 하도록 지시했고, 선수들이 따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타라소바 명예감독,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발리예바 경기후 보인 (기립박수) 보이콧에 '안타깝다'/얀덱스 캡처

이번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러시아어 회견을 거부한 데 이어 최고의 선수에 대한 예의도 갖추지 않는 것 등을 보면, 과거 남북한 선수들간의 껄끄러움을 떠올리게 된다. 

6일 치러진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일본의 유마 카기야마가 208.94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2022 유럽 챔피언'인 마르크 콘트라추크였다. 3위는 미국의 빈센트 저우. 

이날 오후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펼쳐진 크로스컨트리 남자 30km 스키애슬론에서는 '불굴의 사나이' 알렉산드르 볼슈노프가 러시아에 첫 금메달을 바쳤다. 볼슈노프는 이날 경주 초반에 갑작스럽게 넘어지는 바람에 14위까지 쳐졌으나 지치지 않는 투혼으로 6.3km 부근에서 2위로 올라선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그의 막판 경쟁자는 핀란드의 이보 니스카센. 그러나 니스카센은 러시아의 데니스 스피초프에게 추월을 허용하면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스피초프, 6일 올림픽 (스키애슬론) 은메달 획득/얀덱스 캡처
스키애슬론 30㎞에서 1위로 들어온 볼슈노프가
2위로 들어오는 스피초프를 맞고 있다/사진출처:ROC 공식 텔레그램 계정

스키애슬론 30㎞는 크로스컨트리의 두 가지 주법인 '클래식'과 '프리'를 절반씩 사용해 치르는 경기. 클래식은 스키가 평행을 이뤄 빠른 걸음을 걷는 방식이고, 프리는 좌우로 지칠 수 있다.

러시아 언론은 '불굴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볼슈노프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의외의 은메달을 딴 스피초프의 '휴먼 스토리'에도 많은 지면을 허용했다. 그동안 볼슈노프를 위한 '페이스 메이커' 정도로 여겨진 스피초프는 13세에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15세에 고향(볼로그다 주 볼줴가, 인구 6천명)을 떠나 타지(튜멘주)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지만, 여전히 국제대회에서는 볼슈노프의 '페이스 메이커'로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도 볼슈노프가 앞서 나가고, 스피초프는 노르웨이 선수 3명을 마크하면서 볼슈노프가 막판까지 핀란드의 니스카센과 선두다툼을 벌이도록 배려했다. 이후 막판 스피드로 니스카센마저 제치고 2위를 차지했으니, 러시아 전체가 열광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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