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일의 모스크바는 지금) 맥도날드는 문을 닫았지만, 달라질 게 별로 없는 젊은이들
(김원일의 모스크바는 지금) 맥도날드는 문을 닫았지만, 달라질 게 별로 없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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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1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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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이 시작된 지 벌써 20일. 국내외 뉴스는 모스크바와 키예프(키이우)로 쏠려 있다. 서울에서는 대선과 정권 교체라는 '빅 이슈'에 다소 밀려났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2년여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팬데믹(대유행)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곳은 모스크바다. 치명적이고도 가혹한 금융및 경제 제재로 맞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격 표적이기도 하다. 한국도 미·EU의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그 결과 러시아로부터 '비우호적인 국가' 48개국에 지정됐다.

겉보기에 모스크바는 아직 평온하다. 송금이 막히고 직항 항공편이 끊어져 불안해하는 한국 교민 사회와는 분위기가 다른 듯하다. 국내 일부 언론이 영업을 정지하기로 한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앞에 러시아인들이 길게 줄을 서고, 생필품 사재기에 들어갔다고 최근 보도했지만, 맥도날드의 영업정지 전날(14일)까지도 모스크바에서 그런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평소의 '혼잡함' 정도라고 해야 정확하다. 미국 언론의 '러시아 죽이기'에 뒤따르는 듯한 느낌이다.

모스크바 젊은이들로 북적이던 맥도날드(위)가 15일부터 문을 닫았다

맥도날드와 KFC는 15일부터 임시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엊그제까지 붐볐던 맥도날드 가게는 셔트를 내렸다. 맥도날드는 러시아 전역에 8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이 6만2천명에 이른다. 직원들에게는 당분간 기본급을 제공하기로 했다. 문은 닫고, 직원들 임금은 줘야 하는 맥도날드 러시아 법인 측으로서는 황당할 게 분명하다. 더욱이 모스크바는 15일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KFC는 직영점만 영업을 임시로 중단하고 체인점은 영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거킹과 서브웨이는 아예 문을 닫지 않았다.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 15일부터 마스크 착용 조치 해제/얀덱스 캡처

러시아 영화관에서는 미국의 '문화 제재'로 모든 헐리우드 영화가 스크린에서 내려졌다. 미국의 광범위한 대러 제재에 대한 모스크바 젊은이들의 입장과 반응이 궁금했다. 엔터테인먼트와 패스트푸드 등 미국식 문화에 이미 익숙한 그들이다. 그래서 강의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물었다. 답변은 예상을 빗나갔다. 뜻밖이었다.

"우리는 러시아 음식을 좋아해요" "한국 식당에 자주 가면 됩니다" "맥도날드는 곧 다시 돌아올 겁니다. 그래서 폐쇄가 아니고, 굳이 임시 영업 중지라고 해요" "맥도날드가 그동안 러시아에서 벌어간 돈이 얼만데.." 등이다.

16일 둘러본 모스크바종합대학(엠게우) 근처의 대형 쇼핑센터 푸드 코너에 자리한 맥도날드와 KFC는 셔트를 내렸다. 버거킹과 서브웨에는 여전히 영업중이다. 맥도날드가 문을 닫으면 버거킹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평소 모습 그대로다.

모스크바종합대학 인근 대형쇼핑몰 푸트코드의 모습
불은 켜고, 셔터는 내린 아디다스

유명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도 문을 닫았고,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는 곧 영업을 중단한다. 유니클로는 러시아의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옷은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당초의 방침을 바꾼 유니클로 측에 우리 집 아이들도 다소 실망한 눈치다.

남북으로 나눠져 전쟁까지 치른 우리에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는 느낌은 남다르다. '동족상잔'의 성격이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군사작전에 나선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보다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느린 것도 상당 부분 그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전쟁과 각종 위기에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제 2차세계대전 이후 계속 크고 작은 전쟁을 해온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다. 서로 '확전'을 바라지 않는 것도 그간의 학습효과 때문일 것이다. 

애초부터 '좋은 전쟁'이란 존재할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를 '선과 악의 대결'로 단순화해 일방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엔 매우 복잡한 현지 상황과 지정학적, 국제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주민들에게 긴급 구호물자를 배급하는 러시아군/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인스타그램

러시아, 보다 정확하게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소련의 붕괴이후 구축된 유럽과 세계의 정치판도를 바꾸고 싶어한다. 성공할 지 실패할 지는 아직 모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번 사태로 유럽의 정치 지형은 적지않게 변화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지켜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자칫하면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지난 30년 간 쌓아온 한-러시아의 선린관계가 상당히 훼손될 수 있다.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글·사진:김원일 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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