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 우크라 전쟁에 대비, 미리 자본금을 뻥튀기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우크라 전쟁에 대비, 미리 자본금을 뻥튀기 했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2.24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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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국장), 페이스북에 중앙은행 '분식회계' 의혹 제기

러시아 중앙은행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비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자문역(국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는 오래 전부터 전쟁을 준비했다는 증거"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차 자문역이 확인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연례보고서(지난해 4월 발간)에 따르면, 2020년 한해(회계연도)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615억루블(약 9,2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의 1826억루블 적자에서 절반 가량 줄었다. 하지만, 적자가 2년 연속 계속됐다는 것은 자본금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20년 615억 루블의 적자를 냈다/2020년 연차보고서 캡처
2020년 자본금은 대폭 증가했다. 적립금과 기금계정에서 크게 늘었다/캡처

그러나 중앙은행의 자본금은 거꾸로 2019년 말 9조4375억루블에서 2020년 말 17조6547억루블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적립금과 기금(reserves and funds)이 크게 증가했다. 이 계정의 출처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증가한 근거를 찾기는 힘들다. 

갑작스런 자본금의 증가로 2020년 기준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기자본비율(자기 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누어 나타낸 비율)은 35%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차 자문역은 “중앙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35%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분식 회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한 일간지와 통화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자본금을 바탕으로 돈을 새로 찍어낸다"며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자본비율이 0으로 수렴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자본금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수상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4% 수준으로, 서방국 중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덴마크(16%)이며, 일본은 0%, 미 연준은 0.9%, 한국은 4%대"라고 그는 지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가 주장한 러시아 중앙은행의 분식회계 시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한 것.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뜻이다. 

차 자문역은 "러시아는 중앙은행에 돈이 매우 많다는 걸 대외적으로 알려,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CDS프리미엄 상승을 방지하려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일과 태평양전쟁 시기의 일본도 같은 수법을 썼다"며 "러시아가 이미 오래 전부터 전쟁을 준비해 왔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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