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뒤집기-3) 전사자 수 부풀리는 심리전 - 러시아군 전사자가 1만4천명?
(우크라 전쟁 뒤집기-3) 전사자 수 부풀리는 심리전 - 러시아군 전사자가 1만4천명?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3.28 0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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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피해의 공개 꺼려온 러시아 국방부, 3주만에 다시 발표 - 우크라측 주장 맞대응?
우크라, 서방 언론의 러시아군 막대한 피해 주장 이유는? 상대의 사기꺾기 심리 전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이 한달을 넘기면서 양국간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진 모양새다.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은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상대(러시아군)에게 빼앗기기는 커녕 적의 공격 자체를 완전히(?) 무디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우크라이나 국방부(혹은 외교부)는 전투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피해 상황(전사자와 항공기, 탱크 파괴 등)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관련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한다. 상대에게 심리적 타격을 가해 '기를 꺾자'는 전략이다. 국내 일부 언론은 아예 우크라이나군이 한달여만에 반격에 나서 전세를 뒤집을 판이라고도 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발사 장면/사진 출처:러시아 국방부
러시아 국방부 22일자 브리핑/국방부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 국방부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공식 브리핑 영상을 온라인(SNS 포함)에 올린다.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 공략 전황을 중심으로 격전지 마리우폴과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 포위작전및 점령,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 파괴과 인도주의적 구호 작업 등을 지도, 도표등과 함께 설명한다. 최근에는 최신 미사일의 군사 목표 타격 장면과 전투기및 공격용 헬기의 작전 영상을 많이 공개했다.

주목할 것은 인명 살상에 대한 정보 제공은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다. 상대의 사기를 꺾기 위해 '적이 얼마나 죽고, 다쳤다'고 발표하는 '심리전'을 펴지는 않았다. 어디에서 우크라이나군 무슨 부대가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았다는 발표 정도다.

그 이유는 추정 가능하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군 병력의 살상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군 전체의 비무장화(공격용 무기 제거)와 일부 우크라이나 강경 민족주의 세력(신 나치)의 제거를 통해 돈바스 지역의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데 두었다. 

하지만, 전쟁은 그 속성상 상대를 제압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 상대를 죽이기 않으면 내가 죽는 게 전투 현장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전쟁'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유고 연방의 해체 과정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 세력과 보스니아 회교도간에 벌어진 내전을 취재하기 위해 1995년 12월 사라예보에 갔다. 그 곳에서 4년 가까이 끈 전쟁의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 사실상 휴전이 이뤄지고 평화협정이 임박했지만, 상대에 대한 적대감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었다.

나토(NATO)군의 무자비한 공습에 손을 든 세르비아 민족주의 세력은 여전히 씩씩거렸고, 나토의 지원으로 평화를 되찾은 보스니아 회교도들도 마음 속 깊은 곳의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서로 죽이고 죽는 '독기 어린 얼굴'만 봐왔기 때문으로 여겨졌다. 거기서 무슨 수로 '인간의 얼굴을 한 전쟁'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발표(위)와 1351명의 전사 소식을 전한 25일자 러시아 언론 기사 묶음/캡처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도 시간이 흐를 수록 '인간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5일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군은 5만9,000여 병력 중 1만4,000여 명이 사망하고 약 1만6,000 여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의 인명 피해 추정은 처음이다. "무기만 내려놓으면 아무런 일도 없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호소했던 작전 개시 초기와는 달리, 이제는 "더이상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고 협박하는 듯하다.

러시아 국방부의 이번 발표는 우크리아나와 서방언론의 러시아군 사상자 발표에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 상대가 러시아군의 전사자를 1만4.000명 이상이라고 과장(?)한 데 대한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까지 참전 군인 사망 1,351명, 부상 3,825명"으로 (상대 발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러시아군과 DPR, LPR 군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격 작전은 주요 우크라이나군 거점에 대한 폭격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앞으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독기어린 선전포고로 들린다. 우크라이나 군을 생김새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하는 '한 뿌리'에서 나온 '옆집 사람'쯤으로 생각해온 러시아 군이 바로 옆 전우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독기를 품기 시작한 것 같다. '상대를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전쟁의 비정한 속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군 수뇌부도 최대한 희생자를 줄이고, 도시 인프라를 보호하면서 군사적 기반시설만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전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 생각들이 '어리석고 순진한 발상'임을 깨달은 듯하다. 서방 측은 이를 러시아 군의 초기 작전 실패로 규정했다. 결과적으로는 맞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 실제 과정은 서방측 진단과는 달라 보인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난 19일 러시아군 전사자가 1만4,400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격추된 러시아군 항공기는 95대, 헬리콥터는 115대. 또 장갑차 1,470대, 야포 213문이 파괴됐다고 했다. 온라인상에는 관련 영상도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영상에는 '비디오 게임' 장면이 일부 사용됐다는 네티즌들의 주장도 없지 않다.

러시아 국방부 (21일) 러시아 군 손실에 관한 포톨랴크 고문의 발언 부인/현지 매체 우라.ru 캡처

러시아 측의 인명 피해 발표는 지난 2일 처음 나왔다. 498명이 숨지고 1597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개전 첫 1주일간의 통계다. 러시아 군이 침묵을 지키는 사이, 우크라이나는 외무부, 국방부, 심지어는 러시아와의 협상팀을 이끄는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까지 나서 러시아군의 막대한 피해를 주장했다. 러시아군 전사자가 1만4,000명대 선이라는 것. 러시아의 첫 발표 이후 피해가 무려 10배 늘어났다고 해도 5천명 전사에, 1만6천명 대 부상자다. 

미국 정보당국도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것보다는 크게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방부 SNS와 현지 언론에는 매일 전사자를 애도하는 기사가 올라온다. 언론에는 주로 고향(출신지)의 지자체 발표가 실린다. 가장 최근에는 흑해함대 부사령관이었던 안드레이 팔리 대령의 장례식 소식이 올라왔다. 그는 마리우폴 전투에서 전사했다.

현지 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전사자 기사(위). '우리의 영웅 영면하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캡처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ok.ru에 올라온 전사자 주모 메시지/캡처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의 보도 경쟁도 치열하다. 제각기 군 (정보)당국의 추정과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를 기반으로 러시아 군 인명 피해를 다각적으로 분석, 보도한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최근 러시아군 장성 5명, 대령 5명, 그 외 고위 장교 5명까지 고위급 군인 총 15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우크라이나 국방부 발표)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 포스트도 23일 기준 러시아군 고위 지휘관이 교전 중에 최소 15명 사망했다며 "이 중 장성은 7명으로 이번 전쟁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장성의 약 3분의 1"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그루지야(조지아) 전쟁이나, 시리아 내전(공습) 개입 때보다 더 심각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피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현지 언론의 추정으로는 12만5천명에서 15만명 정도다. 이중 장성은 20~30명? 개전 초기에 문제가 됐던 징집병의 규모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징집병은 모두 러시아로 귀국했을까? 의문은 끝이 없다.

아무튼 우크라이나 측 발표든, 서방언론 보도든, 러시아측 발표든, 그 어느 쪽도 믿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21세기 전쟁이라고 하지만, 그 넓은 전장에서 죽거나 부상하고, 실종 혹은 포로로 잡힌 통계를 어떻게 정확하게 집계할 수 있을까? 그것도 상대 측 피해를.

그 사이 해프닝도 하나 있었다. 러시아 대중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가 지난 21일 사상자 수를 보도했다가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별 작전 중 숨진 러시아군이 9,861명이며 부상자는 1만6.153명”이라고 올린 것. 그러나 이 신문은 "관리자 인터페이스가 해킹 당했다"며 "잘못된 숫자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는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러시아 크렘린도 이 기사로 기자들에게 시달려야 했는데, 사실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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