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1위 발리예바, 그녀의 눈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눈물의 1위 발리예바, 그녀의 눈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2.17 0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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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프로그램, 5개월만에 실수했으나 80점대로 1위 - 프리스케이팅서 독주 예상
도핑 논란으로 1위를 차지해도 '금메달', '갈라 쇼' 초대도 없다 - 눈물은 계속된다

예상대로였다. 도핑 논란이 불거진 러시아(정식으로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 ROC)의 카밀라 발리예바는 15일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거의 5개월 만에 점프 실수를 저질렀지만, 82.16점(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을 받아 1위로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했다. 프리스케이팅은 17일 열린다.

도핑 논란으로 사실상 '왕따'로 전락한 러시아 피겨선수들을 제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서방 측 전문가(전 피겨선수, 언론)들로부터 거의 일방적으로 응원을 받은 일본의 히구치 와카바는 이날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시켰지만, 발리에바에게 거의 9점 차로 뒤졌고(5위), 사카모토 가오리가 79.84점으로 3위에 올랐다. 한국의 유영은 6위.

쇼트프로그램이 끝낸 뒤 울먹이며 나오는 발리예바/사진출처:ROC, 스포츠매체 텔레그램과 유로스포츠, 러시아-1 TV 캡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안나 셰르바코바는 발리예바와 함께 80점대를 기록하면서 2위,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4위에 그쳤다. 그러나 발리예바, 셰르바코바, 트루소바가 금, 은, 동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프리스케이팅의 특성 때문이다. 극히 보수적인 쇼트프로그램과 달리,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허용되고, 주어진 과제 외에는 자유롭게 차별화한 연기가 가능하다. 배당 점수도 쇼트프로그램의 2배. 쿼드러플 점프의 기술, 환상적인 연기의 예술 점수로 쇼트프로그램의 순위를 뒤집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트루소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단계만 점프하면 바로 3위 아닌가? 트루소바는 다른 선수들이 감히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조차 못할 때, 이미 여러 번 성공시켜 '쿼드러플 점프의 여왕(대명사)'의 닉네임(별명)을 갖고 있다.

현지 언론도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러시아 3인방'이 1, 2,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피겨전문 언론인이자 블로거인 재키 웡은 일찌감치 발리예바 1위, 트루소바 2위, 히구치 와카바 3위, 사카모토 가오리 4위, 안나 셰르바코바 5위, 유영을 6위로 점쳤는데, 이는 셰르바코바의 부상(?) 때문이다. 그녀가 쇼트프로그램에서 80점대로 2위에 올랐으니, 못해도 3위는 지킬 것이다.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한 국가 선수들이 1, 2, 3위를 차지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그 힘든 일이 베이징에서 벌어질 것 같다.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만 없었다면, 러시아 3선수가 시상대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도핑논란 이후 몇번이나 눈물을 흘린 발리예바, 위로부터 러시아 TV채널 러시아-1 인터뷰, 연습장의 슬픈 표정, 투트베리지 코치에 품에 안겨 우는 모습/사진출처:텔레그램 

하지만, 최종 메달 색깔은 발리예바의 도핑 조사가 끝나야 결정된다. 조사는 몇 개월, 혹은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시상식은 연기됐다. 발리예바는 1위에 오르더라도, 당장 금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한다. 상위권 선수들이 참가하는 '갈라 쇼'에도 초대받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 연기가 끝나고 마지막 포즈를 취한 뒤 긴 숨을 내쉬며 눈물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그것이 이번 올림픽에서 그녀에게 허용한 유일한 감정 수위였다고 현지 언론은 평했다. 그녀가 쇼트프로그램에서 5개월 만에 실수를 범한 것도 '지난 며칠간의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의 결과'라고 했다.

현지 스포츠 매체는 발리예바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피겨 선수는 바로 너(발리예바)이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고 성적으로 보여달라"고 격려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그녀를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거리 곳곳에 붙었다. 

모스크바 시내에 등장한 카밀라 발리예바 응원 광고판. '카밀라, 우리는 너와 함께 있다'고 쓰여 있다. #КамиМыСТобой의 러시아어 해쉬태그도 붙어 있다/현지 매체 동영상 캡처

'피겨 여왕' 김연아 덕분에 국내에서도 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쇼트 프로그램을 중계한 지상파 3사는 이날 발리예바가 출전해 연기를 펼친 약 3분간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항의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베이징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리예바가 최고의 스타라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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