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던진 '위험한 도박' - 돈바스 지역의 탈 우크라, 독립은 누구에게 유리?
푸틴 대통령이 던진 '위험한 도박' - 돈바스 지역의 탈 우크라, 독립은 누구에게 유리?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2.22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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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우크라이나 침공에 버금가는 '외교 카드'를 던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수 일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장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푸틴 대통령은 '군사적 카드' 대신, 대담한 '외교적 카드'로 미국·나토(NATO)와의 '안보 협상'에서 '정면 승부'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에서 확대안보회의를 소집한 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수립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상하원은 22일 긴급 회의를 열어 이를 비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사인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푸틴 대통령, 국방부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의 평화유지 확보에 나설 것을 지시/얀덱스 캡처

현지의 일부 전문가들도 푸틴 대통령의 DPR, LPR 독립 승인 조치를 '위험한 도박'이라고 우려할 정도로 서방에 대한 공세적인 카드다. 또 돈바스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는 조치로,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몰고올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일부 참석자들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DPR과 LPR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국방부에 DPR·LPR과의 군사적 우호 및 상호 지원 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양국의 평화 유지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유사시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진입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미국과 나토(NATO) 측은 그동안 누차 주장했던 러시아군의 '침공'이라고 해석할 것이고, 러시아 측은 '독립국가'의 지원 요청에 따른 합법적인 평화유지 활동으로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의 독립 승인을 결정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는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독립 승인 결정은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과의 협상에서 앞으로도 '민스크 협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뒤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민스크 협정'에 따라 DPR·LPR과의 자치 협상을 거듭 촉구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다.

푸틴대통령은 최근 독-프랑스 정상들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민스크 협정'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두 국가의 독립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등 나토, 유럽연합(EU) 등은 푸틴 대통령의 DPR·LPR 승인에 대처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과 전화 논의에 나섰고, EU 외무장관들은 대 러시아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방 측의 딜렘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침공시를 대비해 마련한 강력한 대러 제재안을 가동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 나토, EU 회원국들간에 제재 합의를 원만히 이끌어낼 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8년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 독립 승인과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러-벨라루스 합동군사훈련/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남오세티아의 경우, 군대를 동원해 그루지야(현 조지아)를 무력으로 제압한 뒤 독립 정부(서방측 표현으로는 괴뢰 정부)를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크림반도는 엄연한 우크라이나 땅을 빼앗아온 것이다. 그러나 DPR, LPR의 경우는,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하지도, 땅을 빼앗지도 않고 기존의 분쟁지역 미승인 정부를 합법화한 데 불과하다. 한때 '발칸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던 코소보의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서방측이 인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러시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안보 협상' 와중에 던진 'DPR, LPR 승인 카드'는 기존의 '러시아 국가안보 제안' 못지 않게 미국 등 유럽대륙을 뒤흔들 전망이다. 미국 등 서방측의 대응에 따라서는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전화에 휩쓸릴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고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대러 제재만이 능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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