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뒤집기-4) 러시아 군사작전, 바이러시아가 한달 전 전망한 대로 진행됐다?
(우크라 전쟁 뒤집기-4) 러시아 군사작전, 바이러시아가 한달 전 전망한 대로 진행됐다?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3.29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 군사작전, 돈바스 해방 위해 우크라군 앞 뒤 포위작전으로 병력 증강 차단
푸틴 대통령, 궁극적으론 한반도식 우크라이나의 분할로 역내 세력 균형 도모

러시아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특수 군사작전 1단계를 대부분 이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방 언론(통상 외신으로 표현)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예프(키이우) 점령에 실패하자, "군사작전을 기존 분쟁지역인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 점령으로 변경했다", "군사작전의 사실상 실패로 출구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등의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제대로 평가를 내린 것 같다.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남북과 동쪽 3개면 4개 방향(우크라이나 측은 5곳으로 진격했다고 발표)에서 우크라니아 국경을 넘었다. 외신은 미국 등 각국 정보 당국의 분석을 바탕으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단시간내 키예프 점령 계획' 등을 큰 보도 방향으로 잡고 진행 상황을 전달해왔다.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 참전한 러시아군 병사(위)와 진격하는 장갑차 부대/사진출처:러시아국방부 인스타그램

그러나 러시아가 한달여만에 꽁꽁 숨겨두었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의 구체적 전략을 공개하면서 외신은 보도 기조 자체를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그 명분을 러시아의 군사작전 실패에서 찾았다. 외신 특유의 자기 정당화라고 할 수 있다.

외신은 또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의 말을 빌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와 같이 분단화하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외신이 러시아 전문가들과 러시아 언론을 제대로 살폈더라면, 처음부터 러시아군의 돈바스 목표와 한반도식 분단화 시나리오를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 언론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달해온 러시아 전문 뉴스 사이트 바이러시아(buyrussia21.com)의 보도 방향을 되짚어보자. 

바이러시아는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개시하기 직전인 지난 2월 22일 (제목으로 읽는 우크라 위기-2) 우크라를 '제 2의 한반도'로? 분단화를 통한 세력 균형 노려 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단화 전략을 전망했다. 그야말로 지정학적 상황을 두루 고려한 현실적인 분석이었다.

바이러시아의 2월 22일자 보도(위)와 푸틴 대통령의 '한반도 분할 전략'을 전한 러시아 매체 27일자 보도/캡처

또 작전 개시와 동시에 (제목으로 읽는 우크라 군사작전) 푸틴 대통령, 돈바스 특별 군사작전 개시 - 어디서 멈출까?(2월 24일자)에서 "이번 작전은 돈바스를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군 전력을 철저하게 무력화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러시아 지상군은 교전 지역을 우회해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배후를 노리고 있다"고 썼다. 

나아가 "앞으로의 관건은 러시아 지상군과 DPR·LPR(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 민병대가 앞 뒤 포위 공격을 통해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얼마나 빨리 격퇴하느냐에 달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이고, 그 경우 양측에서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피하고 싶은 '전쟁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적은 이번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DPR·LPR 간의 국경선(경계선)을 분명히 획정하는데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의 이번 군사 작전 목표가 돈바스(와 그 주민들의 안전)를 보호하기 위해 돈바스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 우크라이나군(혹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을 앞 뒤에서 포위해 제거하거나 돈바스 지역 경계선 밖으로 물러나도록 하는데 있다는 의미다.

군사작전 한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러시아군이 그 극비 전략과 군사적 목표를 공식 확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1단계 군사작전 이행 전과를 발표하는 러시아군 수뇌부/현지 TV채널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는 지난 25일 러시아 군사작전에 대해 "돈바스 지역에 한정해 군사작전을 개시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가 군 전력을 계속 보강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역을 대상으로 '탈군사화'와 '탈나치화' 작전을 선택했다"며 "러시아군은 DPR과 LPR을 완전히 해방(?)할 때까지 전력 증강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대를 묶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LPR군은 영토(루간스크 주 경계선)의 93%를 해방했고, DPR군은 영토의 54%를 점령했다"며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1단계 주요 과제는 거의 이행되면서 돈바스 해방이란 주요 목표 달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 대로라면 현재 최대 격전지인 남부 '마리우폴'은 DPR 영토(도네츠크주 소속)이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반드시 해방(점령)해야 하는 도시다. 반면 수도 키예프나 북부 체르니히우(체르니코프), 수미, 동부 하르키우(하리코프), 남부 미콜라이우(니콜라예프) 등의 도시들은 봉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돈바스 지역으로 전력 증강을 막기 위해서다. 대신, 주요 도시 인근의 군사 인프라와 군사무기및 장비, 연료저장고 등을 파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에게는 느닷없이 나온 우크라이나의 '한반도화'는 또 어떤가?

우크라이나, 두개로 쪼개질 수 있다/얀덱스 캡처

프라우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키릴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ГУР, 러시아의 군사정보기관 GRU와 같은 조직) 국장은 2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분할을 꾀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중앙 정부 전복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작전 방향을 동부와 남부로 틀어 한반도 분단과 같은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다노프 국장이 지적한 동부와 남부는 돈바스 지역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러시아는 이미 군사작전 개시 전인 지난 21일 돈바스의 독립을 승인했다. 그리고 그 영토를 지난 2014년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가 독립을 선언할 당시의 땅 전체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 지역의 상당 부분은 지난 8년간의 내전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게 통제권을 빼앗긴 상태다.

그래서 바이러시아는 지난 2월 24일자 기사에서 "러시아 지상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통제하에 들어가 있는 (돈바스) 지역을 탈환해 DPR과 LPR에 넘겨주는 게 1차 작전 목표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영토를 추가로 더 뺏고자 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리고 한반도와 같이 '분단화'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세력 균형을 꾀할 수 있다면, 러시아로서는 '작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다만, "이번 군사작전은 체첸이나 그루지야(조지아), 크림반도 점령 때와는 다르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는데, 현재 우크라이나 전황이 그렇다.

1단계 군사작전을 끝낸 러시아의 2단계 작전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우크라이나 군이 통제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 해방에 더욱 주력할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순순히 물러날 것인지 여부다. 관건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국의 협상 타결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측은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측에 탈무장화, 탈나치화와 함께 돈바스 독립과 크림반도 인정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측은 영토문제에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의 '한반도화 전략'을 승인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 러시아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양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나토(NATO)의 무력 직접 개입이 없는 한, 우크라이나의 양보는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돈바스의 전체 영토만 확보(돈바스의 독립)하더라도 기존의 크림반도와 함께 흑해로 나아가는 해상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바로 흑해의 해상권 확보였다.

욕심을 더 낸다면, 돈바스 지역은 물론 헤르손과 자포로제 등 흑해 연안의 주요 지역을 통제권하에 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와 휴전 협정을 맺는 것이다. 

러시아는 28일 푸틴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제대 군인들을 대상으로 3~6개월 계약의 자원 군을 모집중이다. 휴전 협정이 체결되면, 이 자원군들이 정규군을 대신해 점령 지역에서 민군행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미 돈바스 지역에선 탄약이 떨어지는 바람에 항복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