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뒤집기 -5) 우크라이나군이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다고? 진짜?
(우크라 전쟁 뒤집기 -5) 우크라이나군이 키예프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다고? 진짜?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2.04.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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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하는 러시아군 장갑차/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예프(키이우) 외곽의 수도권 지역(키예프 주)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냈다며 승리를 자축(?)하는 듯한 분위기다. 언론들은 러시아군으로부터 되찾은 도시로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의 차량들을 보여주며 승전 무드를 고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진짜 힘으로 러시아군을 몰아낸 것일까? 아니면, 1단계 군사작전을 끝낸 러시아군이 스스로 물러난 것일까?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2일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북부의 러시아군을 밀어내면서 이르핀과 부차, 호스토멜, 이반키우 등 수도권 도시와 마을 30개 이상을 탈환했다”며 “키이우 동북쪽 150㎞에 있는 체르니히우에 대한 포위도 풀렸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개전 직후 가장 먼저 점령했던 키예프 외곽 안토노프 공항에서도 철수했다.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가 침략자인 러시아군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며 '해방'이라는 단어를 썼다. '해방'은 러시아군이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합쳐 부르는 용어) 주둔 우크라이나군을 주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면서 계속 쓰는 용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에도 남북한이 서로 밀고 밀리면서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러시아군의 키예프 퇴각은 이미 계획된 군사 작전에 따른 것이라고 해야 옳다.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에서 이겼다고 하기에는 좀 민망하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의 1단계 목표는 거의 이행됐다"며 "이제는 돈바스 지역 해방이라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알렸다. 나흘 후인 29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5차 협상이 끝난 뒤 러시아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2가지 양보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키예프와 체르니히우를 겨냥한 군사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키예프에는 양국간의 협정을 최종 승인할 주요 인사들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양보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리고 30일부터 키예프 인근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군이 철군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고, 위성사진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군의 진입은 그 이후다.

1단계 군사작전 이행 전과를 발표하는 러시아군 수뇌부/현지 TV채널 캡처

철군한 러시아군은 어디로 갔을까? 우크라이나 측은 일단 벨라루스로 물러난 뒤 전열을 정비해 동남부(돈바스) 전선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레그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앞으로 동부 돈바스와 남부 마리우폴 인근 전선에서 격렬한 전투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당연하지만, 러시아쪽에서는 군대 이동에 관한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의 예상대로, 러-우크라 전선은 돈바스 지역 주변으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일일 브리핑에서 돈바스 주변 전황과 점령 지역에 대한 긴급 구호활동, 인도주의적 민간인 대피 작전, 지뢰제거 작업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을 후방에서 지원 가능한 군사시설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돈바스 공략은 이미 바이러시아(www.buyrussia21.com)가 지난 2월 24일 특수 군사작전 개시와 동시에 게재한 '(제목으로 읽는 우크라 군사작전) 푸틴 대통령, 돈바스 특별 군사작전 개시 - 어디서 멈출까?'에서 전망한 바 있다.

이 기사는 "이번 군사작전은 돈바스를 위협하는 우크라이나 군 전력을 철저하게 무력화하는 쪽으로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러시아 지상군은 교전 지역을 우회해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배후를 노리고 있다"고 썼다. 

나아가 "앞으로의 관건은 러시아 지상군과 DPR·LPR(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간스크인민공화국) 민병대가 앞 뒤 포위 공격을 통해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얼마나 빨리 격퇴하느냐에 달렸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이고, 그 경우 양측에서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피하고 싶은 '전쟁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적은 이번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DPR·LPR 간의 국경선(경계선)을 분명히 획정하는데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 군사작전의 주요 목표가 돈바스(와 그 주민들의 안전)를 보호하기 위해 돈바스의 일부 지역을 점령한 우크라이나군(혹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을 제거하는데 있는 만큼, 키예프 주변에서 군대를 물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동안 키예프를 포위, 봉쇄한 것은 우크라이나군 최고 지휘부와 돈바스 전투 현장을 분리시킨 뒤, 돈바스에 대한 군사 지원을 철저하게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 곳곳에 있는 군사 기반 시설들을 폭격, 무력화했다. 

지상과 해상(아래)에서 발사되는 러시아 장거리 미사일/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SNS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군이 키예프에서 물러난 뒤 2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의 목표는 돈바스와 우크라이나 남부 모두를 점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작전 목표를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이미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가 돈바스는 물론, 크림반도와 이어지는 흑해및 아조프해 연안 지역(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하는 남부 지역)을 장악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북서부와 남동부 지역 둘로 쪼개지게 된다. 러시아 군사작전의 '성공'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군사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러시아군은 이제 키예프(북쪽)와 마리우폴(남쪽)에서 내려오고 올라가면서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군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다. 남쪽에서는 돈바스 서쪽에 구축된 우크라이나의 '벨리카야 노보셀카' 방어선을 돌파해 '메줴바야-포크로브스크' 로 북진하고 있다. 또 북쪽에서는 하르코프(하르키우)주의 전략 요충지 이쥼을 장악한 뒤 남하 중이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와 중부 지역에 유류를 공급하는 크레멘추크의 정유 시설과 인근의 폴타바 및 드니프로의 군 비행장에 정밀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등 군사 지원 거점들을 하나씩 파괴하고 있다. 

오른쪽 점선 박스 안이 돈바스 전투상황이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24개 주(크림반도 제외)중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2개 주를 합친 지역의 별칭이다. 아조프 해 인근의 조그만 영토다. 아래 지도는 돈바스 전황을 확대한 것. 
오른쪽 검은 실선이 러시아 군사작전 개시 전 군사적 대치 전선. 빗금친 부분이 이미 러시아군과 DPR, LPR군이 장악한 지역. 붉은 색 점들이 DPR, LPR군의 작전 지역, 주황색 점들은 러시아군 장악및 작전지역. 러시아군은 북쪽과 남쪽의 점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오른쪽의 우크라이나군을 포위, 공격하는 작전, 즉 '솥뚜껑 닫기 작전'을 시행중이다. 

지도출처: 러시아 언론 rbc에 나온 돈바스 러시아군 작전 상황  

돈바스 주변의 전황을 보여주는 또다른 지도. 우크라이나 위쪽이 벨라루스, 오른쪽이 러시아. 왼쪽은 폴란드. 빨간색 부분은 러시아군(과 DPR, LPR)의 (점령)지역이고 빨간색 빗금친 부분은 군사활동이 활발한 곳, 파란색 빗금친 부분은 우크라이나군 집결지. 지도상으로 보면 우크라이나군 집결지가 러시아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사진출처: 현지 언론 politexpert.net 캡처 

군사 전문가들은 남과 북에서 진격해온 러시아군은 무려 6만명에 이르는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군을 고립시킨 뒤, 제거(혹은 항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뜨거운) '솥뚜껑 (닫기) 작전' (стратегия кипящего котла, 혹은 стратегия загрузки котлов)으로 부른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군(민병대)에 밀려 서쪽으로 퇴진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마치 '솥의 뚜껑을 닫듯이' 퇴로를 막아 우크라이나 군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전체 군전력의 40% 정도로 추정되는데, 조만간 앞 뒤(동과 서)로 포위되는 진퇴양난에 빠질 것으로 추측된다.

LPR은 당초 목표로 한 루간스크주 행정 구역의 90% 이상을, DPR은 도네츠크주 행정 구역의 60%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PR은 조만간 '승리 선언' 혹은 '해방작전 완료'를 선언할 지도 모른다.

서방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제2차 세계대전, 5월 9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솥뚜껑 닫기 작전'이 어느 정도 완료되고, 현재 진행 중인 러-우크라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번 전쟁도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그 시점이 진짜 러시아 승전기념일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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